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선거 규제완화 초점…국회개혁 뒷전
다음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갈 제2기 정치개혁협의회(정개협)가 국회개혁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의 특권 제한과 국회운영 효율성 제고 등 국회개혁은 제쳐둔 채, 정치자금 모금이나 선거운동 관련 규제 완화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14일 “의장 자문기구로 설치된 정개협이 오는 17일 위촉장 수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오는 6월말까지 선거활동 및 정치자금 모금규제 완화 등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의 쟁점 사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의 진전에 따라 1기 정개협에서 다루지 못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큰 틀의 정치개혁 문제가 다뤄질 수 있지만, 지난해 총선 당시 여야가 한 목소리로 약속했던 국회개혁 문제는 논의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야는 총선 당시 “국회의원의 특권과 특혜를 줄이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원 구성과 함께 국회 안에 ‘국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국회개혁특위는 그동안 발의된 법안 23건이 대부분 상정조차 되지 않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런 상태에서 제2기 정개협이 정치자금법 및 선거법 개정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거대 정당들이 정치자금 모금이나 선거활동 규제를 완화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국회개혁은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는 “비효율적이고 특권으로 가득찬 국회를 개혁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인만큼 새로 출범하는 정개협이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이런 요구를 전달했지만, “나중에 따로 자문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답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도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17대 국회가 여전히 정쟁과 파행을 답습하는 것은 국회개혁 없는 정치개혁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정개협에서 함께 다루든가, 별도 기구를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개협 위원으로 선정된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국회개혁은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를 함께 논의하도록 요구할 생각”이라며 “정개협이 포괄적으로 논의를 하고 별도로 설치된 정치개혁특위와 국회개혁특위에 각각 결과를 넘겨 입법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