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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0 18:52 수정 : 2005.05.20 18:52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발족식에서 문희상 당의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노선갈등·리더십 동요‘총체적 난국’
집권당 구실커녕 싸움만
혁신위 안간힘 ‘역부족’

“위기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이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위기의 징표는 사방에 널려있다. 4·30 재보궐 선거 때 당 공천지역에서 23 대 0의 참패, 과반의석 상실, 당 지지율의 지속적인 추락 등…. 1년 전인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영광’이 무색하다.

타개책을 찾는다며 혁신위원회를 꾸렸지만, ‘뾰족수’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벌써부터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5월의 지방선거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넓게 퍼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20일 “외부에서는 ‘개혁 대 실용’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하고 있지만, 그것은 표피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며 “리더십의 동요, 정체성 혼란, 조직노선 갈등이 겹쳐 총체적 난맥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의 진단도 비슷했다. 과반의석 상실과 당정간 이견 노출, 당내 논쟁 등이 겹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출범 1개월 만에 재보선 참패를 경험한 ‘문희상 의장 체제’는 심각한 레임덕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의원들이 서로 당직을 맡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재보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직 개편을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장과 상임중앙위원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잦다고 한다.

수도권 출신의 한 의원은 “문 의장이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의원들도 탄핵 같은 위기상황이 아니고 ‘평화 상태’라서 그런지, 뭉치지도 못하고 당에 대해 선뜻 책임을 지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내 사정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최근 들어 정세균 원내대표는 가까운 주변에 “당이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정부 쪽에 끌려가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은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간 갈등, 검찰과 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과 검찰의 반발 등 정치력이 요구되는 현안에 대해 ‘집권여당’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정 대표의 유약한 리더십도 문제지만, 당 정책실과 원내대표단, 열린정책연구원과 원내대표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4·30 재보선 패배와 지지도 급락의 원인을 둘러싼 노선 갈등도 여전하다. 한쪽에서는 “개혁만 강조하다 졌다”고 진단하고, 다른 쪽에선 “실용 노선이 패인”이라고 지목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주요 당직자는 “지난해 내내 ‘개혁 3법’을 밀어붙이다 어느날 갑자기 용두사미로 만든 것이 문제이지, 개혁을 강조한 것이 화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30 재보선 직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기간당원제’ 논란도 비슷하다. 한 다선 의원은 “4·30 패인은 지역구의 ‘민심’과 ‘당심’이 괴리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간당원제에 전적인 책임을 돌릴 수는 없고, 민심과 당심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는 쪽으로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기간당원제 논란은, 국민들 눈에 ‘불난 집에서 뒷수습은 미뤄둔 채 식구들끼리 서로 탓하며 싸우는 꼴’로 비쳤을 것”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30∼31일 의원 워크숍을 열어 ‘전열’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이 워크숍이나, 혹은 혁신위가 당의 문제를 해결하고 ‘출구’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사면초가’ 문 의장

“천덕꾸러기 된 느낌”…사퇴요구·비리의혹까지

‘사면초가.’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의 요즘 처지다. 지난 4·2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지 50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통합의 리더십’, ‘강력한 여당’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당내 노선 갈등은 여전하고 당 지지율은 곤두박칠치고 있다. 문 의장 스스로도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은 의장 취임 뒤 전열을 갖출 시간도 없이 맞닥뜨린 4·30 재보궐 선거의 참패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그는 현 지도부에게 참패의 책임을 돌리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지만, 책임을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문제는 그가 국면을 바꿔낼 마땅한 수단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 바로 ‘리더십의 위기’에 빠져있다는 데 있다. 당 혁신위원회의 첫 결정 사안을 의결하기 위해 지난 19일 열린 상임중앙위 회의는 위원들의 불참이나 지각으로 회의 모양새조차 갖추지 못하고 시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마디로 ‘영(令)’이 서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다 개혁 성향 당원들은 당 게시판에 연일 문 의장 사퇴 주장을 쏟아내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언론이 문 의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까지 제기했다.

문 의장 쪽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의장실 관계자는 20일 “현재 당의 위기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주사 한 방 맞고 일어설 수 있는 환자의 상태가 아니다”라며 “진단이 이뤄지기 전에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각자 병명과 처방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위 등 당 공식 기구에서 객관적 진단을 내놓으면 이를 바탕으로 당의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게 의장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수퍼맨이 나타나서 뭔가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당 의장 개인의 리더십만을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재로선 묵묵히 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 의장도 지난 17일 전남대 특강에서 “열린우리당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아닌 민주적 리더십을 실험 중”이라며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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