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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1 14:05 수정 : 2005.03.11 14:05

12일은 16대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연합(사진 위) 지난해 3월20일 탄핵무효 촛불집회. 이승경 기자(사진 아래)



3월12일 1돌…탄핵5인방 책·성명으로 당시 탄핵 정당성 강변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한 16대 국회의원으로서 탄핵소추 의결의 시대적 정당성과 헌정사적 의의에 대한 나의 확신은 변함이 없다. 머지않아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할 것을 굳게 믿는다.”(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
“날짜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단순하게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니다.”(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12일은 16대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통과시킨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었다가 지난해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판결을 내려 60여일 만에 대통령 업무에 복귀했다. 탄핵 당시 40여석에 불과했던 집권 여당은 탄핵의 바람을 타고 원내 과반을 넘긴 거대여당으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박관용 국회의장을 비롯해 최병렬 한나라당 전대표, 조순형 민주당 전대표, 홍사덕 한나라당 전원내대표는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거나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쓸쓸히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언론에 ‘탄핵 5인방’으로 오르내렸던 그들은 1년이 지난 지금 탄핵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 “노무현 헌법무시로 또 다른 위헌사태 야기”

▲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가 탄핵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해 3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대표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현재 탄핵의 주역 가운데 가장 확실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사람은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다. 조 대표는 탄핵 뒤 “지역감정을 온몸으로 뚫겠다”며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낙선했다. 그는 낙선 뒤 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으며 측근들은 “아직 정계은퇴를 선언한 것이 아니다”며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는 11일 ‘탄핵 1주년에 즈음한 나의 소회와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언론에 돌렸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한 16대 국회의원으로서 탄핵소추 의결의 시대적 정당성과 헌정사적 의의에 대한 나의 확신은 변함이 없다”며 “머지않아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할 것을 굳게 믿는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비록 탄핵소추를 기각했으나 국회의 탄핵소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고 입헌주의·법치주의를 확립시킨 역사적 계기로 헌정사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인정하고 헌법준수의무를 엄중하게 경고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복귀 이후 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사학관계법, 수도이전 등을 추진하면서 헌법무시로 일관해 또 다른 위헌사태를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하여 일조나마 한 사람으로서 나는 노 대통령이 당선 때의 감격과 취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여 새 출발할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며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이 아니라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대통령 후보로서 공약한 국민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용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

탄핵의 한나라당쪽 주역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최병렬 전대표, 홍사덕 전원내대표 등은 언론과의 접촉을 삼간 채 비교적 차분하게 탄핵 1주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탄핵이 옳았다”는 소신과 탄핵의 불가피성에 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그 연장선에서 정치적 재기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관용 전 의장은 탄핵안 처리과정에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까지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과 처리에 앞장섰다. 그는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자업자득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는 말로 ‘유명’해졌다. 그는 17대 국회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를 은퇴한 뒤 지금은 부산 동아대 석좌교수로 한달에 1∼2번씩 강의를 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탄핵 1주년을 앞두고 11일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는 도전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탄핵 정당성에 대한 확신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박 전의장은 이 책에서 대통령 탄핵안 상정 및 의결 과정의 배경과 의미, 절차적 정당성 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책 제목과 관련해 “나는 평생을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나한테 주어진 이름”이라며 “내 뜻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1년전 당시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너한테 달려 있다’며 매달렸고, 열린우리당은 반대하면서 아무도 내 편은 없었던 절대고독의 상황이었다”며 “내가 평생 살면서 그리 고독함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전 의장은 또 “탄핵 전날까지 의사봉을 잡을 줄 생각도 못했는데 아침에 결심했을 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두려움도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박 전 의장은 “제일 아쉬운 것은 절대로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며 “내가 전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자고 전화했을 때 만났으면 절대 (탄핵안 통과를) 안했다.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다”라며 “(노 대통령이) 그것을 왜 피했는지 가장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아직도 분노를 느끼나’라고 묻자 “분노라는 게 있나, 다만 아쉽다”라며 “그러나 솔직히 탄핵 후폭풍에 대한 울분은 지금도 쌓여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 전 의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이란 엄청난 사태가 지나갔음에도 어느 누구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그 사건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 정리할 필요를 느꼈다”고 책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최병렬 “날짜도 기억 안난다”
홍사덕 4월 보선 출마설, 정치권 만나며 물밑접촉

▲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한나라당 최병렬대표와 홍사덕총무가 지난해 3월15일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예상치 못한 여론의 역풍으로 고민하고 있다.(연합뉴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17대총선 뒤 현실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한때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등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관선 서울시장’시절 관여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활동에만 일부 관여할 뿐 대외활동이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요즘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정치활동 재개에는 큰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탄핵과 관련해 “날짜도 잘 기억 안난다. 단순하게 이렇다, 저렇다 할 문제가 아니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 전 대표는 얼마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지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홍사덕 전 원내대표는 정치복귀에 적극적이다. 그는 탄핵 촛불집회 참가자를 ‘이태백, 사오정’으로 비하해 전국의 백수들로부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총선때 고양 일산갑에 출마했으나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에 무릎을 끓었다. 그는 총선 뒤 서울 종로에 사무실을 내고, 탈북자단체인 ‘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요즘에도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등 정치 재계를 위한 물밑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4월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밖에 유용태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지인들을 만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외활동이 없다. 그는 정계복귀 의사도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래는 조순형 의원이 11일 낸 성명서 전문이다.

<한겨레> 박종찬, 류이근 기자 pjc@hani.co.kr


[조순형 개인성명] 탄핵 1주년에 즈음한 나의 소회와 입장

1.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한 16대 국회의원으로서 탄핵소추 의결의 시대적 정당성과 헌정사적 의의에 대한 나의 확신은 변함이 없으며 머지않아 역사는 올바르게 평가할 것을 굳게 믿는다.

2. 헌법재판소가 비록 탄핵소추를 기각했으나 국회의 탄핵소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고 입헌주의·법치주의를 확립시킨 역사적 계기로 헌정사에 자리잡을 것이다.

3.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인정하고 헌법준수의무를 엄중하게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복귀 이후 이제까지 국정수행에서 헌법무시의 자세와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하여 국가보안법의 합헌성을 확인하고 폐지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하였고, 대다수 국민과 야당, 언론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하고 있으며, 위헌소지가 명백한 언론관계법을 통과시키고 위헌적 사학관계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또한 수도이전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하여 헌법을 준수하고 국법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전면 수용하지 않고 그 결정취지에 반하는 행정도시 특별법을 강행통과하여 또 다른 위헌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4.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의 기각결정과는 상관없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대상이 된 근본적 원인에 대하여 심각한 반성과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년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노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국내·외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할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3년이 지난 실패한 2년의 결코 반복이 되어서는 안된다.

5.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하여 일조나마 한 사람으로서 나는 노대통령이 당선 때의 감격과 취임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여 새 출발할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이 아니라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대통령 후보로서 공약한 국민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2005. 3. 11. 16대 국회의원 조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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