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박용진 전 대변인이 당의 독도문제 대응과 관련해 “전혀 진보정당답지 못하고 대중에 입맛에도 맞지 않는 즉자적 결정이며 국수주의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18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당이 한국인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독도경비대에 고춧가루를 전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방송용 카메라와 신문기사 사진 한컷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보정당의 지도부가 기껏 시민단체가 해도 될 만한 퍼포먼스로 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를 민중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기대 이하의 발상이고 대중의 입맛에도 안맞는 즉자적인 결정”이라며 “누군가 국수주의적 태도 아니냐고 한들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영토문제는 우익에게는 자국내 민중을 선동하고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좋은 소재이지만 역사적으로 영토문제가 파멸적 전쟁의 결과를 가져와 해당국 노동자와 민중들 모두에게 불행이었던 점 때문에 좌파정치세력에게는 곤혹스러운 문제”라고 전제한 뒤 “그만큼 조심스럽고 원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간 문제, 양국 문제에 있어 우리 좌파 정치세력들,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의 분명한 원칙은 국제연대이고 자국내 우익 폭력주의자들의 국가간 충돌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과 '민족'이란 울타리를 넘는 단호한 입장과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정당 할일은 퍼포먼스 아니라 일본 진보정당과의 연대"
그는 이어 “한반도 진보진영의 대표체인 민주노동당이 있어야 할 곳은 국제연대의 깃발 아래이지 일본대사관 근처 불타는 일장기 앞이 아니다”며 “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잠들어 있는 일본의 진보와 양심이 침묵을 깨고 일어날 수 있도록 일본 좌파정당 단체들을 일깨우는 것이지 경비대가 잘 지키고 있는 독도방문과 고춧가루 전달 행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변인은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향해 “국회 앞 계단에 나란히 서서 대형 태극기 펼쳐놓고 보수정당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서 있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며 “진보정당임을 자부하고 좌파정치세력임을 분명히 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그저 299명 의원들 중 한명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변인은 “원칙없는 노선변경이 일본 사회당 공산당의 분열과 몰락을 가져왔고 사회당, 공산당의 몰락과 좌파세력 없는 오늘날이 일본의 불행이듯이 민주노동당의 원칙없는 태도와 내부분열이 당의 몰락 뿐 아니라 한국의 불행일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독도 문제에 대해 당의 원칙없음을 에둘러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독일 사민당의 배신이 세계대전이라는 대참화의 시작이었듯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당의 모습은 스스럼 없이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일부의 감정적 대응에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무능한 태도임을 깨달아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광주에서 일어난 휴대전화 수능시험 부정사건과 관련해 일제시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1980~1990년대 학생운동조직인 남총련을 수능 부정사건을 열거한 뒤 “광주 학생들의 놀라운 조직력은 남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켜 대변인직을 사퇴한 바 있다. 다음은 박 전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을 요약한 것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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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민노당 전 대변인의 이메일 1. 고유영토에 대한 일본 우익의 억지 주장에 모두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일본 내부의 우익들이 발호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정부와 정치권, 몇몇 단체가 앞다퉈 보여주고 있는 분노의 대처방식이 과연 “일본 우익들을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한 한 일본어 교수의 답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일장기 태우고 허수아비 불사르는 일을 민주노동당 청년위원회가 했지만 일본 우익들은 오히려 “한국인들이 일본국기를 욕보였다”며 일본인들을 선동할 것이 뻔하다. 마치 한총련이 시위에서 성조기를 불사르자 미국내 일부 언론이 이를 악용했던 것처럼. 민주노동당의 분노 방식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영토문제는 우익에게는 자국내 민중을 선동하고 정치적 성장을 도모하는 좋은 소재이지만 역사적으로 영토문제가 파멸적 전쟁의 결과를 가져와 해당국 노동자와 민중들 모두에게 불행이었던 점 때문에 좌파정치세력에게는 곤혹스러운 문제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원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2. 국가간 문제, 양국 문제에 있어 우리 좌파 정치세력들,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에게 분명한 원칙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제연대이다. 자국내 우익 폭력주의자들의 국가간 충돌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과 '민족'이란 울타리를 넘는 단호한 입장과 행동이다. 일본의 양심은 일본 노동자 민중에게 "왜 이런 분란이 일본인들에게 부끄러운 짓이 되고 있는지 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침묵을 벗어던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올바른 태도이고 우선 진행했어야 할 태도이다. 이를 통해 일본인들이 우익의 소리를 외면하고 그들의 정치적 기반을 허물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우익정치세력에게 가장 무섭고 아픈 결과이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정당들이 외면받고 배척받듯이 일본우익은 자국에서 포위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이러한 요구와는 달리 전혀 진보정당 답지 못하다. 우선 지도부가 독도를 방문해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며 고춧가루를 전달하겠다는 퍼포먼스 기획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혹시 방송용 카메라와 신문기사 사진 한컷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진보정당의 지도부가 기껏 시민단체가 해도 될만한 퍼포먼스로 이 문제에 대한 당의 어떤 입장과 태도를 민중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대 이하의 발상이다. 대중의 입맛에도 안맞는 즉자적인 결정이다. 누군가 국수주의적인 태도 아니냐고 한들 뭐라 변명할 말이 없다. 21일 독도에 가겠다는 당 지도부의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게다가 21일이면 방송사며 온갖 사회단체 등이 독도를 다녀간 뒤여서 그다지 관심대상도 안될 듯 하다. 3.다시 말하지만, 일본 우익의 발호를 막는 일차적인 책임은 일본 내부의 몫이다. 군국주의 세력에 의해 일본인 전체가 인류 앞에 죄를 지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일본 내부의 양심세력과 좌파정치세력들이 나서야 한다. 일본 우익의 성장에는 그들의 무능력과 침묵이 있었음을 우리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함께 싸우자고 호소해야 한다. 특히, 이미 일본 정치권내 극소수 정당으로 몰락하였다 하더라도 스스로 강령과 당명을 지키고자 한다면 일본 사회당과 공산당에게 일본 내 우익세력의 독도문제 주장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일 것을 민주노동당은 요구하고 연대계획을 제안했어야 한다. 한통속인 일본 정부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내는 것은 아무 소용없음을 한국정부의 태도에서 우리는 익히 보아오지 않았는가. 독도문제에 대해 조선사회민주당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함께 일본내부에서의 적극적인 투쟁을 독려하는 노력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당은 요구해야 한다. 일본 공산당과 사회당에 국제연대의 정신과 양국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우선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또한 당은 요구해야 한다. 당과 여러 경로를 통해 교류한 바 있는 일본내 진보적 단체와 노동조합들이 함께 우익들의 발호를 막아내기 위해 내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다행히 시마네현의 조례안 가결때 공산당 소속 의원은 항의 표시로 퇴장했고 (사회당출신의 좌파 의원으로 추측되는) 민주당 소속 의원 2명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4.한반도 진보진영의 대표체인 민주노동당이 있어야 할 곳은 국제연대의 깃발 아래이지 일본대사관 근처 불타는 일장기 앞이 아니다. 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잠들어 있는 일본의 진보와 양심이 침묵을 깨고 일어날 수 있도록 일본 좌파정당 단체들을 일깨우는 것이지 경비대가 잘 지키고 있는 [독도방문과 고춧가루 전달 행사]가 아니다. 박정희랑 닮았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인제가 97년 대선에서 독도를 방문해 만세를 불렀던 모습이 떠올라 민망할 지경이다. 제발 보수정당, 보수정치인들과는 다른 정치적 행보를 민중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아마도 오늘 독도를 찾아야 할 사람들은 정치인들이나 방송사 기자들 아니라 김대중 정권의 한일어업협정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우리 어민들의 보람찬 노동의 땀방울과 노동요이어야 할 듯 하다. 오늘 독도문제를 이지경까지 만들어 온 책임은 일본에게 비굴했던 군사정권 뿐 아니라 독도 근처에서의 조업권을 사실상 포기했던 김대중 정권과 정상회담에서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말했던 현정권까지 한국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하는 당의 성명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 일제지배를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한국내 우익들이 영토문제에서는 일본우익들에게 발끈하는 모습은 코미디이지만 보수정당과 차별없는 진보정당의 태도와 입장이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국회 앞 계단에 나란히 서서 대형 태극기 펼쳐놓고 보수정당의 국회의원들과 함께 서 있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진보정당임을 자부하고 좌파정치세력임을 분명히 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그저 299명 의원들 중 한명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오늘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의 모습에서 1차 대전 직전 전쟁불사를 원하는 대중들의 요구에 굴복했던 독일 사민당의 슬픈 그림자를 보았다는 어떤 이의 느낌이 지나친 것이기를 바란다. 원칙없는 노선변경이 일본 사회당 공산당의 분열과 몰락을 가져왔고 사회당, 공산당의 몰락과 좌파세력 없는 오늘날이 일본의 불행이듯이 민주노동당의 원칙없는 태도와 내부분열이 당의 몰락 뿐 아니라 한국의 불행일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독일 사민당의 배신이 세계대전이라는 대 참화의 시작이었듯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당의 모습은 스스럼 없이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일부의 감정적 대응에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무능한 태도임을 깨달아야 할 듯 하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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