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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1 16:18 수정 : 2005.03.21 16:18

내부망 개통뒤 밤 8시 넘어 온라인의 34%처리

‘한밤중에 키보드 치는 대통령.’

윤태영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1일 청와대 일일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의 <국정일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온라인 집무 실적을 소개했다. 윤 실장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내부통신망인 ‘이지원’의 문서관리시스템을 통한 보고가 시작된 이래 지난달말까지 대통령은 모두 958건의 온라인 보고를 받았다”며 “이는 한달 평균 240건 정도를 처리한 셈”이라고 소개했다. 시간대별로는 밤 11시대에 전체의 약 14%에 달하는 135건을 처리했고, 밤 10시대 117건, 9시대는 72건, 8시대에는 76건을 처리했다고 그는 전했다.

각 수석실이나 보좌관실의 보고에 대해 노 대통령이 리플 형태로 하는 의견이나 지시도 다양하다고 한다. 지난 4일치 ‘국내언론보도분석’에 대한 지시 내용 중에는 ‘일본 역사 교과서 관련 동향에 즈음하여, 일본의 일련의 동향을 함께 종합평가하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지, 미리 대책을 강구해 봅시다’(안보보좌관)는 내용이 있었다. 보고 내용에 대한 꾸중과 질책도 있는데, ‘정책실장 선에서 적절히 주의 바람’ ‘이 한 건의 처리에 대통령의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를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열람하는데만 30분’ 등도 있었다.

윤 실장은 “참여정부 들어 달라진 청와대 문화 중 하나인 대통령과 실무자간의 격의없는 대화는 이제 온라인망을 통해 그 폭과 깊이가 더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 국정일기 <9> 전문 : 키보드 치는 대통령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의 달라진 풍경 중 하나는 밤 늦도록 키보드를 치는 대통령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직급에 구애받지 않고 모니터 앞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시스템 대통령, 정보화 대통령이다.

작년 11월 이지원의 문서관리시스템을 통한 보고가 시작된 이래 지난 2월말까지 대통령은 모두 958건의 온라인 보고를 받았다. 한 달 평균 240건 정도를 처리한 셈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은 199건에 대해서 다시 지시를 내렸다. 또 대통령은 같은 기간 동안 127건의 별도 지시를 했고 48건의 시스템 개선 요청을 했다.(온라인을 통한 지시, 의견 통계)

시간대별 처리 현황을 보면, 밤 11시대에 전체 958건 가운데 약 14%에 해당하는 135건을 처리했다. 그 다음은 밤 10시대로 117건이다. 밤 9시대에는 72건, 8시대에는 76건을 처리했다.

공식 행사가 끝나는 오후 5시 무렵도 98건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밤 12시와 새벽 1시도 각각 51건, 35건으로 적지 않은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퇴근은 했지만 대통령의 일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새벽 6시에 4건, 새벽 5시에 1건의 문건을 처리한 기록도 있다. 결국 새벽 2, 3, 4시대에만 문서처리 기록이 없는 셈이다.

보고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은 다양하다. 대개의 경우 각 수석실이나 보좌관실로 지시를 내린다. 하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지난 3월 4일자 ‘국내언론보도분석’에 대한 지시 내용을 소개한다.

-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경영 확산은 동반성장의 중요한 전략의 하나입니다. 이것을 상생을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적극 지원하는 방안 모색 바랍니다.(경제수석실)
- 일본 역사 교과서 관련 동향에 즈음하여, 그 밖에 일본의 일련의 동향 함께 종합평가하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지, 미리 대책을 강구하여 봅시다.(안보보좌관)
- ‘첨단 미디어의 혁명이 시작됐다’ 칼럼관련-변화된 미디어 환경과 새로운 홍보 전략을 다시 한 번 이론적 학문적 접근으로 다듬어 내놓는 방안 검토 바랍니다. 변화된 정치환경도 함께 포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홍보수석실)
- 의료이용 형평과 건강보험 사명-이 칼럼 소론에 관하여 논평 정리 바랍니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와 공공서비스를 조화를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듯 합니다. 조화로운 발전 방안이 없을까요? 해답을 찾아 봅시다. (정책실)

정책적 지시사항이 대부분이다. 만족한 경우 ‘잘 보았습니다’하고 한마디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자-알 보았습니다’도 있다. 대만족의 표시일 것이다. 월요일 수석 보좌관회의에 올릴 것을 지시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때로는 보고서에 대한 만족을 간단한 공개 지시 멘트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잘 읽었습니다. 공개하면 어떨까요?”

“대국민 보고감입니다.”

물론 꾸중과 질책도 있다. 이 경우 직설적인 것도 있지만 우회적인 것도 있다. 직설적인 것의 대표적 사례는 ‘정책실장 선에서 적절히 주의바람’, ‘토론과 보고를 다시 합시다’ 등이다.

우회적이지만 신랄한 지적도 있다.

‘부속실, 취지가 없는 문서까지 올리는 것은 좀 심하다. 다음부터는 취지를 요약할 것’, ‘이 한건의 처리에 대통령의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것인지를 판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열람하는 데만 30분’.

사용 과정의 불편이나 어려움은 곧바로 시스템 개선 지시로 이어진다. 얼마 전 공들여 작성한 문서가 착오로 시스템 안에서 사라지자 대통령은 탄식 반, 질문 반의 지시문을 달아서 내려 보내기도 했다.

“관련 지시 한번 하고나서 본문 기재가 그냥 있는지 확인하느라고 처리한 문서에 가서 보니 문서처리, 관련지시, 본문 기재 모두가 간 곳이 없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달라진 청와대의 문화로 꼽혔던 것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과 실무자 간의 격의 없는 대화였다. 이제 그 폭과 깊이는 온라인 망을 통해 더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필체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오탈자도 그대로 전달된다.

키보드 치는 대통령으로부터 살아있는 언어가 나온다. 2월 25일 국회연설과 3.1절 연설이 그러했다. 혁신 관련하여 대통령이 공무원에게 보낸 편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이 직접 친 원고다. 이헌재 부총리의 사퇴와 관련하여 쓴 편지 역시 대통령이 직접 쓴 원고이다. 앞으로는 글을 더 자주 쓸 예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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