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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11:12 수정 : 2005.03.03 11:12

2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안'이 통과되자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회의를 주재하던 김덕규부의장에게 의장명패를 던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장] 표결끝난 뒤 회의장에 남은 한나라 의원들의 분노와 자탄

2일 밤 11시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이 통과되었다.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서 여당과 합의한 바였지만, 당론과 무관하게 한나라당 반대파 의원들의 저항은 격렬했다. 일부 의원들(김문수 이재오 박계동 배일도)은 2일 새벽 법사위 점회의장을 점거농성하며 실력행사를 했고, 반대파들의 의견은 의원총회를 거치면서도 당론과 조율되지 못했다. 결국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된 행정도시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 23명이 표결에 참가한 가운데 찬성 158, 반대14, 기권6 표로 통과되었다.

행정도시법안이 상정-표결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반대파 의원들은 명패와 물컵을 던지고 몸싸움을 벌이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들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행정도시법안은 통과되었다. 반대파 의원들의 분노와 흥분은 본회의가 산회한 뒤에도 오래도록 가라앉지 않았다.

산회한 국회 본회의장에 남아 분노와 회한을 쏟아낸 한나라당 행정도시법안 반대파 의원들의 대화를 취재한 <한겨레> 현장기자의 메모로 전달한다. [편집자]


2일 밤 11시11분 국회는 행정도시특별법을 비롯한 다수의 법안들을 처리하고 산회를 선포했다. 한나라당 의원 40여명 국회 본회의 산회 선포 이후에도 회의장에 남아 울분을 토로했다. 아래는 본회의 산회 이후 회의장에 남아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내용이다.

△ 안상수=당을 팔아먹은 놈들 정말 심판할 거다.
△ 김문수=(의원들이 빠져 나가는 문을 향해) 위헌 판정까지 받고도 또 날치기! 이 역적들아!
△ 박계동=악의 씨앗들아! 국민의 심판을 받을 거다.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막으려면 왜 못 막아! (지도부 앉아있던 뒷좌석에 삿대질하며) 지도부 먼저 반성해야 한다. 남북이 갈리고, 이제 우리 어떻게 하냐. 전라도에서 경상도에서 지역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 이재오=열린우리당이 여기 다 모여가지고 날치기한다는데 의총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나!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나.
△ 전재희=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 이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 이재웅=이건 무효고 날치기다.
△ 김용갑=무효통과. 날치기 통과에 대한 성명서 내자!
△ 안상수=이건 날치기 무효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투쟁해나가야 한다.
△ 김문수=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 전재희=날치기 통과다. 20년 동안 행정 공무원해서 국가기구가 분산되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한나라당이 찬성해도 국민들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데 기다려주지 않고 날치기를 했다. 반대토론 한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법적 절차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들 용납 안할 것이다. 비상한 사고하지 않으면 난관 헤쳐나갈 수 없다. 저는 한번도 밥을 굶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죽을 각오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단식에 들어가겠다. (울먹이며)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함께 나서달라.
△ 김광원=혼자 단식해서 될 일 아니다. 힘을 키워야지. 외부 시민단체와 연대해야 한다. 단순히 흥분해 될 일 아니다.
△ 안상수=국회법을 무시한 것에 대해 지체 없이 위헌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외부 시민단체, 교수들과 연대하기 위해 당내 구심점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제고해야 한다.
△ 심재철=이 상황 뚫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이 문제 뚫고 가야 한다
△ 안상수=특위 만들어 연대해 싸워 나가야 한다.
△ 전재희=연대하더라도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 안택수=내일(3일) 오전에 의총 열어야 한다. 현재 52명의 의원밖에 남지 않았다. 과반수 넘어 당당하게 해야 한다. 당 지도부 다 도망가고 없는 상태 아니냐?
△ 박계동=과거에 57명, 70명의 의원들로도 정국 주도하던 때가 있었다.
△ 안택수=내일 의총 열어야지. 당에 어디 이런 법이 있었냐. 여기 원내대표도 없다. 뭐가 있냐. 이런 놈의 당이 어딨냐!
△ 김용갑=(송영선 황진하 의원 등이 나가려 하자) 다 어딜 가!
△ 허태열=내일 아침 의총 열어 얘기하자.
△ 이군현=우리가 힘을 키워야 한다.
△ 이재웅=비대위 서명 해달라.

(이 즈음 권철현 이계진 김문수 박계동 심재철 이재웅 안상수 전재희 이방호 김문수 유정복 이혜훈 정두언 안택수 홍준표 고경화 의원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음. 홍준표 의원은 뒷자리에 혼자 앉아 가만히 상황을 지켜봄)

△ 안택수=내일 정식으로 해야자. 지금 40명도 안되는데, 내일 아침에 하자. 내일 의총 소집요구를 받아주든 안 받아주든 우리는 다 모일 것 아니냐.
△ 배일도=야당이 야당다워야 한다.
△ 안상수=지도부는 사퇴하고 조기 전대를 열어야 한다

(2일 밤 11시30~40분쯤 의원들은 원내대표실에 가서 추가 대책을 더 논의하자며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원내대표실에 남은 의원들은 10여명으로 줄었다.)

△ 배일도=못 막아 오히려 죄송하다. 조직적으로 연대해 싸워나가야 한다.
△ 김문수=정당한 절차없이 통과됐다. 민주주의를 한단계 떨어뜨리는 것. 제 1야당인 한나라당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앞으로 위헌 심판해야 한다. 또 ‘수도이전비상대책위’ 서면으로 출범했다.
△ 이재오=모든 방법 동원해 앞으로 막아내겠다.
△ 박계동=여당이 군사작전하듯 통과시켰다. 우리는 다시 독재시대로 돌아간 것이다. 한나라당 자기 소임 못했다. 둘로 쪼개져 버거운 싸움을 했다. 그러나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과반 이상이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법안이다.
△ 배일도=정치란 머리가 아니라 가슴과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배우고 실천해왔다. 국민들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채워주지 못하면 정당으로서 가치가 없다.

(이후 의원들 해산)

전여옥 대변인 “한나라당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난 어항 신세” 처절한 자탄의 논평

한편,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3일 전날의 행정수도법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한 논평을 내어 “한나라당은 지금 바닥에 떨어뜨린 어항”이라고 비유하며 “산산이 조각난 파편이 있”다고 인정했다. 전 대변인은 “저마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물고기들이 고통스럽게 펄떡거리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라며 이는 “물고기들이 살아가야 할 넓고 큰 바다로 가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아래는 전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이다.

<한겨레> 정치부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3일 한나라당 논평] 한나라당은 정당의 생명력을 실험중이다

행정도시 특별법안의 후폭풍은 거셌다. 마치 지진해일이 쓸고간 듯 참담한 흔적이 국회 본회의장 구석구석에 남고 말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방식, 이런 결과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같은 목적지를 가기 위한 진통이며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국민여러분께 감히 말씀드린다. 노선투쟁은 있되 목적지투쟁은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하나이며 불멸하는 정당의 생명력을 두고두고 발휘할 것이다. 정당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주변환경에 따라 반응하고 적응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진화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바닥에 떨어뜨린 어항과 같다. 산산이 조각난 파편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저마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물고기들이 고통스럽게 펄떡거리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두가 원래 물고기들이 살아가야 할 넓고 큰 바다로 가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센 싸움을 거쳐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칠은 갈등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지금 더 거대한 용광로에서 휘저어져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물질로서 용해되어야 한다.

정당의 경쟁력은 예고된 위기이건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이건 이 모든 것은 모든 이의 기대를 넘어서는 역전의 기회로 만드는 능력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정당만의 연금술이다.

2005. 3. 3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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