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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2 11:32 수정 : 2005.03.22 11:32

18일 오전 KBS를 항의 방문한 김무성 의원(왼쪽 두번째) 등 한나라당 의원이 정연주 KBS사장(맨 우측)에게 전재희·박세일 의원 시사패러디 방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BS 내부 “정연주사장 결정 문제…사과 철회하라” 성명

KBS2TV <시사투나잇 헤딩라인뉴스의 누드패러디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이 한나라당의 항의방문을 받고, 시사투나잇의 패러디 코너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KBS 내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 직원들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내부 제작시스템을 보호해야 할 사장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불만을 품은 국회의원들의 항의를 받은 뒤 제작진과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프로그램 중단 약속을 한 정 사장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연주 사장은 지난 18일 한국방송사를 항의방문한 김무성 사무총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국회의원 7명에게 “이번 사건이 개인적으로 KBS 사장으로 취임한 뒤 제일 화나는 일이었다. 당장 시사패러디 코너를 없애야겠다는 게 제 뜻이고, 벌써 그렇게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번 패러디 사건은 공중파 채널의 품위나 품격을 떨어뜨리고 부적절한 일”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여성비하와 성적 모욕을 느끼게 했다.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연주 사장 “이번 사건이 KBS 사장취임뒤 제일 화나는 일” 사과


이에 ‘시사투나잇’ 제작진은 이날 정 사장을 만나 제작진과 상의 없이 ‘헤딩라인 뉴스’ 코너 폐지를 대외적으로 약속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노동조합도 21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한 사과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KBS 프로듀서협회도 22일 성명을 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 사장의 한나라당 요구 수용은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사수해야 할 공영방송 최고 경영자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 제작진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프로그램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명확히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침해이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공영방송 대표로서 방송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제작진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 사장이 한나라당과 보수신문과 함께 공분하며 프로그램 코너를 당장 내리겠다고 정치권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게다가 면전에서 ‘KBS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양식의 문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 의원이 KBS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하는 정 사장의 모습에선 비굴함과 함께 KBS인으로서 자괴감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관련 정치권의 외압이 프로그램 제작자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로 이어질 경우 이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시사투나잇’ 정찬필 피디는 “사장이 프로그램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프로그램 폐지 등 의사결정을 할 수는 있지만 제작진과 한마디 상의없이 대외적으로 해당 코너 폐지를 약속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내부에서 잇달아 성명이 발표되고 있지만 문제를 키우려는 뜻은 없다. 사장 혼자만의 결정이 코너 폐지로 이어지는 선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문제를 키우려는 뜻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시사투나잇’은 21일 방송에서 누드패러디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정식으로 유감을 표시했으며, 이번주까지 ‘헤딩라인뉴스’를 방영하겠지만 조만간 다른 코너를 선보일 계획이다.

“헤딩라인뉴스 코너 폐지는 지나친 결정”

이에 앞서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윤원석)와 전국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성명을 내어 한국방송의 해당 프로그램 폐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어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인터넷기자협회는 “어느 누가 성화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갖는다는 것인가”라며 “정작 음란한 것은 단순한 패러디에 불과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이 발끈한 이유는 ‘성화 패러디’를 보고 음란한 짓이라고 여기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머리”라고 논평했다.

민언련도 “‘시사투나잇’은 이번 사태를 보다 수준높은 패러디를 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이번 논란으로 ‘헤딩라인뉴스’를 폐지한다거나 해당 프로그램을 문제있다고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또 누리꾼들도 KBS의 해당 시청자 게시판, 포털사이트, 언론사 사이트에서 정 사장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파주금촌’은 “한겨레신문 출신으로, 언론개혁에 힘쓸 줄 알았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다니 정연주 사장 정말 실망”이라고 글을 남겼으며, ‘나자리노’는 “전쟁에서 부하장수를 보호해주지는 못할망정 적장과 담판으로 부하장수의 목을 베다니, 초심으로 돌아가달라”고 주문했다. ‘화전민아들’도 “정연주 사장의 발언은 매우 경솔했으며, 충분한 근거나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며 “폐지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본질은 한나라당의 방송 길들이기 의도”

한편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시사투나잇’ 때리기는 패러디 수위에 대 한 논쟁이 아닌, 한나라당의 한국방송 길들이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기자협회 윤원석 회장은 “본질은 한나라당의 방송 길들이기 의도”라며 “이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미디어몹만의 문제가 아니며, 인터넷 기자협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찬필 피디도 “이번 사건은 지속적으로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 갖고 있는 한나라당 스스로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됐다”며 “기회를 노리고 있던 한나라당이 ‘패러디’라는 건수를 잡자 선정적으로 공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개폐 등의 보도와 관련 ‘시사투나잇’의 편파성을 이유로 취재나 인터뷰 등을 거부해 왔다. 한나라당은 21일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지진보도과 관련해 “재난 방송을 해야 할 KBS가 제 시간에 방송을 하지 않았다”며 “공식사과와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 약속 등을 하라”고 KBS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다.

아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의 성명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성명서] 정 사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사과를 철회하라

한나라당 국회의원 7명이 18일(금) 오전 KBS를 항의 방문해 15일에 방영한 시사투나잇 헤딩라인 뉴스에 대해 공식 사과와 제작진 문책,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재희 의원과 박세일 의원을 '낙원상실'이라는 명화에 빗대 표현한 것은 공당에 대한 모독이며 여성비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연주 사장은 자신이 KBS에 온 뒤로 가장 화가 나는 일이라며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헤딩라인 뉴스를 당장 없애겠다며 한나라당의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노조는 이런 정사장의 태도가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사수해야 할 공영방송 최고 경영자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패러디 문화에 대한 국내 역사가 깊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민정서의 허용 폭이 외국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정치권이 제작진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프로그램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명확히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침해이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영방송 대표의 기본적인 자세는 방송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제작진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게다가 외압의 주체가 제 1야당인 막강한 정치권력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한나라당과 보수신문과 함께 공분하며 프로그램 코너를 당장 내리겠다면서 정치권에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공영방송인으로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면전에서 'KBS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양식의 문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 의원이 KBS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에 대해서도 한마디 대응도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하는 정 사장의 모습에선 비굴함과 함께 KBS 인으로서 자괴감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패러디 뉴스가 공영방송의 품위를 손상시켰는지를 논하기 전에 정사장의 이런 태도가 공영방송의 품위를 훼손시킨 것은 아닌지 되물어 봐야 할 것이다.

시사투나잇에 대해서는 그 내용과 형식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더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공영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적 해결책을 찾아야지 보수 신문의 비판과 한나라당의 항의 방문으로 예고도 없이 당장 내리겠다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라고도 불 수 없다.

노조는 정치권의 외압이 프로그램 제작자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로 이어진다면 이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경영진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2005년 3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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