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원내대표 경선 라운드’ 돌입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오른쪽)가 5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도중 김무성 사무총장(왼쪽끝) 쪽으로 몸을 기울여 얘기를 듣고 있다. 연합

박 대표, 당내혼란 수습차원 “11일 선출”
반대파 ‘관심’ 일부 여전히 “지도부 사퇴”
강재섭·맹형규·김문수의원등 출마 밝혀

행정도시건설 특별법 문제로 내분사태로 치닫던 한나라당이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급속히 원내대표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당내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조기 원내대표 경선 카드를 꺼내들자, 반대파들도 경선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지도부 총사퇴와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고 있다.

◇ 수습 나선 박 대표=한나라당은 5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표는 회의에서 “당을 다시 단결시키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당의 빠른 수습을 바라고 있고, 원내대표단이 빨리 구성돼야 당이 수습되는 모습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대파들을 끌어안는 모습도 보였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데 대해 “의원직 사퇴 뜻만은 접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고, 단식농성 중인 전재희 의원에 대해서도 “빨리 단식농성을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갈테면 가라”는 식의 결기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반대파의 기세가 한 풀 꺾이면서, 이를 당 수습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표는 애초 6일 자신의 미니홈페이지 개설 1돌을 맞아 남산에서 걷기 행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전 의원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며 이를 연기하기도 했다.

◇ 원내대표 누가 나오나=원내대표 경선 날짜가 확정되면서 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6일 현재, 5선의 강재섭(대구 서), 3선인 맹형규(서울 송파갑)·김문수(경기 부천소사)·권철현(부산 사상)·안상수(경기 의왕·과천) 의원 등이 직·간접으로 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역시 3선인 권오을(경북 안동)·안택수(대구 북을)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들 중 영남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강재섭 의원과 중도파의 지지를 받는 맹형규 의원, 비주류 강경파의 대표주자격인 김문수 의원이 앞서가는 구도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강 의원은 박 대표와 같은 ‘티케이’ 출신이라는 점이, 맹 의원은 전임자인 김덕룡 원내대표와 가깝다는 점이 각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도시법 반대를 주도한 김 의원은 지나치게 ‘반 박근혜’ 성향이라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후보들끼리의 합종연횡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각 중도파 의원 모임인 ‘국민생각’의 회장과 고문을 맡고 있는 맹 의원과 강 의원은 이미 단일화를 위한 접촉에 들어간 상태다.

박 대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행정도시법에 격렬히 반대하면서 지도부를 공격해온 김문수·안상수 의원 보다는 중도 성향의 맹 의원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새 원내대표가 다시 행정도시법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상수 의원은 이날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선 날짜를 전격적으로 11일로 잡은 것은 지도부가 원하는 인물을 원내대표로 앉히려는 의도”라며 “지도부는 행정도시법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고 경선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광섭 류이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