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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03:29 수정 : 2005.03.03 03:29

여야가 `무정쟁'을 선언한 새해 첫 임시국회가또다시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는 `난장판'을 연출한 채 황망히 막을 내렸다.

여야가 모처럼 정쟁을 지양하고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을 챙기려는 모습 속에서회기초반 순항하는 듯하던 임시국회가 막판에 이르러 비타협과 감정싸움의 `고질병'이 도지면서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다시 일깨웠다.

이로써 극한대치와 파행으로 얼룩졌던 작년말 임시국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민생국회'의 면모를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불과 두달만에 되살아난 `파행국회'를 접하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2일 임시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의원들이 고성과 욕설에 이어 `육탄전'까지 주고받는 모습은 작년 3월 대통령 탄핵사태 당시의 본회의장 상황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치 냉소주의, 국회 무용론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김덕규 의장 직무대리가 행정중심 복합도시 특별법안을 표결 처리하는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날치기 통과"라고 격렬히항의하고 이에 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에워싸며 육탄 저지하는 모습은 `공수'만바뀌었을뿐 작년 탄핵안 가결 당시와 매우 흡사했다는 지적이다.

박관용 당시 의장이 탄핵안을 가결할 때 의장석 주변에서 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인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3선으로 중진반열에 들어선 김문수 의원이 항의의 표시로 서류뭉치를 던지고 물컵을 던진 것도 모자라 의장단상으로 뛰어 올라가 김 의장 직무대리앞에서 `위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위험수위에 이른 한국정치의 수준을 재확인시켰다는 비아냥거림마저 낳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회의장 점거와 농성이라는 실력 행사가 재연된데 대해 "구태정치의 전형"이라며 실망감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당론 추인절차까지 마무리된 사안을 뒤집으려고 새벽에 법사위 회의장을점거하고 못질까지 하며 의사진행을 방해한 것은 헌정사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길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안을 도출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처리를 놓고 이처럼파행을 빚은 것은 무엇보다도 17대 국회의 `타협과 양보의 정치실종'과 `리더십의붕괴'라는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만하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내 이견을 `교통정리'하는 과정에서 전혀 정치력을발휘하지 못한 채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으로서의 의미를 스스로 상실하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으로서도 특별법안을 직권상정과 비정상적 표결절차를 거쳐 강행처리한 점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시빗거리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임시국회는 서로 정쟁을 지양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제스처'를 보이기는 했으나 질적으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한국정치의 `퇴행성'을 다시 보여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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