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나라당 ‘P-mart’포럼 운영위원들. P-mart의 운영원리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
[한겨레21]
의원·당료·보좌진 ‘신분차별’ 없이 신선한 아이디어 모으는 한나라당 ‘P-mart’ 포럼 정당과 국회의 중심은 국회의원이다.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건 좋다. 보좌관·비서관과 당 사무처 당료들은? 이들은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회의장에는 의원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보좌진·당료들은 뒷줄의 배석자에 그쳤다. 권위주의적 풍토 속에서 ‘2등 국민’으로 취급되는 경향도 있었다. 미국 정치권은 다르다. 젊은 엘리트들이 보좌진으로 진입해 전문적 스태프 대우를 당당하게 받는다. 직무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신분 차별’은 없다. ‘계급’ 구분 없는 운영방식
이런 가운데 일종의 ‘신분 해방’ 운동이 한나라당에서 시도되고 있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주관하는 ‘P-mart’ 포럼이 그것이다. P-mart는 Policy-mart의 줄임말로, 정보와 지식,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장 개념으로 제안됐다. 지난해 11월11일부터 매주 한 차례씩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조찬 포럼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P-mart의 신분 해방적 요소는 의원과 당료, 보좌진을 동등한 자격으로 선발해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데서 시작한다. 초기 출범을 주도한 윤건영 의원은 “정치권에 들어와보니 모든 게 의원 중심이었다. 그러나 당의 정책역량을 높이려면 현장을 뛰는 당직자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지닌 젊은 보좌진과 함께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전문가 영입 성격(연세대 교수)으로 국회에 진출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다. 따라서 권위주의에 한결 덜 물든 사람이다. 윤 의원은 한나라당 당직자 노조위원장과 보좌진협의회장에게 “함께 만드는 포럼”을 제안했다. 노조나 보좌진쪽이 당연히 환영할 일이었다. 일사천리로 논의가 진행돼 의원 3명, 당료 3명(노조 추천), 보좌진 3명으로 1차 포럼(5주차) 운영위원회가 꾸려졌다. 현재 P-mart의 2차 포럼(8주차) 운영위원회에는 정두언(48·운영위원장), 박재완(50), 나경원(42)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당료는 권태식(50) 전문위원, 김영인(37) 대변인실 팀장, 김소양(27) 디지털정당본부 차장이 참여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은 하현철(45), 정광윤(43), 신용출(40)씨가 가담했다. 정두언 의원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모임 원리를 설명했다. 실제로 운영위원회는 발표자 선정 등 포럼 운영을 기획할 때 각자의 아이디어를 ‘1인 1문건’으로 내도록 했다. 의원이건 보좌진이건 ‘계급장을 떼고’ 난상토론을 벌인 것이다. 그 결과 올해 2차 포럼 8주차 가운데 첫 번째로 진행한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2월17일)의 경우는 막내이며 여성인 김소양씨의 아이디어였다. 2주차 서경석 목사는 정광윤 보좌관의 제안이 채택됐으며, 4주차 3월10일 이석연 변호사는 윤건영 의원이 제안했다. 의원과 보좌진, 당료의 제안이 고루 반영된 셈이다. 조찬포럼 현장운영 방식도 바꿨다. 의원, 당료, 보좌진 할 것 없이 고루 돌아가며 사회를 맡도록 했다. 보통 40~50명쯤 참석하는데 처음에는 의원들이 앞줄 로열석에 앉았다. 그러던 것이 ‘의원님’과 ‘평민’의 구분 없이 오는 순서대로 자리를 차지하는 분위기가 잡혔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3월10일 포럼(국회 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은 행정수도 이전 헌법소원 승소로 유명한 이석연 변호사가 나서 ‘행정도시법의 문제점’ 등을 발표했다. 참석자는 40명쯤으로, 의원 9명에 나머지는 당료·보좌진, 일반 시민들이었다.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 토론 순서가 되자 김문수·맹형규 의원과 보좌관 한 사람, ‘신당동에서 왔다’는 시민 등이 앞다퉈 손을 들었다. 1시간여의 발표·토론 끝에 정두언 운영위원장은 “요즘 여야간에, 또 한나라당 내부에서 싸움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만 P-mart는 붉은 띠를 질끈 동여매고 공부만 하자”는 말로 일정을 맺었다. P-mart의 신분 파괴를 가장 반기는 사람들은 역시 보좌진·당료들이다. 정광윤 보좌관은 “보좌진은 그동안 몸싸움할 때 인력동원 대상이 되는 식으로 정치권의 종속변수였다”며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대의 젊은 아이디어를 유통시킬 공간도 넒어진 셈”이라며 “정책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했다. 3월3일 포럼 사회를 맡았다는 김소양 차장은 “사무처 당직자로 일한 지 4년밖에 안 되는데 당 차원의 행사를 이끌어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
||||||
모이는 사람 많지 않아 고민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긴 어려운 일이다. 첫째로 지난해 11월부터 다섯달째 주례 포럼을 운영 중인데 모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처음에는 당 소속 의원·당료·보좌진에게만 알리다가 최근 1만2천여명에 이른 한나라당 홈페이지 가입자들에게도 안내 메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40~50명, 그것도 ‘늘 보는 얼굴’이 절반 이상 되는 탓이다. 둘째로는 운영위원 3명을 빼고 나면 이곳을 찾는 의원이 1~2명밖에 안 될 때가 많다고 한다. 기자가 찾은 3월10일에는 마침 다음날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때문에 의원들이 늘었다. 경선 출마자인 권철현·맹형규 의원이 ‘겸사겸사’ 포럼을 찾았다. 이를 두고 포럼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고위 공직자 또는 대기업 경영자 등으로 목에 힘을 잔뜩 주던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런 면도 있다”며 “정책 토론을 즐기는 풍토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P-mart의 신분파괴 실험에는 유쾌한 구석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몇몇 참가자들의 즐거운 체험을 넘어, ‘큰 울림’으로 퍼져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한겨레21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 |
||||||||||||||
![]() |
대학생 참여 넓히고 싶다
인터뷰 | P-mart 운영위원장 정두언 의원
|
![]() |
||||||||||||
![]() |
![]() | ||||
![]() |
▶[한겨레21] 바로가기
![]() 고령사회가 코앞이라며 전 사회가 호들갑이다. 2030년에는 국민 4명중 1명이 노인이라는 예상수치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고령사회의 위기를 체감하는 이들은, 미래의 노인들이 아니라 오늘의 노인들이다. 그들은 어떤 차별과 편견에 시다릴며 무엇을 고민하는가. 늙음과 노인에 대한 의식을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가. ![]() 불어나는 살에 위협받는 정신지체 아동들. 다운증후군이나 자폐 아동만이 아니라 교통사고·뇌졸중 등으로 중도장애인이 된 경우에도 비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이들을 위한 해결책은 없는가. ![]() 출판사들이 신문·방송의 새책 소개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 서점 메인 화면 쟁탈전을 벌이던 이들은 이제 서평 전문가 인큐베이터, 북로그에 주목한다 ![]() 처음엔 다들 미쳤다고 했다. 기상 정보가 어떻게 돈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주)케이웨더는 맞춤형 기상 정보 서비스로 우뚝 일어섰다. ![]() 중국 당국에 ‘문제교수’로 찍힌 자오궈뱌오 베이징대 교수가 중국 언론통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밝히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가 전하는 ‘정보 돼지우리’의 현실이 자못 놀랍다.
| ![]() | ||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