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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7일(현지시각)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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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쪽에 ‘대담하고 포괄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등 한층 유연해진 대북정책 기조를 선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표는 워싱턴에서 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데 이어, 17일 낮(이하 현지 시각) 헤리티지재단 연설에서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대담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담하고 포괄적인 접근’의 예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북-미 수교 등을 들었다. 핵을 포기하면 이런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밝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 대북특사 파견을”
“북-미 양자대화 중요”
“대담·포괄적 접근을” 박 대표의 이런 언급은 북한의 무조건적인 회담 복귀를 요구했던 한나라당의 기존 태도와 비교하면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또 “대북 특사파견 등 미국이 좀 더 전향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거나,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미 양자대화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북한을 배려하는 말도 했다. 이와 함께 “만약 김정일 위원장을 다시 만난다면 그를 설득하겠다”고 말해, ‘다시 방북할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박 대표의 이런 발언들은 미국 방문이라는 계기를 활용해, 유연한 대북관을 과시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에서 지나치게 강경하고, 미국 중심적’이라는 평가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과거사법 등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내 누구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여, 최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방문중 ‘강경파’ 이미지 벗기 행보
박 대표를 수행 중인 박진 의원은 “이번 방미의 키워드는 ‘전향성’”이라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나라당이 반통일적이라거나 대북 강경파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런 유연성이 실제 당 차원의 대북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당내 강경·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구체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순간 강경·보수파들이 격렬한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 대표 자신의 논리에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 대표는 전날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간담회에서 “남북관계는 대치하면서도 교류·협력해야 하는 이중성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은 군사적으로 주적이 맞고, 주적이 아니려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강경론을 유지했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얘기하면서 국가보안법 문제에서는 태도 변화가 없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박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문제들을 잘 풀어갈 수 있도록 국회 남북관계특위 등에서 잘 협력할 것”이라고 새삼 ‘의욕’을 보였다. 워싱턴/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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