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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2 19:12 수정 : 2005.04.12 19:12


‘러 유전 투자 의혹’
■ 감사원 발표내용

전씨 사례비 120억 요구 두말없이 수용
주식 양도과정 이사장 직인 위조 편법
의혹 핵심 전대월씨 도피 조사조차 못해
김세호 차관 “사례비·계약 보고 못받아”

감사원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철도청이 이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인 △왜 철도청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는지 △사업 추진 과정에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선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해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무리한 사업추진”=감사원은 12일 부동산 개발업자 전대월씨와 석유 전문가 허문석씨가 지난해 7월 철도청에 러시아 유전업체인 페트로사를 인수하자고 제의하면서 이 사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그 전까지 유전 인수사업을 추진하는 데 든 비용이 있다”며 사례비로 120억원을 요구했고, 왕영용 철도청 사업본부장은 이를 김세호 당시 청장(현 건설교통부 차관)에게 보고하고 지급을 약속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또 왕 본부장의 진술을 보면, 지난해 8월12일 신광순 차장(현 철도공사 사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유전사업 참여를 결정한 뒤, 김 청장에게 사후 보고를 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이 회의에서 왕 본부장은 엑손 등 외국 석유회사들이 지분참여를 하는 것처럼 거짓보고를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철도청은 최소한의 타당성이나 투자재원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유전 인수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세호 차관과 신광순 사장은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어, “당시 120억원의 사례비 지불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고, 왕 본부장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전씨에게 편법으로 사례금 주려 해”=사업자금 등 돈의 흐름에서도 편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청은 전씨가 운영하던 업체가 부도 직전이었는데도 신용상태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지난해 8월 코리아크루드오일을 공동 설립해 전씨를 대표이사로 결정했다. 철도청은 또 전씨가 이 회사 설립 등기 다음날 자본금 10억원을 모두 빼간 사실(주주대금 가장납입)을 알고도 시정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철도청은 또 지난해 9월 전씨에게 주기로 한 사례비 120억원을 우리은행 대출을 통해 지급하려 했으나, 대출이 어려워지자 전씨와 쿡에너지 대표 권광진씨 소유지분 12만주를 액면가의 20배인 주당 10만원씩, 모두 120억원에 철도재단이 사주는 편법으로 사례비를 지급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왕 본부장은 부하직원을 시켜 철도재단 이사장의 위임장을 위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이에 대해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을 왕 본부장한테서 보고받거나 알지 못했으며,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를 분명히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또 지난해 10월4일 이뤄진 유전개발 사업권 인수자금 대출 과정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은 러시아 현지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대출금 인출을 할 수 있게 여신 조건을 바꿔줬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런 불법·졸속적인 유전사업으로 철도공사는 러시아 출장 비용과 변호사 자문료 10억원, 러시아 알파에코사에 지급했다가 돌려받지 못하게 된 계약금 350만달러 등 50억원 정도의 재정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부실 감사 논란=그러나 감사원은 의혹의 핵심인 ‘외압의 실체’에 대해선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이 사업의 ‘연결고리’인 전대월씨를 아예 조사하지 못했고, 허문석씨 또한 간단한 ‘면담’에 그쳤다.

감사원은 “전씨는 도피 중이어서 조사가 불가능했고, 허씨는 지난달 31일 감사원에 출두해 한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으나 주로 자신의 개인사만 얘기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허씨는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뒤 귀국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핵심인물로 지목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조사도 이 의원의 해명을 듣는 데 그쳤다. 또 왕 본부장과 김 청장, 신 차장 등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는데도 이들끼리 대질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도 ‘부실 감사’ 논란을 낳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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