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6자회담 미국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 내정자는 ‘6자회담은 참가국들 모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북한의 무조건적인 6자회담 참가를 촉구한 것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메시지도 있다. 앞으로 열릴 6자회담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미-일 3자협의회의 핵심 메시지도 크게 보면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의 말은 일종의 부연 설명이다.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회담 상대로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북한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성명도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명분’, ‘충분한 조건’, ‘분위기’라는 말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그렇지만 이번 3자협의회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것처럼 회담이 ‘공회전만’ 하는 게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려 애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말처럼 ‘회담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요구에 화답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송민순 차관보가 “지금까지 비공개적으로 논의된 많은 사항들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든가, 6자 회담이 “모든 관심사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폭넓은 토론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알맹이’는 없다.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지난 21일 왕자루이 중국 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를 비롯해 그 동안의 접촉을 통해 한·미·일에 통보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방법을 포함해 논의했지만 밝힐 수는 없다”는 송 차관보의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왕 연락부장에게 한 말 가운데 “우리는 앞으로 유관측들의 공동의 노력으로 6자 회담의 조건이 성숙된다면 그 어느 때든지 회담탁(회담 테이블)에 나갈 것”이라는 대목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회담 ‘불참’의 논리를 강조하지 않고 ‘참가’ 쪽에 강조점을 뒀고, 미국만이 아닌 ‘유관측들의 공동노력으로’ 조건이 성숙될 수 있기를 기대한 것 등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3자협의회의 드러난 결과만을 놓고 보면 북한의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됐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3자협의회가 회담의 ‘문’을 열어놓은 것은 분명하다. 또 한국과 미국이 3자협의회 결과를 중국에 설명하고, 중국이 이를 다시 북한과 협의하는 외교적 ‘수순’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한-미-일이 논의했다는 ‘구체적인 방법’은 과연 북한에 대한 회담 ‘초청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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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달라진다” 메시지 |
지난 23일 6자회담 미국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 내정자는 ‘6자회담은 참가국들 모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북한의 무조건적인 6자회담 참가를 촉구한 것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메시지도 있다. 앞으로 열릴 6자회담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미-일 3자협의회의 핵심 메시지도 크게 보면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의 말은 일종의 부연 설명이다. “북한의 관심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회담 상대로 인정하고 공존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북한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성명도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명분’, ‘충분한 조건’, ‘분위기’라는 말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그렇지만 이번 3자협의회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것처럼 회담이 ‘공회전만’ 하는 게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려 애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의 말처럼 ‘회담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요구에 화답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송민순 차관보가 “지금까지 비공개적으로 논의된 많은 사항들을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라든가, 6자 회담이 “모든 관심사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폭넓은 토론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것은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알맹이’는 없다. 북한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지난 21일 왕자루이 중국 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를 비롯해 그 동안의 접촉을 통해 한·미·일에 통보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방법을 포함해 논의했지만 밝힐 수는 없다”는 송 차관보의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왕 연락부장에게 한 말 가운데 “우리는 앞으로 유관측들의 공동의 노력으로 6자 회담의 조건이 성숙된다면 그 어느 때든지 회담탁(회담 테이블)에 나갈 것”이라는 대목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회담 ‘불참’의 논리를 강조하지 않고 ‘참가’ 쪽에 강조점을 뒀고, 미국만이 아닌 ‘유관측들의 공동노력으로’ 조건이 성숙될 수 있기를 기대한 것 등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3자협의회의 드러난 결과만을 놓고 보면 북한의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됐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3자협의회가 회담의 ‘문’을 열어놓은 것은 분명하다. 또 한국과 미국이 3자협의회 결과를 중국에 설명하고, 중국이 이를 다시 북한과 협의하는 외교적 ‘수순’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한-미-일이 논의했다는 ‘구체적인 방법’은 과연 북한에 대한 회담 ‘초청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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