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무성 홈피 올 3월 느닷없이 ‘새로고침’
나란히 있던 한국 주장 빼고 일본 주장만
‘한국 점거상황’ 뒤로 돌려 ‘불법’ 못박아
[5판] 후소사 등 공민(사회) 교과서의 개악에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팔을 걷고 나섰다. 그 뒤에서 논리를 제공한 쪽은 외무성이다. “한국이 다케시마(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후소사 공민 교과서의 기술도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외무성 각본, 문부성 감독, 후소사 주연,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 조연으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한편의 왜곡 드라마가 만들어진 셈이다. 일본 외무성이 ‘독도 문제’를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올린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외무성이 왜 이때부터 갑자기 독도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홈페이지 개편이 있기 두 달 전인 지난해 1월 우리 쪽의 독도우표 발행을 두고 일본이 강하게 항의했던 일이 있어, 일종의 ‘보복 조처’가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외무성 홈페이지의 ‘각국 지역정세’ 항목 가운데 하나로 다뤘던 독도 문제는 어느 시점에선가 내용과 틀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주장’과 ‘다케시마 문제에 대한 기본방침’이라는 항목 등을 두고 그 안에서 한국과 일본의 주장을 나란히 다뤘다. 나름대로 객관성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독도의 현 상황 등을 설명한 홈페이지 앞부분에 ‘한국의 점거 상황’이라는 작은 항목을 두기도 하는 등 객관적 상황을 앞세웠다. 그러나 현재의 홈페이지는 한국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한 채, 각주로만 처리하고 있다. 그나마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표현으로만 돼 있다. 애초 홈페이지 앞부분에 있었던 ‘한국의 점거 상황’이라는 소항목도 ‘한국의 불법 점거 상황’이라고 이름을 바꿔, 뒤쪽 ‘참고’ 항목으로 옮겼다. 후소사 공민 교과서의 ‘불법 점거’는 여기서 따온 것이다.
어떤 계기로 홈페이지가 이렇게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5월 초 일본 극우단체의 독도 상륙 시도를 둘러싸고 한-일 간에 긴장이 초래된 상황 등 우익들의 영유권 주장 강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익의 준동 또는 독도 문제에 대한 논란을 배경으로 외무성 홈페이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전면화하고, 여기서 나온 논리가 교과서 개정으로 연결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실린 독도 영유권 주장과 논리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그동안의 국내외 연구로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독도 문제 전문가인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대 명예교수는 외무성의 독도 관련 기술에 대해 “조잡한 설명으로 일관돼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예컨대 외무성 홈페이지는 1905년 시마네현 고시를 통한 영토 편입 이래 일본이 내세웠던 ‘무주지 선점이론’을 슬그머니 뺐다. 대신 17세기 중반 이래 실효적으로 지배해 왔다며, 시마네현 고시는 ‘영유 의지의 재확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이렇게 논리를 바꾼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주지 선점이론을 계속 주장하면 1905년 이전에는 주인이 없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무주지 선점이론은 ‘역사적으로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과도 모순된다는 것이다. 외무성이 그동안 지배해 왔던 것을 재확인한다는 뜻인 ‘영유 의지 재확인’이라는 논리를 대신 들이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나이토 교수는 “일본이 영유 의사를 주장한 적은 (1905년 이전엔)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다케시마에 대해) 일본은 관계가 없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도 “지난 1877년(메이지 10년) (당시 국가 최고기관인) 태정관이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 나라(일본)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심득할(마음에 익힐) 것”이라는 국가 최고기관의 훈령을 내려보낸 문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영유 의지 재확인’이라는 논리 역시 근거가 박약한 셈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