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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오른쪽)이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이봉조 통일부차관을 악수하며 맞이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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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남북 차관급회담
남 ‘6자’ 재개 의지… 북 “뜻 전달”
비료 20만톤 내일부터 지원 재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 19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막을 내린 남북 차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은 매우 간결했다. 굳이 북핵과 관련해 있는 대목을 찾는다면 보도문 서두에 나오는 이 대목이다. 남쪽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6자 회담 재개의 의지를 말 그대로 ‘전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뒤 이봉조 남쪽 수석대표는 “북한은 남북이 합의한 비핵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핵상황 악화조처에 대해 북한에 (우리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했다”며 “기조발언에서 종결회의 발언까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민족공조·화해협력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북한의 6자 회담 조기 복귀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쪽은 해당기관에 그 뜻을 전하겠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이 수석대표도 “합의문에 이런 모든 내용을 담기는 사실상 어려웠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대신 “미흡하기는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는 말이 이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쪽은 회담 기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거론하며, “미국이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면 6자 회담도 열리고 핵문제도 해결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에서 남과 북은 크게 세 가지 합의사항을 내놨다. 먼저 6·15 공동선언 5돌을 맞아 평양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민간 중심으로 진행돼온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가 당국 차원에서 추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대표단 규모와 방문단 일정 등은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되겠지만, 남쪽은 장관급을 대표로 하는 방안을 관철함으로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단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6·15를 계기로 한 정 장관의 방북이 또다른 형태의 ‘장관급 회담’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정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갈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지도자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찌감치 원칙적 합의를 이룬 상태에서 개최 시기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장관급회담은 6월 21∼24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 회담을 비롯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장성급회담 등 분야별 회담 일정은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접촉의 신경망 구실을 하는 장관급 회담이 1년여 만에 재개됨에 따라, 이번 회담에 앞서 남과 북이 강조한 ‘남북관계 정상화’는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농업을 올해 ‘주공 전선’으로 선언한 북한의 최우선 과제였던 대북 비료 지원도 예년 수준인 20만t을 5월21일 시작해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짓기로 했다. 북쪽으로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일단 끈 셈이고, 남쪽도 ‘인도적 차원의 문제를 정치쟁점화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이들 세 가지 합의사항은 회담 첫날부터 남과 북이 일정한 의견접근을 이룬 상태였다. 그럼에도 ‘출퇴근-밤샘-징검다리 회담’ 등 다양한 회담 형식을 선보이며 막판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핵 문제를 어떻게 문안에 넣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된 때문이다. 하지만 북쪽은 끝내 ‘경청’ 수준에 그쳤다. 핵문제에 대한 부담은 다음달 열릴 장관급 회담으로 고스란히 넘겨졌을 뿐이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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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보도문] 남북 당국 사이의 실무회담(차관급)이 2005년 5월16일부터 19일까지 개성에서 진행되었다. 회담에서 쌍방은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는 올해에 온겨레의 염원과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계기로 평양에서 진행되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여 이 행사가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는 데 합의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가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6월21일부터 24일가지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3. 남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입장에서 5월21일부터 당면한 봄철비료 20만톤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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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복원 밑거름 됐으면”
이봉조 남쪽 수석대표
이봉조 남쪽 수석대표(통일부 차관)는 19일 남북 차관급 회담을 마무리짓는 공동보도문을 교환하는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소중한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관급 회담 일정을 결정한 배경은? =6·15 남북 공동행사가 14∼17일 열리기 때문이다. 다음주부터 정부 대표단 파견 문제와 관련해 북쪽과 실무협의를 하는 동시에, 행사 참가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6·15 이전에 장관급 회담을 여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비료 지원 일정이 너무 촉박한 것 아닌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비료인 만큼 실질적으로 북쪽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21일부터 지원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쪽 사정도 감안한 것이다. -분야별 대화 복원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어떻게 정리됐나? =15차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이를 계기로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여타 회담들도 논의한다. -6·15 공동행사에서 북쪽의 장관급 파트너는 권민 대표가 되는 것인가? =실무협의 막바지에 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관 내용 등 그런 문제를 실무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개성/공동취재단
“조건되면 6자회담 나갈것”
김만길 부쪽 대표단장
김만길 북쪽 대표단장은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봉조 남쪽 수석대표와 가볍게 인삿말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대표가 “이제부터는 계속 회담이 있으니까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건네자 김 단장은 “회담이 계속 진행된다는 말은 참 중요한 얘기”라고 화답했다. -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중단됐던 북-남 관계가 회복됐다. 이번에 호상간에 관심되는 문제를 다루고 의견도 많이 교환했다. 깊이 이해도 하게 됐다. -핵문제를 푸는 창구로 남북관계를 이용할 생각은 있나? =핵문제는 우리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6자 회담에 복귀할 뜻도 있다. 다만 미국이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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