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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4 19:15 수정 : 2005.05.04 19:15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로비스트 합법화’ 토론회에 참석한 로비스트 지망생 진성희.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나? 예비 로비스트 진성희

“양자의 로비, 뒷거래랑 다르죠”

‘로비스트인가, 브로커인가.’ 로비스트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놓고 국회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불법·음성 로비를 양성화하자는 찬성론도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로비스트 합법화’ 토론회를 계기로, 논란의 쟁점을 짚어본다.

이익·견해 의사소통 대리인 구실
외교·통상등 정부간 고리 하고파

#1.나, 진성희. 곧 미국으로 떠난다. 지난 7년간 해왔던 홍보일을 접고, 스물아홉에 로비스트로서의 두번째 삶에 도전한다. 오늘, 난 이승희 민주당 의원을 만나기 위해 국회에 왔다. 로비스트 합법화를 위한 제1차 토론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5년 뒤 내가 이 국회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꼭 합법화가 이뤄져야 한다.

#2. “로비스트는 여성에게 맞는 직업이야. 여성은 논리적이고, 감정에 덜 좌우되기 때문에 공정할 수 있거든. 하지만 우선은 합법화가 급하지.”

이 의원은 ‘예비 로비스트’ 진씨를 반갑게 맞았다. 이 의원은 암암리에 이뤄지는 지금의 로비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비스트가 만난 공직자와, 만남의 목적을 공개하도록 하면 뒷거래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했다. 로비의 문턱도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해 로비를 대신할 수 있게 되는 탓이다.


“제가 로비스트가 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홍보대행사가 없었을 때는 중소기업이나 벤처 회사는 언론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었어요. 제가 7년간 한 일이 그런 업체들과 언론을 중개하는 것이었죠. 이제는 회사와 정부, 정부와 정부를 연결하고 싶어진 거죠.”

진씨가 맞장구를 쳤다. 그가 관심이 있는 분야는 정부와 정부 간의 로비다. 외교와 통상을 뒷받침하는, 때로는 뛰어넘는 로비가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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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렇다면 로비는 뭐고, 로비스트는 누구일까. 지난 1994년부터 4년여 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국내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로비스트(무역협회 워싱턴지부 총괄담당)로 일했던 김병주(40)씨는 ‘로비’는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이라고 정의한다. 로비스트는 ‘리프리젠테이션(대리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와 국회에 한국 정부의 견해와 이해를 대변하는 곳이 대사관이라면, 기업들의 뜻을 전하는 것이 바로 한국쪽 로비스트”라고 했다.

김씨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나 견해를 조리있게 대신 전해주는 사람이 로비스트”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정격유착의 부활” “음성거래 처벌 근거”

로비스트 찬반 토론회

4일 이승희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로비스트 합법화 토론회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부닥쳤다. 이 토론회에서 정의된 로비스트는 ‘입법부와 행정부에 제3자의 뜻을 대신 전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반대토론자로 나선 최영진 중앙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로비스트는 양성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힘있는 소수 대기업이나 단체가 전직 장관 등 고위층 출신 인사를 돈으로 사서 정부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로비라고 규정했다. 능력있는 로비스트를 살 돈이 있는 대기업과 단체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로비스트를 쓸 여유가 없는 기업·단체의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로비를 양성화해도 학연·지연·인맥으로 이어지는 비공식적인 로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로비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로비제도’를 발제한 김진하 계명대 교수(미국학)도 “정경유착의 유산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대기업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의 활동이 정경유착의 부활로 비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찬성 토론자로 나선 임종훈 홍익대 교수(법학)는 “이미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로비를 양성화하면 음성적인 뒷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무엇보다 국회와 정부에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미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음성적인 로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문제도 쟁점이 됐다. 김재광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현재 국내 10대 법무법인과 회계사 100명 이상의 회계법인에 고문직함으로 일하고 있는 전직 관료·금융인이 33명이며, 거쳐간 사람만 해도 70여명에 달한다”며 “국회 주변에서도 이미 200여명에 달하는 로비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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