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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8 20:00 수정 : 2005.04.08 20:00

힐 전 미국대사관 접견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 일행을 접견하면서, 이날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정식 임명된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알게마이네 차이퉁’ 회견…“신사참배 중국에도 모욕”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10일 독일 방문에 앞서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일 관계, 북핵 갈등, 통일문제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좀체 풀리지 않는 외교·안보 현안들이지만, 노 대통령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노 대통령은 8일치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침략과 가해의 과거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말했다. 독도·교과서 문제 발생 이후 공개된 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이다. 한·일 갈등의 원인이 일본 쪽에 있음을 분명히 못박겠다는 의지다.

이어 노 대통령은 국제적 연대를 꾸려 일본을 포위·압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대단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중국과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독일·프랑스 두 나라 사이의 화해와 유럽통합 과정에 찬사를 보내면서, “동북아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희망의 전조가 없기 때문에 독일과 유럽지역에 대해 더욱 큰 존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이 일본과의 갈등을 국제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서는 분명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이는 이 문제를 마지막 지렛대로 아껴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핵 갈등=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일정 부분 과대포장돼 있을 가능성을 짚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발언을 대단히 전략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발언을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다른 자료와 과정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인 핵보유 문제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 시점에서는 미국 쪽에 무슨 새로운 양보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하고 생각한다”며 “우선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쪽에 북한의 정권교체를 의도하거나,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 이상의 요구를 제기하는 발언을 하지 말도록 요구했다”며 “(그 결과) 미국은 그 사이에 몇가지 감정적인 표현들을 보이기도 했지만, 북한에 대해 어떤 공격적 행위도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말해, 북-미 갈등에서 한국 정부가 해내는 완충 구실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서는 북한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회담을 특별히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제의해올 경우 언제 어디서든지 그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문제=노 대통령은 통일을 대단히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독일과 같은 방식의 통일은 그대로 반복될 수 없는 것”이라며 흡수통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또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어떤 일괄적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조속한 통일을 실현하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북 간의 생활수준 격차로 생겨나는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역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통일정책의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 정도의 성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직은 이런 시기가 오지 않았다”며,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 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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