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30 18:56
수정 : 2005.05.3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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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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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30일 밤 외교·안보 장관등 긴급 호출
북핵 ‘물꼬’트려 한-미 정상회담 앞당겼지만
부시등 연일 북 자극…참모진과 대책마련 부심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저녁 갑자기 외교·안보 분야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진을 불러들였다. 호출 대상은 정동영 통일부장관,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윤광웅 국방부장관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정우성 외교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등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의 연락을 받자마자 미리 잡혀있던 선약을 부랴부랴 취소하고 회의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과 저녁을 함께 한 뒤 밤이 이슥해지도록,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점검했다고 청와대 한 관계자가 전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노 대통령의 처지는 그리 편안하지 않아 보인다. 6월 안에 북핵 문제의 물꼬를 틀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한-미 정상회담까지 앞당겨 잡았는데, 정작 6월이 다가오자 북-미 관계가 다시 험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각) 해군사관학교 졸업연설에서 누가 들어도 북한을 겨냥한 ‘무법정권 체제교체론’을 들고나왔고, 딕 체니 부통령은 29일 북한을 ‘중대한 골칫거리’로 규정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5일 “북한이 불확실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전 당시 미군 유해 발굴조사 사업을 중단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미국의 이른바 ‘대북 인내심’이 바닥에 떨어지고, 대북 압박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의 구상은 첫발부터 허방을 짚는 격이 된다. 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6월15일 평양의 민족통일대축전, 6월21∼24일 남-북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일사천리로 해법을 찾아나가는 방안을 생각해왔다. 이런 구상에선 미국쪽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게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긴장이 이어진다면, 2∼3시간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3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는 노력도 결실을 맺기 어려울 수 있다. 노 대통령으로선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에 앞서 미리 미국으로 떠나는 ‘사전 답사팀’의 조율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은 31일부터 6월3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해들리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내용들을 사전 점검할 예정이다. 한국쪽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같은 기간 미국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국무부 인사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을 두루 만난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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