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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시민들 상당수가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목포 구도심 중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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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부는 시장 보궐선거 뜨거운 열풍…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자존심 대결 현장을 가다 유달산과 삼학도로 대표되는 인구 24만여명의 항구도시 전남 목포시에 때아닌 선거 열풍이 불어닥쳤다. 지난 1월12일 69살의 전태홍 시장이 갑작스레 집에서 쓰러져 사망하면서 4월30일에 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쪽엔 공천 희망 후보들 줄이어 새 시장의 임기는 2006년 6월30일로 16개월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호남정치 1번지’인 목포의 상징성 때문에 중소 규모 기초단체에 불과한 목포시장 보궐선거는 여느 국회의원 보궐선거 못지않은 정치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목포시장 선거를 통해 호남에서 완벽한 자기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열린우리당과, 이미 자기당 국회의원들이 당선된 전남 장흥·영암-해남·진도-목포-무안·신안-함평·영광-담양·곡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서남권 벨트’를 사수하려는 민주당의 신경전이 뜨겁다. 또 목포시의 새 수장이 되려는 예비후보들의 열망도 불타고 있다. 여론 조사상 당 지지율에서 10% 안팎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민주당쪽은 공천을 희망하는 후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 공식 후보로 선정되는 게 곧 당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한 탓에 2월 초순부터 일찌감치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들이 목포 시내 곳곳에 개인 사무실을 차려놓고 한달째 바닥을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21일부터 목포시 용당동 시청 기자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예비후보들의 출마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990002%%
서울시의원, 임창렬 경기도지사 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중앙정치 무대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젊은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목포시 선관위에 가장 먼저 예비후보 신청을 마쳤던 민영삼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24일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주당 외길 20년의 지조와 정책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3일에는 서남권의 중심도시 목포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교육 전문가를 자임하는 이호균 목포과학대 학장이 지지자 100여명과 함께 시청 기자실을 찾아와 민주당 공천을 받아 목포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10여년간 시 의원 활동 경험을 통해 지역 현안 사업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장복성 현 목포시의회 의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목포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최기동 전 목포시의회 의장, 전문 경영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목포의 고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종득 벽산건설 사장, 치과병원과 유치원 설립 등을 통해 시민과 함께 열심히 살아왔다는 배진석 전 목포시의원 등도 출마를 선언하는 등 25일 현재 6명의 예비후보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당선’이라고 확신하는 이들 민주당 예비후보는 오는 3월15일께 확정될 후보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놓고 벌써부터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면서 갈등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 지역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인 이상열 의원의 공정성과 중립성 유지 여부다. 이 의원은 목포지역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한화갑 대표 중심의 중앙당 지도부를 상대로 ‘탈당 불사’ 방침을 밝히는 등 배수진을 치면서 맞선 끝에 자신이 구상했던 시장 후보 선출 방식을 사실상 관철했다. 민주당 중앙당의 공직후보자자격심사특위는 논란과 진통 끝에 지난 22일 △1차로 공천을 신청한 시장 출마 희망자들 가운데 공정한 여론 조사를 통해 3명의 예비후보를 압축하고 △이 후보들 사이에 수차례 텔레비전 토론을 벌인 뒤 △여론조사와 민주당 목포지역 후원당원의 경선 결과를 각각 60%와 40% 비율로 합산해 최종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3단계 경선’인 셈이다. 그런데 이 방안이 이상열 의원의 기득권과 영향력을 인정한 규칙이라는 것이다. 이상열 의원이 특정 후보를 민다? 예비후보들은 특히 마지막 3단계에서 40%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선투표권을 행사할 후원당원의 자격을 지난해 12월30일까지 민주당에 가입한 1190명으로 한정한 것에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당시에는 아무도 전태홍 시장의 사망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현역인 이상열 의원이 후원당원 대부분을 모집했고 당연히 이 의원의 뜻에 따라 시장 출마 후보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마를 선언한 최기동 후보는 “이 의원이 당선된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시민경선·전당원 투표·여론 조사 등 세 가지 방식을 놓고 후보들이 격론을 벌인 끝에 모두가 승복하는 조건으로 경선을 치렀는데, 이번에는 출마 후보들을 상대로 어떤 의견도 묻지 않고 이 의원이 독단적으로 시장 후보 선정 방식을 결정했다”면서 “경선이 불합리하게 진행되고 민주당 예비후보들 사이에 집안 싸움이 벌어진다면 목포 시민들은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공정하게 후보가 정해질 경우 민주당 예비후보 6명 가운데 일부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열린우리당쪽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직접적인 경고인 셈이다. 민영삼 후보도 “이상열 의원이 특정 후보의 영입을 시도하고, 현 목포 부시장에게 최근까지 출마를 설득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공정한 경선을 통해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정하는 게 선거 승리의 열쇠”라고 말했다. 이상열 의원은 이런 우려에 대해 “지금까지 각 후보 진영에서 내가 어떤 후보를 민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았지만, 나는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해 선거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다른 쪽에 관심을 둬본 적이 없다”면서 “최종 결과를 보면 다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월25일 현재 등록을 마친 6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이상열 의원이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우려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미 민영삼·최기동·장석봉·정종득 등 4명의 예비후보가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후보직 공동 사퇴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등 이 의원쪽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정당 지지도와 하부 조직력 등에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후보 선정의 공정성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담보하고 선거전에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선거전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990003%%열린우리당도 고민은 깊다. 현재 열린우리당 목포시장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모두 4명 정도다. 지난해 4·15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이상열 민주당 의원에게 1만여표 차이로 패배한 김대중 서남권균형발전연구소 이사장, 그동안 각종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15% 이상 고정표를 획득해온 김정민 목포대 교수, 관선 목포시장 등을 역임한 정영식 전 행정자치부 차관, 김영현 전 목포시 당원협의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김영현 전 당원협의회장이 2월22일 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을 뿐 나머지 3명의 후보는 물밑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헌당규상 기초단체장 후보 선정 방식을 광역시·도당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전남도당의 위원장과 상임위원 선정을 위한 전남도당대회가 3월3일에 개최되기 때문에 후보들 사이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또 정당 지지도에서 앞서는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열린우리당 후보군의 갈등과 독자 출마를 막고,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을 후보로 선정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후보자들 대다수가 중앙당의 최종 방침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하며 공식 출마 선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990004%%
김대중, 목포시장이냐 금뱃지냐 일단 목포의 열린우리당 당원들 사이에 영향력이 막강한 김대중 이사장이 결심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은 “목포는 그동안 민주당 후보가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지역이었지만, 지난해 10월30일 기초의원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있다”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정해 승리해야 한다”는 원론을 밝힐 뿐 최대 관심사인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목포의 열린우리당 기간당원들 사이에서는 김 이사장이 16개월짜리 목포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공정한 관리자로 남아 다음 총선을 노릴 것인지에 따라 열린우리당 후보 선정의 향배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목포시 당원협의회의 핵심 관계자는 “김 이사장의 결정이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고심하는 또 다른 주요 변수는 김정민 교수의 움직임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목포의 각종 선거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현실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로부터 15~20%의 득표력을 과시하면서 ‘목포의 박찬종’으로 불려왔다. 그가 독자 출마를 강행할 경우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게 다소 뒤처지는 열린우리당은 더 불리한 구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어떻게든 김 교수 등 잠재적인 후보들의 독자 출마 선언 등 독자 행동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목포시 당원협의회 이승룡 조직실장은 “낙후된 지역경제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거기에 걸맞은 필승 후보를 뽑는다면 승산이 있다”면서 “중앙당과 예비후보, 당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당과 후보들이 함께 사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합동기자회견 방식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후보들 사이의 분열 방지와 후보 선정 결과 승복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민주당쪽 후보들은 너나 없이 “김정민 교수가 무소속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며 은근히 열린우리당의 내분을 부추기고 있다. 호남정치 1번지인 목포에서 승리를 위해 경쟁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내세우든 시장을 결정할 최종 권한은 목포 시민들에게 있다. 목포 시민들 역시 이번 시장선거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나름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목포시 구도심의 상징인 대명동 어시장에서 횟집을 하는 박영순(51)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 때문에 그 자리에 올랐는데, 대북 송금 특검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무시하고 그 부하들을 가두느냐”면서 “몇몇 젊은 세대는 열린우리당을 밀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40대 이상은 여전히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어구 재료상을 하는 우정남(49)씨도 “아직 목포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깨고 나간 데 대해 배신감을 갖고 있어 열린우리당을 두둔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심리적 저항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아무리 훌륭한 후보를 내도 민주당에 미련과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목포 시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목포 시내 곳곳에서는 이런 얘기가 적잖이 터져나왔다. 목표역 인근에서 쌀가게를 하는 오옥렬(70)씨도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민주당을 깨고 나간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표를 준 광주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다른 데는 몰라도 목포는 끝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포는 ‘끝까지 변하지’ 않을 것인가 물론 젊은 세대 일각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도 엿보였다. 목포의 신시가지인 하당동에서 만난 김영섭(38)씨는 “이제 무작정 민주당을 밀어주던 모습은 끝내야 한다”면서 “열린우리당이 후보만 잘 내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정영(36)씨도 “아직 민주당에 대한 일방적인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이제 그 환상을 깨고 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목포에서 더 이상 당은 안 따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목포경실련 김종익 사무국장은 이런 여론의 흐름과 관련해 “민주당이 조직으로 보나 정서로 보나 열린우리당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정강·정책에 아무런 차별성도 없고 근본적으로는 ‘한 통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정서가 녹아 있는 탓”이라며 “결국은 누가 더 도덕적이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느냐, 경선 불복 등 내부 이탈자 없이 후보를 선정하느냐에 선거 결과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어느 정당이든 상관없이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통해 전국 최고의 국민생활수급자 수로 대표되는 목포의 빈곤, 노령화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정책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 시민의 최종 선택이 이뤄질 때까지 이런 관심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목포= 글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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