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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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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상중위원 진출을 토대로 본격적인 보다 큰 꿈을 향한 행보에 나서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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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 전국대의원대회를 마치며 -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제2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열린우리당 전국대의원대회가 끝났습니다. 처음 겪어본 당의장 선거의 소감 가운데 당원과 함께 국민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회 또는 고민을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과연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 일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꼭 내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저는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처지에 아직도 이런 ‘실존적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인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말마따나,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는 아직 철이 덜 난 것 같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직업으로 말하면 국회의원 또는 정치인입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입법도 하고 예산도 살피고, 지역구인 고양시의 발전과 관련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동분서주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야 299명의 국회의원 모두가 다 하는 것입니다. 무언가 특별한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를 다른 정치인과 구별하게 해주는 나만의 특별한 것, 그런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굳이 저의 정체성을 규정하자면, 국회의원 유시민은 ‘정당개혁운동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치열했던 당의장 선거가 끝났습니다. 턱걸이로 당선되었지만 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무한히 신뢰하고 좋아하는 김두관 후보를 희생시켰습니다. 4월 1일 밤, 소위 ‘조직의 힘’이 맹위를 떨치면서 저와 김두관 장관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었기에 애초에 출마하지 말 걸 공연한 짓을 했다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대의원대회 현장에서는 낙선을 예견하면서, 그래도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자는 심정으로 연설했습니다. 당의장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했던 수많은 약속 가운데 온전하게 제 힘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매주 2박 3일 지역으로 가겠다는 약속이 그것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선 4월에는 경북 영천시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에 집중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지역 당원협의회 방문은 5월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시도당 재정 강화를 위한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 변경 등 다른 공약은 중앙위원들과 상의해서 최대한 실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당개혁,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당은 기간당원제라는 하드웨어를 확실하게 도입했습니다. 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여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마저 갖추어야 합니다. 당원 스스로 주인 노릇을 하려는 참여형 정당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당은 아직 여기까지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번 당의장 선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아직도 국회의원이나 직업정치인이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당원협의회가 많이 있습니다. 특정 정파가 대의원들에게 소위 ‘오더’를 때리면 하루 밤 사이에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10% 넘게 올릴 수 있는 것이 우리당의 현실입니다. 어제 제2기 중앙위원회의 첫 회의 말미에 문학진 중앙위원이 일부 후보들이 벌였던 탈법 불법 선거운동 사례를 거론하면서 엄중한 반성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문학진 위원의 문제의식에 저도 백 퍼센트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비판하고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정당개혁은 대통령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만 명, 많으면 수십 만 명이 뜻과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제가 당의장 선거 텔레비전 토론에서 여러 차례 드렸던 말씀이 있습니다. 내년 5.30 지방선거를 열린우리당과 함께 치르려는 예비후보들은 올 8월 말까지 입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금년 말 경에 있을 제2기 당원협의회장 선거에 참가하려는 분들은 4월 말까지 입당해야 합니다. 권리행사일 60일 이전에 두 달 치 당비를 납부하면 기간당원으로 인정하는 당헌 부칙조항은 효력이 없어졌습니다. 이젠 권리행사일 60일 이전에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들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당헌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내년 5.30 지방선거 후보경선을 4월에 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 8월말 이전에 입당하고 당비를 지속적으로 납부한 사람만 기간당원으로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예외규정을 만들 수 없습니다. 또다시 기간당원 자격에 대한 예외규정을 만들려면 이번 전국대의원대회의 당헌개정권 중앙위원회 위임 조항에 따라 재적 중앙위원 2/3 이상의 찬성이 얻어야 합니다. 제2기 중앙위원회에는 이런 시도에 절대 찬성하지 않을 중앙위원이 재적위원의 1/3보다 많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는 2006년 지방선거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전국의 모든 일꾼들과,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며 우리당이 정말로 당원이 주인 되는 백년정당으로 발전하기를 원하는 유권자들께 호소합니다. 올 8월 말 이전에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감히 말씀드립니다. 2006년 5.30 지방선거 때가 되면 경기는 호황기에 들어서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70%에 육박할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의 국민 지지도는 한나라당 지지도를 10% 이상 앞서고 있을 것입니다. 영남 지역에서도 우리당은 선전할 것이며 다른 모든 지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당 후보가 되는 것이 유리할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 망설이는 모든 예비후보들께서는 저의 예측을 믿고 올 8월 말 이전에 입당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우리당은 2008년 이후에도 오랜 기간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집권당으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당의장 선거 기간에 너무나 많은 공격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당원이나 유권자들이 당연히 많아졌을 겁니다. “유시민 저 친구 말이야, 정말 성격에 문제가 좀 있긴 있나 봐.” 저의 ‘인격적 특성’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보도자료를 내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또 그런 것들을 대의원들에게 메일로 쏘아 보낸 그 많은 국회의원들께서는 이번 당의장 선거결과를 보고 자기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비난에 대해 한 마디도 대꾸하거나 반박한 일이 없습니다. 할 말이 없기야 했겠습니까. 다만 대응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을 따름입니다. 또 부분적으로는 제 스스로 그런 비난을 받을 소지를 제공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냥 얻어맞고 상처 입으면서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그만 싸우고 화해하라고 충고하는 분들께는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았을 뿐, 그분들과 싸운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할 일은 그로 인해 제가 입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저에 대한 그분들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 믿으면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가겠습니다. ‘정당개혁운동가’로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주 고통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리 즐겁지 않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도우면서도 경선만 끝나면 글쟁이로 돌아가기를 소망했습니다. 그해 7월 다시 정치판에 뛰어들어 국민후보 지키기 서명운동을 조직하고 개혁당을 창당했을 때도, 끊임없이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를 꿈꾸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에도 때때로 문화적 일탈을 시도했습니다. 집권당 지도부의 일원이 된 지금도 여전히, “시골 새마을 지도자가 남의 양복을 빌려 입고 패티김 디너쇼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면 밤안개만큼 짙은 회의에 빠집니다. 국민들 가운데 정당개혁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반 국민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당 당원과 대의원들 중에 기간당원제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일을 하는 데 앞으로 얼마나 긴 세월이 더 필요하며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어야 할까. 그분들에게 그런 희생을 요구할 권리가 나에게 있는 것일까. 국민들은 좋은 정치를 원합니다. 병에 걸린 사람이 의사를 찾아가 좋은 진료를 요구하듯이, 배고픈 사람이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요구하듯이, 국민은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에게 좋은 정치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이 요구에 곧바로 응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라 병리학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솜씨 좋은 요리사가 아니라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식물학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정당개혁운동은 국민을 즉각적으로 만족시키는 좋은 정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당과 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좋은 정책을 생산하는 데 적합한 제도적 환경과 문화 풍토를 만드는 운동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것을 저의 사명으로 알고 일하겠습니다. 비바람과 눈보라를 헤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아무런 개인적 이해관계도 없이 정당개혁의 꿈을 함께 나누셨던 당원과 대의원, 후원자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엎드려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나 백년정당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좋은 정치를 바라는 국민여러분, 올 8월 말 이전에 우리당에 입당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손으로 헌법의 원리가 실현되는 당원정당을 만들어 주십시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열린우리당은 당원정당입니다. 우리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2005년 4월 7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유시민 드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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