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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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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외무회담 북핵 ‘선포기 후안전보장’ 입장 그대로
한-미 중국 적극적 역할 촉구 머물러 20일 열린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북한의 조속한 6자 회담 복귀’와 ‘회담장 안에서 북미 양자대화’라는 미국의 기존 방식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북한이 요구한 ‘여건 성숙’은 물론, 한국과 중국이 희망한 ‘분위기 조성’에 대해서도 ‘화답’은 나오지 않았다. 핵무기 보유와 6자 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전개된 외교적 노력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은 방한에 앞서 일본 조치대(상지대) 강연에서 북한을 ‘주권국’이라고 명시하는 ‘성의’를 보였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감안한 외교적 수사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고 심사숙고 끝에 발표된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해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북한 핵 문제가 북미 현안만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6자 회담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북핵 문제는 지역문제이자 국제문제라는 것이다. ‘회담장 안에서 북미 양자대화’가 제한적인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으로선 ‘우려사항(안전 보장)과 관심사항(경제 지원)’에 미국이 어디까지 참여할 것인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6월 3차 회담에서 미국이 밝힌 내용을 재강조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다자적 안전 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고, 에너지 제공에 대해서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으나 미국의 참여에 대한 보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요구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과 핵폐기의 첫번째 조처로서 이른바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한 ‘동결 대 보상’에 대해 진전된 태도로 보기 어렵다. 한미 두 나라는 결국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라는 해법을 다시 내놓는 데 그쳤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에는 중국에 대해 북한을 ‘설득’하기보다는 ‘압박’하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주권국으로 언급한 것도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이 분명한 자세로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주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데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날 한미 외무장관 회담은 물론이고 라이스 장관의 노무현 대통령 예방에서는 예상 외로 독도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특히 노 대통령은 10분 이상 라이스 장관에게 독도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를 ‘강의’하듯 설명했다.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협력 구축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내세워 일본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동북아 협력구도 구축이란 틀에서 최근 한일 관계 현안의 근원과 성격을 설명하고, 이런 문제가 극복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노대통령 독도·교과서 ‘강의’…예방 25분 초과 ■ 라이스 방한 21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에 머문 시간은 약 21시간이다. 그는 공식 일정의 바쁜 틈을 쪼개서 활용했다. 도착 직후 서울공항에서 이화여대 국제학부 학생 16명을 만나는가 하면, 20일 아침 일찍 국내 인터넷 매체 기자들과 1시간 가까이 토론하는 등 젊은 세대와 접촉을 넓히려고 애썼다. 19일 오후엔 성남 미군기지인 캠프 탱고의 지하벙커 지휘통제소를 둘러봤다. 라이스 장관 방한의 초점은 2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 예방에 맞춰졌다. 실제로 애초부터 두 나라 외무장관 회담이 30분으로 잡힌 데 견줘 예방은 45분 동안으로 잡혔다. 실제로는 예방은 예정을 훨씬 넘겨 1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한-일 현안으로 불거진 독도와 교과서 문제 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권진호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대통령께서 강의를 좀 했다”고 말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왜 이런 문제들이 동북아 협력구조 정착에 장애 요인이 되는지 역사적 사실을 들어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이 ‘잘 들었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의 노 대통령 예방 시간이 길어진 탓에 정동영 장관과의 면담은 6자 회담과 북핵 문제 등 중심으로 이뤄졌다. 라이스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을 거듭 강조했고, 정 장관은 “북이 협상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면 6자 회담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라이스 장관이 동서 냉전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냉전을 끝내는 데 역사적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옛소련 전문가인 라이스 장관이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의 소련 정책을 입안한 경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콜린 파월 전 장관은 정동영 장관을 만나면 ‘요즘 남북관계가 어떠냐’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라이스 장관은 남북관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기문 장관은 한-미 외무장관 회담 이후 열린 라이스 장관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한-미 연합 연습이 벌어지는 가운데 라이스 장관이 도착하자마자 이를 지휘하는 미군 벙커로 이동한 것은 외교관례를 벗어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이는 북한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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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공통현안”
■ 일문일답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 뒤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6자 회담 안에서 북-미 양자 대화가 가능하다’는 데 한국과 미국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히면서도, 이는 북-미 양자회담이 아닌 어디까지나 6자 회담의 틀 안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강한 이해를 보이고 있고, 일본·중국·러시아도 그렇게 말해 왔다”며 “따라서 북-미 현안이 아닌 한반도 주변국들의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회견에 앞서 머리 발언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푼다는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북한이 지체 없이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과 동시에 북핵 해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북한 공격의사없어 6자복귀때 협조 가능” 이날 회견은 낮 12시20분부터 50분까지 30여분 동안 진행됐으며, 내외신 기자 등 150여명이 회담장을 메웠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책임있는 자세를 들어 상임이사국 진출에 유보적 자세를 보였으나, 라이스 장관이 이번 일본 방문에서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식 지지한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민들은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데? =(라이스) 미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다. 그리고 상임이사국 선정에 앞서 추가로 안보리 개혁과 유엔 개혁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6자 회담과 북-미 양자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 아닌가? =(라이스)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러시아 등 6자 회담 참가국들은 매우 강하게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는 6자 회담을 통해서 지속적인 대화를 원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6자 회담 참여국들이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적인 사안이다. =(반기문) 지난 2월 미국 방문 때도 확인한 것이지만, 6자 회담 틀 안에서 북-미 양자회담은 상호 입장 이해에 도움이 된다. 북핵 문제는 미-북 문제라기보다는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라이스 장관은 이에 덧붙여 북-미 회담은 6자 회담 테이블 안에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말함) -어제 일본에서 행한 강연에서 북한을 ‘주권국’으로 표현했는데, 이 발언은 북한의 분위기 개선 요구에 대한 우회적 발언으로 볼 수 있는가? 북한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압박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라이스) 북한이 주권국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엔회원국이며 6자 회담에서 협상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반복적으로 의도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 6자 회담 안에서의 안정보장 조처 구상을 제시해 왔다. 또 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 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연료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6자 회담 밖에서 곤경에 처한 북한 주민을 위해 식량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6자 회담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존경과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제시되기를 바란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자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을 계속할 것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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