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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8 18:41 수정 : 2005.03.28 18:41



“검증 더 촘촘히” “정쟁빌미 제공”

개인적 흠으로 인한 고위공직자의 ‘중도하차’가 잇따르면서, 이런 사태를 막을 유력한 대책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의 대폭 확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적극적인 찬성론 못지않게 부작용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 사전검증도 더 철저해질것” 찬성
‘총리등만 임명동의’ 헌버에도 위배 반대

“청와대만의 검증으로는 부족해”=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28일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이 청와대 안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결점을 알면서도 ‘봐주기식’으로 판단할 가능성 등이 있어 여론의 인정을 받을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모든 국무위원들로 확대해, 청와대 아닌 곳에서 한차례 더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공직은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 국회 선출 3인·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등 모두 19개다. 또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도 국회 상임위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국회의 임명동의는 받지 않는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청문회 대상 확대와 함께 사실상 임명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주장을 편다. 김 교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게 되면 청와대의 사전 검증이 더욱 철저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장관 등 모든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대통령은 그 결과를 따르도록 국회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공직자들도 “요즘 같은 ‘언론 검증’보다는 차라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확대하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과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걸러내는 효과도 있겠지만, 고위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고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990002%%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4월 임시국회에서 모든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필요하긴 하지만…”=그러나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헌법과의 충돌 소지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 △정쟁으로 흐를 위험성 등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국정원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임명 동의’ 수준까지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은 점을 들어, “헌법에 국무총리 등 일부 공직에만 국회 임명 동의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헌법 개정 사항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인사청문회를 모든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까지 국정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도구로 이용돼 국민적 설득력도 없이 장관 임명 자체를 정치투쟁이나 협상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며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는 정치권의 성숙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정치행정학부)는 “최근 터져나온 일들은 인사 검증의 최일선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문제들”이라며 “인사청문회 확대에 앞서 청와대 자체의 인사검증 체계를 제대로 운영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도덕잣대 국민눈높이 강조 여론물이 낙마엔 경계눈길

공직사회 반응

재산 문제 등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로 고위공직자들이 잇따라 낙마하고 있는 데 대해, 공직사회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이런 사태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지만, ‘지나친 여론재판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물론, ‘끊을 것은 과감하게 끊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차관은 28일 “언론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1970∼80년대의 기준에 따른 행동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종합적으로 봐서 능력 있는 사람임에도 그런 부분이 부각돼 낙마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내부에서 미리 이뤄지지 않고,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식으로 쫓아내는 식이 되면 고위공직자에게 필요한 지도력에 흠집이 생겨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의 1급 간부는 “문제가 된 사안의 인과관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언론에 밀려서 나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으며, 정보통신부의 한 간부도 “사실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여론재판으로 물러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 등 지금의 ‘여론 검증’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의 한 차관은 “문제를 제기한 쪽의 주장만 부각하고 당사자의 해명이나 입장은 별로 고려 않은 채, 장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문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는 등 집중 포화를 가하면 견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건설교통부 간부들은 “이런 식으로 언론 검증을 하면 아무도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며 “누가 되든 주변 인물들을 연결시켜 흔들면 배겨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도 최근의 사태가 고위공직자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고위 공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젊은 국·과장 및 사무관들에게는 행동을 조심하게 만드는 학습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의 고위 간부는 “처음부터 관리를 잘해야 된다는 풍조가 정착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한번은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면서 과거의 관행과 현재의 기준 사이에 괴리가 커, 그물망에 다 걸리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가 좀더 투명해지고, 공직윤리가 확립되며, 지도층의 윤리의식 부족을 일깨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조성곤 정혁준 기자 phillkim@hani.co.kr


미국선 FBI 50일간 사전조사

233개항 진술뒤 보고서작성→대통령면접→인준안→여론검증→청문회

미국은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비롯해 행정부의 장·차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주요 공직자들을 모두 ‘연방수사국(FBI)의 사전 조사→대통령 면접→인준안 제출→여론 검증→상원 인사청문회’ 등 5단계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전체 약 200만개의 공직 가운데 1만6천여 자리가 이런 절차를 거쳐 채워진다고 한다.

미국의 공직자 인선 과정에선 백악관의 사전 조사가 매우 중요하다. 백악관의 사전 조사 의뢰를 받은 연방수사국은 대상자들의 학력, 경력, 병역, 납세, 재산, 가정생활 등을 각종 자료와 탐문 등을 통해 포괄적으로 조사한다. 이를 위해 백악관은 대상자들에게 ‘백악관 개인신원진술서’, ‘국가안전직위에 대한 질의서’, ‘개인재정기록 조사 동의서’, ‘행정부 공무원 재산공개서’ 등 4개의 서식을 미리 작성하게 하는데, 이들 서식에 포함된 질문 항목만 모두 233개에 이른다. 이런 사전 조사에만 보통 5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연방수사국이 신원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넘기면, 대통령은 이를 검토하고 대상자들을 직접 면접한 뒤 적임자를 지명해 인준안을 상원에 제출한다. 상원은 상임위별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로 확정해 그 결과를 정부에 넘긴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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