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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5 12:05 수정 : 2005.03.25 12:05


[사진설명]“나만 또 왕따(?)” 25일 강원도 춘천 베어스타운 관광호텔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당의장.상임중앙위원 후보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왕따 논란'속에 있는 유시민 의원이 사회자가 자신을 건너뛰고 한명숙 의원을 소개하자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 의원 차례에 자신을 소개하고 자리에 앉은 한 의원도 웃음으로 맞장구쳐 주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인터뷰] ‘수난시대’ 유시민 의원…‘왕따’의 이유?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의원은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정동영계는 용서할 수 없고, 김근태계와는 연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유 의원은 25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분파주의’라는 비판과 관련해 “그동안 독선적으로 해왔던 말의 후과로서 받는 업보”라며 “그 비난을 모두 안고, 지고 가겠다”라고 말했다.

-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반 정동영, 친 김근태’를 얘기한 이유는?


= 두 사람을 지칭해서 얘기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을 둘러싼 정치인 집단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두 정파에 속한 정치인들의 정치문화 차이점을 표현한 것이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흔히들 지티(GT)계, 디와이(DY)계라고 부르지 않나. 나도 <한겨레21> 인터뷰 때, 지티계, 디와이계라고 말했을 뿐이다. 장관 두 분이야 우리당의 창당공신이고, 정치선배이며, 다음 대선의 유력한 예비후보들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 신세도 많이 진 분들이다. 두 분에 대해 품평하거나, 공격한 것은 아니다. 단지 두 분을 둘러싼 정치그룹 사이의 정치노선과 조직노선의 차이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또 두 그룹 사이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읽는 사람들이 두 분을 공격한 것으로 읽는 것이다.



- 그래도 당내에서는 두 장관을 이번 전당대회에 끌어들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끌어들이기는 뭘 끌어들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미 당을 떠나, 내각에 가 있는 분들이다. 그 분들하고 당의장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파 얘기를 한 것이다. 당내에 정파가 있고, 정파간 경쟁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그 점을 가리켜 정파가 있다고 얘기하면, 끌어들인 것이고, 분열주의자이고 그런가? 납득이 잘 안간다.

- 하지만, 지난 총선때 당시 정동영 의장의 공천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나?

= 그것은 그것일 뿐이다. 지난 대선 때는 오히려 김근태 장관하고 100% 의견이 상충했다. 내가 김근태 장관 문하생인데도 그랬다. 잘못한 게 있으면, 누가 됐던 비판하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도 대선 초기 소극적으로 나왔을 때 공개편지도 보내는 등 의견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전당대회 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일방적이고 전면적으로 정 장관을 지지했다. 정 장관이 당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당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분은 지금 정부에서 자기 과제에 충실히 일하고 계신 분들이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인재들이다. 내가 개인적 사감을 가질 필요 없다. 김근태 장관을 더 좋아한다거나, 어느 편에 섰다거나 하는 것 아니다.

의사소통의 문제다. 이런 때 의견이 맞으면 같이 가는 것이고, 저런 때 의견이 맞지 않으면 다투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한번 가까와지면 마르고 닳도록 같이 가야 하느냐. 선배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옳으냐. 그때 그때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다투기도 하고, 같이 가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방식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뽑힐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 정당개혁의 완성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비춰 볼 때 소위 디와이계보다는 지티계가 대화가 잘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장에서 시군구 당원협의회를 구성하는 것도 협력이 잘된다. 이후 정당개혁이라는 지도부의 과제를 위해 자연스레 협력하게 된 것이다. 전남 도당위원장 선거 때 등에서 국민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을 조건도 뭐고 없이 지지한 것이다.

- 다음 대선 때 현재의 지지와 반대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냐?

= 다음 대선 주자의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대선에 임박해서,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그 요구에 누가 잘 호응할 수 있는지,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누가 더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등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대권을 얘기하는 것은 전부 작문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동료 의원들이 분파주의자로 비난하는데…”

▲ 2004년 12월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철우 의원이 간첩이라는 발언에 항의해 소리치는 유시민 의원. 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현역 의원도 적지 않다. (사진/ 한겨레 김경호 기자)


- 동료 의원들은 유 의원을 가리켜 분파주의자로 비난하고 있다.

= 뒤로 남몰래 적대행위하고 다니면 문제가 안되고, 공개적으로 대놓고 적대적이라고 서술하면 분파주의라고 몰리고 있다. 예비선거를 치를 때 어떤 의원들은 유시민이 3등만 해도 당이 깨진다며 국회 의원회관 방마다 찾아다녔다. 어떤 의원은 또 공개적으로 ‘유시민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은 5명도 안된다’고 말했다. 유시민이 당의장이 되면 국회의원들이 협력을 안할테니 찍지마라는 얘기다. 대의원들에 대한 협박 아니냐. 또 송영길 의원은 온 국민이 보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나한테 적대적인 언급을 했다. 나는 내가 하는 방식이 당당하고 떳떳하고 합헌적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총선 이후 다수당을 차지한 그 좋던 초창기 4개월을 기간당원제를 폐지하기 위해 허송세월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해, 이강래 의원이 반박했는데.

= 그 부분은 표현이 잘못됐다. 인터뷰 기사에 왜 그렇게 실렸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나가는 말로 ‘아! 용서가 안되네. 용서가…’라고 말한 것 같다. 왜 흔히들 가벼운 농담조로 그렇게들 말하지 않나. 그걸 기사로 옮기다 보니, 표현이 무거워진 것 같다.

기간당원제 문제는 디와이계와 조직노선이 완전히 달랐다. 이강래 의원이 폐지 또는 완화하려고 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의원의 제안대로 하면 기간당원제는 없어지는 것이다. 종이당원제고 동원당원제가 되는 것이다.

- 그러면 그냥 이강래 의원에 대해 비판하면 되지, 왜 디와이계라고 일반화시키나?

-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 과정에서 이 의원이 줄기차게 완화 내지 폐지를 주장했다. 이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당 지도부는 침묵하고.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이 의원의 개인적인 고집이라기 보다는 당 지도부, 즉 당시의 당권파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본 것이다.

- 그 때는 정동영이 아니라, 신기남 의장 시절이었는데.

= 흔히 당권파 하면 천·신·정인데, 신 의장은 이후 물러났고, 천정배 원내대표도 사표를 냈으니, 당권파에서는 정동영 장관만 남아, 디와이계라고 한 것이다.

- 이 의원은 또 유 의원이 당 의장도 안 나온다고 공언하더니, 말을 바꿨다고 비판했는데.

= 그 말을 할 때는 지난해 7~8월로, 기간당원 문제로 싸움이 극도로 고조될 때였다. 왜 이렇게까지 기간당원제를 반대할까 생각해보니, 당시 당헌·당규대로 하면 올해 3월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6개월 전인 2004년 9월에 기간당원 모집이 끝난다. 당시 기간당원이 2만5천명이니, 2명중 한명은 나를 지지하는 표다. 내가 무조건 1등하게 돼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유시민이 당권접수한다고 하더라는 말이 퍼졌다. 그래서, 아 이 사람들이 기간당원 없애려고 하는 이유가 내년 봄 전당대회 때 내가 무조건 유리하니,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게 무서워라면, 내가 출마안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말에 기간당원의 자격을 전당대회 60일전으로 양보했다. 당신들이 한번 당원을 모아와봐라는 것이다. 그 결과 당원이 25만으로 늘었다. 그 가운데는 90%가 당비를 내기로 약속만 한 약정당원이다. 이제 당원의 구성 분포가 9대 1 게임이 된 것이다. 이런 당원 분포에서 내가 출마해서 당원 중심의 정당개혁이라는 아젠다가 얼마만한 득표를 얻을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정치하는 존재 목적이다.

“내 정치적 진로는 ‘식탁 위 소금’
상처난 데 소금을 뿌려대는 역할”

▲ 유시민 의원 (사진/ 김경호 기자 )


-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는 유 의원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이른바 ‘유시민 비토’로 불리는 정서적 거부감도 폭넓다.

= 나도 평소에 동료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당의장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내 스스로의 정치적 진로를 ‘식탁 위의 소금’으로 정했다. 생채기 난 데 소금을 뿌려대는 역할이다. 나도 말할 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 인정한다. 그런데 내 스스로 정한 역할 때문에 일부러 과장해서 얘기하고 극단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래야 당이 경각심을 갖기 때문이다. 기간당원제 논란 때도, 기간당원제를 완화하면 일부 당원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일부러 당이 깨진다,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하는 식이다.

지금 받는 비난은 그 후과로서 업보를 받는 것이다. 내가 받아야 할 벌이다. 그 비난을 안고, 지고 가겠다. 그래서, 나 개인에 대해 공격하는 것에 대해 일언반구 말을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 내가 맞을 수 밖에 없는 매이고, 내가 욕먹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독선적으로 했던 것은 인정한다. 분명히 내 책임이 있다. 틀린 말, 정당성 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더라도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말을 한 것이다. 그 반작용으로 나를 좋아하지 않거나, 나를 비난하고, 나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다. 내가 안고 가겠다. 이 정도면 그래도 공평하지 않느냐.

몇달전 의총장 밖에서 정장선 의원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라고 말했다가, 의총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개인적으로 찾아가서도 사과했다. 그 뒤로는 다른 의원들에게 험하게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동료의원들로부터 비판받은 심정은 어떤가?

= 그냥 담담하다. 당의장 출마를 결심할 때 당내 어떤 분이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라고 충고하더라. 공천 때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고, 기간당원 논란 때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다. 자기 인기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씹으면 미워했다. 이런 마음을 반성하고 있다. 내 생각하고 다르다고 해서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반성하고 있다. 이제는 정서적으로 평정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약간 격정적으로 표현하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안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과거에 사람들을 미워했으니, 그 사람들이 지금 나를 미워하는 것이다.

워낙 오랫동안 독설적인 비판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당분간 몇년 동안은 비난을 받아야 하겠지. 세상사가 그런 것 아니겠나.

당 지도부에 들어가면 묵묵히 일하겠다. 1주일 가운데 3일은 지방을 돌겠다. 시군구 당원협의회를 돌고 당원들과 만나겠다.

- 당내 일각에서는 유 의원의 독선적 태도가 적과 동지를 명확히 구별해냄으로써, 강고한 지지층을 형성한 뒤 다음 대선에 뛰어들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이해하고도 있다.

“그동안 마음 가는대로 행동했다. 그러다보니 지지기반이 생긴 것”



= 마음의 의도는 보기 나름이다. 나는 그동안 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해왔다. 하다보니, 나름의 지지기반이 생긴 것이다. 지지기반을 쌓기 위해 일부러 당을 갈라친 것이 아니다. 마음의 의도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라,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게 판단한다면 입증할 증거는 없다. 개인의 가치판단 영역이다. 나 혼자 그게 아닌데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관심없다.

- 돌아다녀 보니, 현재 판세는 어떤가?

= 오차범위 안에서 문희상 의원, 김두관 전 장관과 경쟁하고 있다. 오차범위 안에서 문 의원이 약간 유리한 정도다. 그 이유는 대의원들이 책임성있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임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경륜도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정도는 원래 예상했다. 단일화해서 꼭 1등하려는 생각도 없다. 이 선거 과정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변화의 흐름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게 내 목적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전국을 돌고 있다. 의원 한명 없이, 차 한대에 보좌진 4명타고 컴퓨터 4대 들고 다니면서 숙소 정해지면 컴퓨터 켜는 일로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진인사 대천명하려고 한다. 1등하면 100% 좋고, 2등하면 99% 좋고, 3등하면 98% 좋은 것이다.

(유 의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유시민 알고보니, 인간성 괜찮은 놈이더라’고 써달라고 주문했다.)

<한겨레> 정치부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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