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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신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오전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인사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총리실로 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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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금융분야는 '이대로 죽~'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14일 새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한 신임 부총리가 ‘한국경제호’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부총리가 지난 1년 동안 국무조정실장을 지내 누구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부동산 안정과 내수 진작에 각각 무게를 둔 앞선 2명의 부총리와는 달리 한 부총리의 경우 통상과 산업 쪽을 두루 섭렵한 경력에 걸맞게 적극적인 대외 개방과 실용주의적 산업정책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적극적 대외 개방 전망=한덕수 경제팀이 대외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데는 그의 경력이 한몫을 하고 있다.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 정부 안에서도 통상통으로 불리는 한 부총리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과 한-미 투자협정 실무협의를 주도했고,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관가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는 국내 이익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교육·의료·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개방 일정이 좀더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용 증대 효과가 큰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참여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초 새해 기자회견과 취임 2주년 국회 국정연설에서 “선진 통상국가로의 도약”을 거듭 강조한 것도 한 부총리의 경제정책 방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개방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에 따른 고용 파급력을 감안할 때 시급한 과제”라며 “대외업무 경험이 많은 새 부총리의 취임으로 서비스 개방이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계에서는 한 부총리가 과장 시절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로 옮겨 차관까지 지낸 경력을 들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폐지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거시경제, 금융 쪽은 큰 변화 없을 듯=한 부총리는 거시경제와 금융 쪽을 직접 다뤄보지 못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번에 거론됐던 부총리 후보군 가운데 강봉균 의원이나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이런 경력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경부 간부들은 이들 분야의 경우 이미 로드맵과 구체적인 정책 과제들이 마련된 상태여서, 집행만 남은 만큼 과거 경험의 유무가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부동산 정책의 경우 지금처럼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쪽으로 갈 개연성이 높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의 재정 조기집행과 하반기의 종합투자계획,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대책 등 경기 활성화 정책을 비롯해 생계형 신용불량자 지원대책 등 금융 정책은 실행만 남은 상태”라며 “이처럼 이미 준비를 마친 사업들은 누가 부총리로 오든 기조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재계 "환영" 증시 "무난" 재계는 한덕수 새 경제부총리를 ‘국가 경제운용을 위한 식견과 능력을 갖추고 시장과 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관료로 치켜세우며 크게 반겼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해 주기를 기대했다. 재계의 이런 반응은 신임 부총리가 ‘시장주의자’에 가까우면서 청와대 경제수석,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등 행정 경험을 두루 겸비한 인물이라는 데 기인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논평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을 펼쳐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경련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있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업구조 개편도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통상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법률,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부문의 시장 경쟁과 개방이 과감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일단 정부가 추진해온 종합투자계획의 주요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업 규제를 완화해 투자가 적극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이뤄지도록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을 신임 부총리가 펼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증권가도 ‘무난한 인사’라며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는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예측이 가능해진다”며, “그런 시장을 중시하고 실물경제에 밝다는 점도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자체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정 상무는 “경기부양이나 성장과 분배의 조화 등 기존 정책을 그대로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내수 회복에 좀더 신경 쓰고, 원-달러 환율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는 변동성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정남기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한 부총리 일문일답
"경제살리기 주문한듯" 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무조정실장으로서 그동안 현 정부의 경제정책 마련에 참여해 왔다”며 “일체의 변화 없이 지금껏 해온 대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총리 발탁 배경은 뭐라고 보나?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내에 선진한국의 토대를 상당 부분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선 공약 기본과제 100개와 지난 2년간 만든 로드맵 100개에 대한 추진상황 점검과 조정하는 일을 국무조정실장으로서 해 왔다. 이런 일련의 일을 앞으로도 추호도 변함 없이 재정경제부로 옮겨가서 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본다. 둘째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등 모두가 참여해서 만든 경제활성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는 뜻으로 본다. -앞으로 정책 추진 방향은? =대체로 부처의 장관을 바꿀 때는 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인데, 이번에는 정책 기조를 계속해 달라는 의미다. -통상전문가로 거시경제에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 경제의 과제는 첫째, 경제를 살리고 거시경제적인 안정을 이루는 것이고, 둘째, 선진경제의 한국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나는 그런 쪽으로 공부를 계속해 온 사람이다. 또 국조실장으로서 그동안 계속 참여해서 정책을 만들어 왔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통상 개방을 그동안 강조해 왔는데? =노 대통령도 선진개방을 선진경제의 요소로 제시한 바 있다. 선진개방 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외된 분들에 대한 보호 조처를 해 가면서 선진개방 국가로 가야 한다. -주요 경제부처를 거치지 않아 조직 장악에 문제가 있지 않겠나? =재경부의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안다. 그들과 얼마든지 융화할 수 있다. 그런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경제 회복은 어디까지 왔다고 보나? =우리 경제가 요즘은 굉장히 희망을 보이고 있다. 또 우리 국민들이 엄청나게 위대한 국민이기에 잘 되리라고 본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신임 한 부총리는 누구?
통상 해박 '닥터한' 신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통상 전문가다. 행시 8회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1982년 부처간 교류 때 옛 상공부로 자리를 옮겨 통상산업부 차관과 초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통상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뛰어난 영어실력에다 통상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 하버드대학 경제학 박사 등 화려한 경력으로 외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안에서 “‘닥터 한’의 말이라면 신뢰해도 괜찮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1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된 데 이어 이듬해 경제수석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2002년 한-중 마늘 파문이 불거지자 2000년의 한-중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 뒤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과 산업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 참여정부 2대 국무조정실장으로 기용돼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이해찬 국무총리와 손발을 맞춰왔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 정문수 경제보좌관이 경기고 63회 동기동창이다.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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