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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투명 사회협약’ 체결위해 동분서주 올 초 한국투명성 기구로 이름을 바꾼 반부패국민연대의 김거성 사무총장(46)은 대한민국의 ‘반부패 전도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 창립을 주도한 이래 부패청산을 시민운동의 주요한 영역으로 만들었다. 반부패국민연대는 창립 첫 해부터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 엔지오인 ‘국제투명성기구’와 연대해 매년 부패지수(CPI)를 발표하고, 매달 반부패뉴스를 선정하는 등 부패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해왔다. 이러한 반부패 활동을 인정받아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국제투명성기구 연차 총회에서 이사에 선출됐다. 김 사무총장은 전북 익산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출생했다. 증조부부터 내리 3대가 장로를 지낸 집안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운영하는 김해성 목사가 친동생이며, 그도 89년부터 경기도 구리시의 구민교회 담임 목사를 맡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연세대 신학과 2학년때인 1977년 10월, 긴급조치 9호 발령 이후 첫 연세대 교내시위를 동기생인 노영민 현 열린우리당 의원과 주도해 약 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사회에 진출해서는 전민련과 민통련 등 재야운동을 오랫동안 했다.
“민간주도 반부패서명 1000만명 예상”
반부패 청산의 새로운 장이 내달 9일 열린다.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검은 돈을 주지않고, 받지않겠다는 당사자들간의 실천 약속(반부패 투명 사회협약)이 맺어지는 것이다. 이번 사회협약은 과거 ‘부패와의 전쟁’ 등과 확연하게 다르다.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인 민간주도의 사회 운동 차원에서 이뤄진다. 시민단체 등 민간이 먼저 제안하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한 부문인 공공기관과 정치권, 경제계가 호응해 이뤄지는 것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범국민 운동으로 전개될 경우 부패 청산을 위한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행과 국민 의식 등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협약 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옛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을 지난 24일 오전 서울 올림픽파크텔 커피점에서 만났다. 김거성 사무총장은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부패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투명사회협약의 성패는 국민 전체의 지지와 참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참여와 실천이야말로 4대 부문이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압력이자, 청렴사회로 이끄는 힘이라는 것이다. 검은돈 주고받지 않기 서로에게 약속을
국민들의 참여가 청렴사회로 이끄는 길
10년뒤 청렴도 10위…대한민국 대표상품 될것 -반부패투명사회협약 체결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지난달 초 시민단체 대표 등이 협약 체결을 제안한 이후에 각계가 적극적으로 호응해 모든 게 빨리 진행되고 있다. 2월23일 각계 대표들이 참여한 3차 추진위원회 회의가 흥사단에서 열렸는데 일부 문구를 고치는 것을 빼고는 쟁점을 모두 타결했다. 내달 9일 협약 체결식을 열 예정이다. 체결식은 공공부문과 정치, 기업, 시민사회 등 4대 주체 대표 50명 정도가 참여해서 사인을 하게 된다. 공공부문 대표로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서울시장 등이 참석할 것이고, 정치분야에서는 김원기 국회의장과 4당 대표 또는 원내대표, 경제부문은 경제5단체장과 4대그룹 총수, 시민사회부문에서는 협약 제안자 등 사회원로들이 참여할 것이다. -이번 사회협약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동안은 정치권이나 재계, 공공부문이 부패의 책임을 서로 다른 쪽에 전가해왔다. 기업은 정치권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돈을 준다고 주장했고, 정치권은 정치자금이 필요한 상태에서 기업이 주니까 받았다는 식이었다. 협약 체결은 이런 책임 전가를 단절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반부패의 투명사회에 사회 전체가 합의했다는 데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치권과 공공부문은 불법 정치자금이나 검은 돈을 받지않고, 기업은 불법 자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에게 약속하고 실천함으로써 사회통합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신인도가 높아지고,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협약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가? =그렇다. 그 점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제2건국위원회 등이 실패했던 것은 정부나 관 주도로 운동을 펼치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특정 정파나 계층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민간이 주도함으로써 정치권 특히, 야당이 여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국민적 차원의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재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의외다. =반부패는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이나 처벌 강화 또는 법령의 정비로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패를 없애려면 사회 각 부문의 자발적 참여, 특히 기업 부문의 참여가 중요하다. 기업들은 사회적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그동안 많은 돈을 들여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전경련 기업윤리 자문위원 등을 맡아 일하면서 전경련에 사회공헌활동보다 윤리경영과 부패방지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재계 쪽에서도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달 초 사회협약을 제안했을 때 재계가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회협약에 참여하는 대신에 과거 분식 회계에 대한 유예 조처 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것은 협약과 전혀 관련이 없다. -협약이 체결된 뒤에는 어떻게 되나? =협약은 두 가지 틀이 있다. 하나는 알려진대로 협약의 4대 부문이 함께 부패방지에 참여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나 기관, 개별 기업 등이 ‘시민참여헌장’에 동참하는 것이다. 시민참여헌장은 각 개인들이 사회적 협약 체결을 지지, 감시하고 또 스스로도 반부패를 실천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 등의 서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데, 1천만명 정도가 이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약은 그야말로 강제성이 없는 약속인데 실천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 =협약의 성공 여부는 국민적인 지지와 감시에 달려있다. 1천만명이 스스로의 실천을 약속하면 그것이 바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보조적으로 ‘반부패 투명사회협약 실천협의회’를 만들어 각 부문 상호간에 점검 시스템을 가동시킬 것이다. -외국에도 이러한 사례가 있나? =노사관계나 일자리 등에 대한 협약을 맺은 나라는 있지만, 반부패를 주제로 한 협약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그래서 국제투명성기구 등에서도 우리나라의 반부패 협약을 주목하고 있다. 올 연말 협약 내용의 대부분이 실천되면 이 협약은 세계에 내놓을 대한민국의 대표상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시민운동은 1999년 반부패국민연대를 만들면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안다. 그때 주제를 반부패로 잡은 이유가 있나? =나는 오랫동안 민통련과 전민련 등에서 재야활동을 해왔는데, 98년 정권교체 이후 더이상 바깥에서 문제제기하고 비판하는 것만이 운동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바꿨다. 당시 나는 부패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면 부패 청산이 대단히 중요한 통로라고 판단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는 사회정의나 통합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당시 시민운동 쪽의 많은 사람들은 부패 척결을 특검제 도입 등 법률이나 시스템 문제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부패사건에 대한 적발이나 처벌로는 투명사회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사회문화까지 바꾸는 사회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봤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CPI)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146개국 가운데 47위, 경제개발협력기구 소속 30개국 중에서는 23위로, 부패정도가 여전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장은 국제투명성기구의 이사로 지난해 선출됐는데 부패문제와 관련해 한국사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부패지수상으로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부패도는 아직 높은 게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 사회는 다 썩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부패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는 엄청나다. 외국인도 놀라고 있다. 월드컵 4강이나 경제발전, 민주화 성공처럼 부패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사람들은 한다면 할 것이라고 외국인들은 신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잠재력으로 봤을 때 부패 문제도 이른 시일 안에 극복할 것이다.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면 청렴도 순위에서 전세계 10위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궁극적인 관심은 우리나라의 청렴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협약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투명사회로 나가는 과정에서 각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조정자 구실을 하고 싶다. 그 다음은 국제적 청렴체계 수립에 기여했으면 한다. 지구적 차원에서의 불균형 착취 구조라고 할까, 선진국의 저개발국 냉대 등을 극복해 지구의 평화와 각국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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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뒤안길
교회 목회활동은
일주일에 하루만… 인터뷰 중에도 김거성 사무총장의 휴대전화는 연신 울렸다. 반부패 투명 사회협약 체결과 관련된 ‘업무’ 전화였다. 시민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1999년 이후로는 목회활동보다는 사회활동에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협약 체결로 분주한 요즈음은 특히 더하다.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구리의 구민교회에는 일주일에 주일 하루만 나갈 뿐 나머지 6일은 투명성기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단다. 목회자가 그래도 괜찮느냐는 물음에, 빙그레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공직선거 후보자들의 전과기록을 공개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초창기 반부패국민연대 부회장을 맡은 효림 스님의 절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났는데 일부 지역 공직선거 후보자들의 구속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때 공직선거 후보자들이 출마할 때는 전과 사실이나 납세, 병역 등 공직수행과 관련된 과거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후 서명과 청원 등을 통해 법에 반영이 됐으니 보람을 느끼는 거죠.” 그러나 어려웠던 기억이 훨씬 많단다. “개별적인 부패 사안에 대한 추적이나 폭로를 금지하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원칙을 따르다보니 언론 등 사회적인 주목을 받기가 어려웠죠. 또 반부패 활동을 하는 사람은 통제의 주체이고 나머지는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회원을 확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후원금도 마찬가지였고요.” 가끔 벌어들이는 강연료 등 그의 수입이 고스란히 한국투명성기구 운영자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그만의 아픔이 아닐 것이다. “최근 몇년간 납세실적 제로”는 이 시대 이 땅의 시민운동가들이 받는 ‘훈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비싼 호텔 음료수값은 가난한 <한겨레> 기자의 몫이 됐다. 그래도 그는 기본적으로 낙관주의자였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국민의 저력으로, 앞으로 5년 안에 청렴도에서도 세계 10위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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