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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중 14명…‘예방경영’인가, ‘법경유착’인가 삼성그룹이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빨아들이는’ 수준은 그 규모 면에서 가히 ‘블랙홀’이라고 불릴만하다. 삼성 소속 변호사는 대략 120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판·검사 출신은 모두 22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판·검사 출신만으로 치면, 엘지그룹(3명)과 에스케이그룹(5명) 등 주요 경쟁 재벌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모두 더한 것의 배가 넘는다. 판·검사 출신들은 대부분 삼성그룹 구조본으로= 삼성은 변호사들을 늘리는 이유를 이른바 ‘예방경영’으로 설명한다. 삼성그룹에서 법조인 영입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왕 법무실장(사장급)은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법 적용이 엄격해지면서 경영의 투명성과 적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글로벌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를 위해선 법률 검토를 엄격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쪽은 무엇보다 증권·소비자 집단소송 등이 도입되거나 도입될 예정인 탓에 여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검사 출신들은 주로 투자와 기업지배구조 등 경영 일반에 관한 업무를 맡고, 사법연수원 출신의 새내기 변호사들은 정보기술(IT)·특허·통상·노무 등의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이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판·검사 출신 22명 가운데 60%가 넘는 14명이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대목도 흥미롭다. 구조본에서 일하는 판·검사들 가운데선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인 이종왕 법무실장, 법리해석에 밝고 법원 내에서 신뢰가 높았던 김상균 전 서울지법 부장 등이 눈길을 끄는 인물들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사위인 이상주 전 수원지검 검사는 삼성화재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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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경 유착 시대가 온다?=시민단체에선 삼성같은 대기업이 판·검사 출신을 대규모로 영입하는 것에 대해 이른바 ‘법-경 유착’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신이 취업한 기업 관련 사건의 수사나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보를 입수하는 등의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소득과 임원 자리가 보장되는 기업체 영입 현상이 가속화함에 따라, 현직 판·검사들이 부지불식간에 대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이해충돌 현상’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검사 출신의 경우, 최소한 이사대우 이상의 임원직을 보장받고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정치권력에 편향되어 있던 법조계가 이제는 막강한 자본력에 편향되는 ‘법-경 유착’ 문제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법조인들 스스로의 윤리적 노력과 사회적 감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
“판·검사 대기업행 필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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