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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2 18:26 수정 : 2005.03.02 18:26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기 앞서 김무성 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당직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이재오, 김문수 의원 “행정도시 반대” 완강
박 대표 “당론변경 불가”단호-양극 대립
‘우군’박세일 의장 마저 사퇴해 지도력 앙금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이 2일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그 정치적 후폭풍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한나라당에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한나라당이 아니라 두 나라 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내부갈등이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파와 반대파, 기권파로 엇갈렸다. 김덕룡 원내대표와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을 비롯한 7명이 특별법에 찬성한 반면, 맹형규·진영·최연희 의원 등 10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박근혜 대표는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석을 지켰으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재오·김문수·박계동 의원 등 행정도시 반대 농성파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표결 저지에 나섰다. 특별법을 둘러싼 당내의 불협화음이 표결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농성파들의 행동반경은 이미 박근혜 대표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다. 박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2일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고, 본회의 투표 때도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의 방관 속에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표결 저지에 나섰다.

농성파 쪽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박 대표 쪽과 수도이전 반대세력의 ‘이중 권력’ 상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합법과 비합법의 여부를 가리지 않고 행정수도 이전 반대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밤 수도이전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향후 대응체계도 갖췄다. 이들 반대파들은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서울시의회 및 경기도 의회, 시민운동 단체 등과 연계한 범국민운동,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 제기 등 구체적인 투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과 박 대표 사이의 감정의 골도 깊어질 대로 깊어져, 되메우기가 힘들어진 상태다. 수도권 출신인 안상수 의원은 지난 1일 박 대표에게 “이렇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가는 것은 대표의 대권욕 때문 아니냐”고 따졌다. 농성파 의원들은 “박 대표는 행정도시 건설 합의로 사실상 결딴났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이들의 말마따나 박 대표는 심각한 위기국면이라고 할 만큼 지도력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임명직 당직자 가운데 가장 높은 서열인 박세일 정책위의장이 당직에서 물러나며 의원직 사퇴 의사까지 밝힌 것은 박 대표가 처한 곤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의장은 지난 17대 총선 때 박 대표와 함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당의 두뇌집단인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박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박찬숙 제6 정조위원장도 의원직 사퇴를 검토하겠다고 가세했다.

당 관계자는 “박 대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이 임명한 정책위의장을 끝내 설득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한계를 노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박 대표는 당론 변경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정면 돌파’로 맞서고 있다. 그는 이날 반대파 의원들의 ‘4월 연기’ 요구에 대해, “4월 국회에서 행정도시법안을 처리하자는 것은 당론을 바꾸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표의 핵심 측근은 “행정도시법안이 2일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은 지도부의 사퇴를 의미한다”고 처음부터 ‘배수진’을 쳤다.

양쪽이 이처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어서 당내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점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반대파 의원들이 박 대표나 김덕룡 원내대표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하고 나설 경우, 당은 걷잡을 수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파의 한 의원은 이날 “박 대표는 몰라도, 적어도 김 원내대표는 당론 형성 과정을 소홀히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의원직 사퇴 가능성을 거론한 이재오·김문수 의원 등 강경파 의원들의 행보와 일부 당직자들의 추가 사퇴 여부, 범국민 반대운동의 전개 양상 등도 당이 빠져든 소용돌이의 크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당 안팎 보수 강경파들의 기류를 들어, 당이 깨어질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정재권 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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