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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후주석 “회담장 나와서 싸워라”충고
북, 폭정발언 사과 요구 한발 물러서
미 “선 핵폐기” 고수-관계개선 불투명
북한 방문을 마치고 9일 베이징에 도착한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연구원이 전한 대로라면,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복잡하고 다소 혼란스러워 보인다.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측면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회담에 나올 준비는 돼 있지만, 지금과 같은 ‘핵 폐기를 위한 협상’에는 응할 용의가 없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에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6자회담이 열린 이후의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인 셈이다. 해리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상의 기회는 사라졌다”고 단언했다. 핵동결을 위한 협상은 가능할 것이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핵군축, 나아가 핵폐기의 과정은 험난하리라는 것이다. 그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포함한 북한 지도자들이 이제는 “미국이 북한과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관계를 정상화하기 전까지 북한은 핵폐기(문제)를 협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말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방침 때문에 북한과의 ‘핵폐기를 위한 협상’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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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들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 3월31일 외무성 담화에서 “이제 6자회담은 비핵화, 군축회담으로 돼야 한다”며 회담 재개에 아무런 전제조건을 내걸지 않았던 점을 주목해 왔다. 이런 여러 징후를 감안하면, 이번주중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중국 방문과 4월 말∼5월 초순으로 예정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전후해 6자회담 재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회담 불참 문제는 해소되더라도 핵보유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북한은 지난 2월10일 6자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외무성 성명 뒤 핵보유, 나아가 핵무기고 증강을 기정사실화하고 적극화했다. 3월31일에는 외무성 담화를 통해 “우리가 당당한 핵무기 보유국이 된 지금에 와서, 6자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으로 되어야 한다”며 “6자회담에서 동결과 보상과 같은 ‘주고받기’식의 문제를 논할 시기는 지나갔다”고 선언했다. 해리슨이 언급한 북한의 ‘정책 전환’의 방향은 이 담화로 제시된 셈이다. 이런 입장은 미국의 ‘선 핵폐기’ 주장과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또 이는 북한이 부시 행정부 아래서는 북-미 관계 개선 또는 정상화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6s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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