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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9 19:31 수정 : 2005.04.29 19:31

부시 ‘북핵 발언’ 속내 무엇인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을 꼬이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발언은 핵보유를 ‘선언’하고 6자 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미 행정부 내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한의 또다른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런 강경 발언을 하면서도 여전히 6자 회담의 틀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강도 높은 김정일 비난=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위험한 인물” “폭군”이라 부르며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집권 2기에 들어선 뒤인 지난 1월의 취임사와 2월의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 체제와 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북한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와 취소를 요구하며, 이를 6자 회담 재개의 조건과 명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6자 회담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표시로 읽힌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민주당)는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시엔엔방송>과의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좀더 외교적으로 말하기를 기대했는데 호전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했다”고 말했다.

“4국 동의해주면…” 조건 분명히 밝혀

김위원장 원색 비난…상황악화 우려

그러나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강조점이 여전히 외교적 노력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황 묘사보다는 행동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언급은 이런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다. 정부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관련국들과의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 의지를 수차례 언급했다”며 “지금은 협상국면이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올해 초 이후 대북 발언을 자제하면서까지 기다렸던 북한의 회담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실망감의 반영일 뿐, 앞으로 미국이 취할 조처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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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리 회부의 ‘조건’=부시 대통령은 6자 회담을 끝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북핵 문제를 넘기는 데엔 “5개국(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말은 두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앞으로 6자 회담을 북한을 압박하는 ‘5 대 1’ 구도로 몰아가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 등의 조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한국, 중국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 말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포함된 다른 당사국들이 ‘이제 6자 회담은 끝났다’고 동의하는 시점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보리 회부를 다음 수순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또다른 측면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북한의 회담 거부에 대해 중국 등이 미국과 동일한 생각을 하게 됐으며, 한국도 문제라는 인식을 하는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으로서는 다소 느긋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이날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 긴밀하고 심도있는 협의를 하게 됐다는 점을 6자 회담의 성과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선, 북한도 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할 때 과연 시간이 누구의 편이 될 것이냐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6월께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북한이 회담을 거부하면,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북한의 태도를 문제로 삼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국도 이 문제에 관한 한 계속 북한의 편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유강문 기자 pcs@hani.co.kr


“미 본토까지 운반가능” 해석되자

“기존 얘기 되풀이” 의미 축소 나서

■ DIA국장 ‘북 핵미사일 능력’증언 논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로웰 재코비 국장이 28일(현지시각) “북한이 미사일을 핵탄두로 무장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의회 증언을 통해 밝혀, 이 평가의 정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코비 국장은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이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힐러리 클린턴 의원(민주)의 질문에 “그렇다. 북한은 그렇게 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미 본토까지 날아오는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제조능력에 대한 미국 고위관리들의 발언 가운데선 가장 진전된 것이다. 재코비 국장은 그러나 이런 평가의 근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실제로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했는지, 미사일 탑재가 가능할 정도로 핵탄두 크기를 소형화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코비의 발언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올 수 있는 핵미사일을 북한이 보유했다”는 쪽으로 해석되자, 국방정보국은 황급히 성명을 내고 “재코비 국장의 발언은 기존의 얘기를 되풀이한 것일 뿐”이라고 의미 축소에 나섰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도 “나는 그런(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이날 밤 열린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서도 제기됐다. 한 기자가 재코비 국장의 발언에 관해 묻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운반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이 (핵탄두의 미사일 탑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김정일 같은 폭군을 상대하려면 그가 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게 최선이다”라고 밝혔다. 부시 역시 재코비의 정보판단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6자회담 결코 포기 안할 것”

힐 차관보 “북 핵무기 결단 못내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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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9일 서울 남영동 주한 미국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6자 회담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이날 비슷한 시간에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드름이 서서히 녹을 수도 있고, 한꺼번에 녹아 떨어질 수도 있다”며 “6자 회담 재개와 재개했을 때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다시 한국에 온 힐 차관보는 이날 회견에서 “6자 회담 참가국 가운데 북한만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며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힐 차관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핵실험 관련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보도와 미국 상원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는데?

=한 나라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다음의 조처는 핵실험 단행이다. 6자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핵실험을 강행하면 우려스런 상황임이 틀림없다. 상원 증언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현상황의 시급성을 더해준 것이다.

­6자 회담이 실패할 경우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다른 옵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6자 회담이 최선의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관련국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6자 회담이 어떻게 하면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다른 방안을 상세히 논의하는 것이다. 그런 논의 자체가 6자 회담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6자 회담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및 한반도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고 했다. 이런 표현이 상황을 어둡게 하는 것 아닌가?

=우선 내가 본 대통령 기자회견문에는 군사행동 옵션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정권 묘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과거에도 이런 표현을 썼었다. 부시 대통령은 분명히 6자 회담을 통한 외교적 필요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자신들을 묘사하는 표현보다는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에 대한 보상책에 미국도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 북한의 핵실험 우려를 한국 및 중국 정부와 논의했나?

=구체적으로 말할 사안은 아니지만 만약의 상황을 의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힐 차관보와 협의에서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말하기는 어렵다. 보상과 관련해 안전보장 등이 포함되겠지만 미국과 각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말하기 어렵다. 정리 정인환 유강문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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