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9 16:56
수정 : 2005.05.09 16:56
노회찬, 판·검사의 무분별한 대기업행 제동
삼성그룹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삼성 상무보로 전격 발탁된 것을 폭로했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사진)이 이를 계기로 판·검사의 무분별한 대기업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9일 “대기업을 수사하던 검사가 해당 대기업에 취업한 것은 경찰이 수사중인 조폭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라며 “관련 법(공직자윤리법)을 면밀히 검토해 오는 6월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지난 3월30일 김종빈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01년 수원지검 특수부에서 삼성관련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이아무개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하고 재판 진행 중에 삼성그룹에 변호사로 취업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노 의원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폭로한 바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01년 11월5일 삼성전자로부터 업무상 배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한 ㄱ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2년 11월25일 퇴직했다. 이 검사는 퇴직 후 일주일 만인 같은 해 12월1일 삼성 구조조정본부 상무보로 입사했다. 이 검사가 수사했던 ㄱ씨는 이 검사가 삼성에 취업한 후인 2003년 6월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검 감찰부장 “현행 법으로론 판검사들의 대기업행 합법” 해명에
노 의원 “법 개정 시급”
노 의원이 개정안을 내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문효남 대검 감찰부장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노 의원은 “지난 6일 문 감찰부장이 이 검사의 삼성행에 대한 검찰쪽 생각 등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이 자리에서 현행 공직자윤리법으로는 현직 판·검사들의 대기업행을 막을 수 없다는 문 감찰부장의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노 의원은 “최근 판·검사들의 잇딴 대기업행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관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노 의원과 문 감찰부장이 이견을 보인 부분은 이를 뒷받침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해석이다. 해당 조항(제32조 2항 7호)을 보면 퇴직공무원은 ‘기타 업무의 처리방법에 따라 기업체의 재산상의 권리에 직접적인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다. 노 의원은 이는 판·검사에게도 해당된다고 주장했고, 문 감찰부장은 인허가와 무관한 판·검사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한겨레> 정치부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