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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6 19:26 수정 : 2005.04.26 19:26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가운데)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연합 \



갈림길에 선 북핵

북핵 문제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다. 이제 또다시 갈림길에 선 듯하다. 북한이 답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만, 미국 내부의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도 한몫을 한다. 미국 내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언론의 추측성 보도, 그리고 그런 보도를 부추기는 움직임까지 겹쳤다. 이제는 제재-선전포고인가, 회담 재개-협상인가의 양자택일적 상황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중국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여부가 그 선택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대북제재’ 대 ‘선전포고’=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대결의 강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6자 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대북제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도 영변 원자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대북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미국의 강경과 북한의 초강경이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북­미 간의 이런 대립 양상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 보도에서 정점에 달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징후를 포착하고, 중국에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도록 요청했다는 미국 일부 언론의 보도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한·중·일 순방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보도는 ‘예상’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한-미 당국자들은 ‘그렇게 판단할만한 징후가 없다’는 말로, 북한은 “우리 당국이 언급하는 내용을 사실로 믿으면 된다”는 정성일 외무성 국제기구 부국장의 말을 통해 이를 사실상 부인했다. 북한은 핵실험에 대해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다.

미 “안보리 회부” 으름장에
북 “선전포고 간주” 으르릉
‘핵실험 준비설’ 극한 불러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는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있다. 북한이 최근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과 폐연료봉 재처리에 나서면서 다음 수순은 핵실험일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협상 불참이 장기화하면서 인내심의 수위가 내려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안보리 회부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22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를 봐도, 아직은 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필요하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보내거나, 다른 조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과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정도이다.

회담 재개와 협상=미국과 북한이 마주보고 달리는 듯한 대치국면은 6자 회담 재개 여부를 가늠할 결정적 순간이 임박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과 북한은 1차 핵위기 때도 전쟁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극적으로 협상으로 돌아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지난 25일 미국의 대북 제제 위협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우리가 천명한 바와 같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의 일관한 최종목표이고, 협상을 통해 그것을 실현하려는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6자 회담 참여국들은 현재 북한과 중국의 협의를 토대로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막판 절충을 벌이고 있다. 23일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동북아 순방에 나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행보는 6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각국의 절충이 종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6자 회담은 자신이 제안한 것이며, 여건만 성숙하면 회담에 나오겠다고 말한 것도 긍정적 신호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나 당국자 회담 재개에 공감한 것도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북 “협상원칙 그대로” 재천명
미, 북-중 협의 토대 막판 절충
남북 회담재개 공감 긍정신호

그럼에도 한·미 당국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여부를 아직은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 당국자는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과 기대를 포기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섞여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진의를 분명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은 힐 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북한과 협의 내용을 상세히 전달받고, 다시 한국에 오는 이번 주말께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자 회담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대북 제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벌써부터 선을 긋고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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