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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7 19:17 수정 : 2005.04.17 19:17

선거운동원?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시장 앞에서 열린 한 후보의 거리 연설에서, 후보쪽과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성남/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 격전지 성남 중원을 가다
악수 받아도 떨떠름…후보들 ‘애타는 희망가’

산허리를 휘감아 붉은색 벽돌 건물들이 낮게 몸을 움츠리고 있는 도시 성남.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서울 청계천 등지에서 강제로 이주된 가난의 과거사가 아직 ‘청산’되지 못한 곳, 중원구. 넉넉치 않은 살림과 불안한 고용이 일상이 된 탓인지, 4·30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자들은 다들 ‘소외된 삶’과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했다.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오전, 중원구 중심지인 단대오거리 할인점 ‘세이브존’ 앞. 약속이나 한듯 이 거리를 따라 앞다퉈 사무실을 낸 후보들은 일요일인데도 새벽부터 부산했다.

한 출마자는 “중원구의 새벽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더 빨라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인 남성의 상당수가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이고, 강남과 분당 ‘사모님’의 집안 일을 대신할 여성 일손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일터로 떠나기 전 악수 한번, 정중한 인사 한번이라도 더 하는 게 후보들에겐 급했다.

일용직들의 새벽 인력시장이 몰린 수진리에서 복정역 사이 큰 길. 삶이 팍팍해서일까? 후보들의 악수와 인사를 받는 표정들이 다들 무심하다. 후보들이 건네는 명함은 너댓 걸음 뒤엔 휴지통으로 들어가곤 했다.


이들에게선 선거 분위기를 느끼기도 쉽지 않았다. ‘4·30 재선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몇몇은 아무런 대꾸없이 고개를 돌렸고, 어떤 이로부터는 “높으신 양반들인데, 할 얘기가 뭐가 있느냐”는 ‘감정섞인’ 응답이 되돌아왔다.

그마나 재래시장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관심도가 높아, 출마한 후보들의 이름을 줄줄 꿰는 이가 적지 않았다. 중앙시장 앞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세훈(37)씨는 “한나라당의 신상진 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출마자 3명의 이름을 말했다. 재래시장인 성호시장에서 만난 최현철(41·방앗간 운영)씨도 조성준·신상진·김태식 후보의 이름을 정확히 댔다. 그는 “주변에선 조성준씨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포목점을 하는 주금순(62)씨는 민주당이 김태식씨를 공천한다고 했다가 김강자씨로 공천을 바꿨다고 얘기했다. 정형주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해 “젊은 사람이 일을 많이 했다”는 말도 했다.

출마자 건넨 명함 몇걸음 뒤 휴지통
"재개발" 공약에 무표정 속맘 안비쳐
차분함 속 "후보 누구누구" 관심 높아

그렇다고 높은 관심이 호감을 뜻하지는 않는 것같다. 한 지역시민단체 관계자는 “삶이 힘든 사람들일 수록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기에 정치적 관심도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각 정당에게 성남 중원은 중요한 승부처다. 수도권 선거구인 데다, 후보들의 판세가 어금버금해 향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인 탓이다.

열린우리당은 전통적으로 개혁성향이 강한 도시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희상 의장이 지난 12일 다른 어느 지역보다 먼저 이곳 성호시장을 찾아 ‘세몰이’에 나선 것도 분위기를 선점하려는 시도다.

한나라당은 호남 성향의 지지표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 고정표에다 ‘플러스 알파’만 만들어내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아예 ‘올인’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에겐 수도권 지역구 승리가 전국정당을 향한 도약대다. 첫날부터 권영길·단병호·노회찬 의원 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이 지역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인들의 지지에 기대고 있다. 이곳의 승리는 호남 민심이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에게 있음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정당 후보 이외에도 5선의 김태식 후보 등 무소속으로도 3명이 나섰다.

이처럼 경합이 치열한 탓에 30% 이상의 득표율만 올리면 승산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투표율이 낮은 재선거인 만큼, 적은 표차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아 후보들은 애가 탄다.

후보들의 다짐은 달콤하기만 하다. “지역개발의 희망인 재개발을 위해 힘있는 여당후보를”(조성준 열린우리당 후보) “20년 이상 지역에 공헌해 온 유일한 후보”(신상진 한나라당 후보) “비정규직 문제와 최저임금제의 해결”(정형주 민주노동당 후보) “소외층의 아픔을 대변”(김강자 민주당 후보) “5선의 관록으로 성남의 희망이 될 것”(김태식 후보) 등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성남/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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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지도부가 본 판세 - ‘덧밭’ 이상기류

4·30 재·보궐 선거의 시동이 걸린 17일, 여야 지도부는 각각 혼전지역으로 ‘진군’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후보교체 후유증이 있는 충남 아산으로 향했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상기류’에 빠진 경북 영천을 찾았다. 이번 재선이 ‘여소야대’가 이어지느냐, ‘여대야소’로 복귀하느냐의 분수령인 때문인지 양쪽 모두 결연한 표정이었다.

공천 후유증 경북 영천 한나라 초반 밀려
후보교체 아산도 우리당 '이중당적' 악재

◇ 흔들리는 ‘텃밭’=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무혈입성’을 자신해온 지역의 갑작스런 난기류에 곤혹스러워했다.

한나라당 아성으로 꼽혀온 경북 영천은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가 7~10%포인트 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 곳에서 3선을 했던 박헌기 전 의원이 아들의 공천탈락에 반발해 조직표를 당이 공천한 정희수 후보에게 넘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동윤 후보가 12·13대 의원을 지내 지명도가 높고, 지역민들의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열린우리당은 후보등록 마감 직전, 내정 후보를 교체한 충남 아산의 판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중당적 논란에 따른 이명수 전 충남행정부지사의 낙마가 악재로 비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쪽은 상당한 인지도를 갖춘 원철희 전 의원이 자민련 후보로 막판에 가세한 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쉽지 않을 여당의 ‘과반’ 회복=현재 의석이 146석인 열린우리당은 4곳 이상에서 이겨야 150석으로 과반을 탈환한다. 당 관계자는 “4곳 확보는 쉽지 않은 목표”라며 “현재로선 확실한 우세지역을 1.5곳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연기·공주를 안정우세로, 아산을 우세로, 경북 영천과 경기 성남중원을 ‘해볼만한 지역’으로 분류했다. 열린우리당은 혼전지역에선 ‘지역개발을 위한 힘있는 여당’을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최소한 3곳에서 승리해야 자력으로 여당의 과반 복귀를 저지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재선거는 투표율이 낮은데, 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노년층 지지도가 높은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며 “최대 4석을 내다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해갑과 포천·연천을 우세로, 성남중원과 경북 영천을 접전으로, 충청권 2곳은 열세로 꼽았다. 임석규 최익림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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