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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남짓 중단됐던 남북 당국간 회담 재개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남북회담사무국에서 통일부 직원들이 남북 차관급 회담 대표단의 짐을 꾸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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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6자회담 복귀’ 한국 주도적 구실 시험대
‘북핵 해법’ 한-중 역할분담 본격화 16일부터 열리는 남북 차관급 회담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국면전환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모스크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중 간의 역할분담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핵 문제의 초점이 단순한 ‘6자 회담 재개’에서 본격적인 ‘북핵 해법 찾기’ 쪽으로 옮겨져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달에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4차 6자 회담이 가시화하는 과정에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있을 것으로 보여, 어떤 형태로든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일단 ‘남북대화 재개’를 북한의 6자 회담 참여의 청신호로 보고 있다. 또 이를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의 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달 23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자카르타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6자 회담 재개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이 6자 회담과 남북회담을 동시에 재개하는 경로를 밟는다면 조만간 북한과 중국 간에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 일정이 잡힐 것이며, 미국과도 적극적으로 양자접촉을 시도하리라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9일 미국의 ‘북한은 주권국가’ ‘6자 회담 틀에서 양자회담 용의’ 등의 발언에 대해 “미국과 직접 만나 그 진의를 확인해 보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대미 협상과 남북관계를 병행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중국과의 불편했던 관계도 회복하는 수순을 밝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이런 정책전환은 6자 회담의 장기 교착으로 인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 회담 무기한 불참’을 선언한 이후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폐연료봉 인출 완료 발표 등 잇단 강경책을 내놓았으나 큰 반향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엔 북한의 핵실험설이 제기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련국들의 인내심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강경파들과 일본은 이를 배경으로 ‘북한을 뺀 5자 회담’ 개최를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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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북한의 강경대응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고가 늘어나는 상황이 기존의 대북정책을 재고하게 만든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문제를 남북 회담에서 어느 정도까지 협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북한이 이번 회담을 국면전환용으로 이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6·15 공동선언 5돌을 앞두고 민족공조와 한미 동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남한을 압박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정부로선 가장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4월 ‘자카르타 회동’ 화해의 악수 남북 ‘10개월냉각’ 녹기까지 남북 당국이 10개월여의 냉각기 끝에 차관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남북 사이의 당국간 접촉은 지난해 7월 고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단 파견 불허와 탈북자 대량 입국 사태 이후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해빙 기류는 지난달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달 8일 산불 진압을 위한 남쪽 소방헬기의 비무장지대 진입을 허락하는가 하면, 같은 달 16일에는 만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북쪽으로 넘어간 어부와 어선의 귀환을 허용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5월초 접촉 재개 합의
실무급 물밑조율 성사 정부 고위당국자는 15일 “북한이 지난 2월10일 외무성 성명으로 ‘6자 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 보유 선언’을 내놓는 등 강경 기조를 바꾸지 않았지만, 그동안 남북간에 회담 중단 이유로 제기해왔던 조문파동과 탈북자 입국 문제에 대한 비난은 이 무렵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북핵 위기국면이 깊어지면서, 남북관계를 가로막아왔던 걸림돌들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가 된 셈이다. 남북대화 재개의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3일 열린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자카르타 회동’에서였다. 지난 2월 이후 모든 채널을 가동해 대화의 창구를 열려고 했던 정부의 노력에도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북한은 이 회동으로 구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도 정부는 북한이 대화 재개를 결정한 것인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정부가 이달 초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쪽 핵심 당국자에게 서한을 보내 남북대화 재개를 재차 촉구한 것은, 북쪽의 진의를 최종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 고위당국자는 “우리 쪽의 제의에 북쪽이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답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5월초 정부가 북한의 대화재개 의사를 확인했음에도, 북핵 문제는 여전히 예측불허의 위기국면이었다. 지난달 30일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이어 이달 6일엔 <뉴욕타임스> 보도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당국자는 “이달 초부터 북한이 ‘6·15 공동선언 5돌을 이런 상황에서 맞을 수 없다’며 당국간 대화 재개의 뜻을 밝혔으나, 핵 실험설 등으로 혼선이 빚어지면서 북쪽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화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확신이 가능했던 시점은 북한과 미국이 주거니 받거니 양자 접촉 가능성을 내비친 지난 8일과 9일 사이였다고 한다. 지난 11일 북한이 폐연료봉 인출을 완료했다고 밝힌 즈음에는, 남과 북이 물밑 실무접촉을 통해 이미 당국간 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우리 쪽에선 16일 하룻동안 회담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북이 이를 받아들이자 16~17일 이틀간 회담할 것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14일 북쪽의 개성 차관급회담 제의가 나왔다는 것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남북관계 복원 공통분모 차관급 회담 뭘 논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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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북지원에 주안 이를 바탕으로 남쪽은 6자 회담 재개 등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결단을, 북한은 비료지원 등 대북지원을 중심으로 ‘민족공조’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봄철 파종기가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북으로선 비료 지원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도 회담에 앞서 비료 문제를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특히 남북관계 진전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도로 및 철도를 통한 육로 비료지원을 북쪽에 적극 제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 대화와 북핵 해결의 병행전략을 강조해왔다. 오히려 북한의 대미 우선자세가 남북관계를 뒷전으로 밀려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핵 위기국면에서 남북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가 회담 성사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북쪽에 적극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번 회담의 남쪽 대표단은 이봉조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남북회담사무국의 김웅희 회담운영부장과 한기범 통일부 국장으로 구성됐다. 북쪽 대표단은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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