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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5:27 수정 : 2005.05.31 15:27

“저는 오늘 입이 없어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30일 당의 무주 워크숍에서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31일 새벽까지 이어진 토론에서도, 그는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되레 “현재 국민과 당 사이에 기본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돼 있어 회복이 시급하다”며, 당의 단합과 실천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유의 언행으로, 당내 갈등이나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과거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날 당내 개혁당 출신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가 ‘실용은 노선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낸 논평에 대해서도 유 의원 쪽 관계자는 “자기들 생각을 정리해서 낸 것일 뿐,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4·30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잠깐 당내에서 일었던 민주당 합당론을 비판한 것말고는 최근 들어 공개석상에서 ‘침묵’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당내에선 이런 태도의 배경으로 책임감을 꼽는다. 한 의원은 “당의 운영을 책임진 상임중앙위원이 된 처지에 계속 비판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계속 저럴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무주/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젖떼기에 실패하자 다시 젖달라 요구”

우리당 워크숍 ‘당정분리 재정립’ 요구가 부적절한 이유

열린우리당 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서 당정분리 원칙 재정립을 요구하는 주장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의 정책 주도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31일 새벽까지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서 의원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당정분리 원칙을 재정립하자는 얘기였다. 일부 의원은 “당정분리 원칙에 얽매여 정부와 당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므로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분리를 논할 때가 아니라 더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과 당 의장의 월례회동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청와대와 국무총리, 당 지도부의 만남을 정례화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이런 요구는 일단 당이 정부에 밀려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최근 1기구2주택 양도세 실가과세 등 주요한 정책사안에서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기력을 노출했던 게 사실이다.

▲ 31일 오전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진행된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상진 서울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다. 무주/김경호 기자



당의 정책주도권은 당의 ‘정책실력’이 관건

그러나 당의 정책 주도권은 청와대 쪽에 이를 요구한다고 확보될 문제가 아니어서, 당정분리 재검토 요구는 방향타를 잘못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의 정책역량을 키우고 의원들이 정책을 열심히 챙기야 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며 “당정분리 원칙을 재정립하라는 것은 ‘젖떼기에 실패하고 다시 젖을 달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도 “당이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쪽에 기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정례회동 요구는 과거 대통령이 ‘제왕적 총재’를 맡던 시절 당 지도부가 매주 대통령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지침’을 받던 ‘주례회동’ 관행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당의 정치적 자생력을 강조하며 “정당을 좌우하지 않는 나의 무능력, 바로 그게 정당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당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당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을 정당개혁의 핵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워크숍에서 몇몇 분들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청와대가 전혀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며 “당정분리의 기존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효율적 국정운영 위한 조율기능 강화는 필요

다만,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당정간의 정책적 조율기능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분리와 단절에 무게를 싣는 과정에서 생겨난 당정간 의사소통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당정분리, 정책적 사안에 대한 당정일치’라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당 우위의 당정관계를 실천하려 해도 당이 정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당의 자생력 배양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무주/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우리당,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자”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자.”
열린우리당은 31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서 “창당 초심을 잊고 오만과 나태함으로 국민에게 걱정과 실망만을 안겼음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불법 대선자금 국고환수 약속 등을 내용으로 한 대국민 결의문을 채택했다.

열린우리당은 “현장 정책 활동을 통해 국민의 요구를 기민하게 정책화·제도화해 실천해 나가겠다”며 총선 공약 사후점검단 구성과 24시간 국회의원 민원실 개설 등을 약속했다. 또, 의원들은 불법 대선자금 국고환수를 위해 남은 임기 3년 동안 매달 50만~100만원씩 일정액을 적립시키기로 했다.

이날 새벽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쏟아졌다. 임종인 의원은 “경제 정책도 재벌 옹호라는 오해를 받는 등 지지층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당이 무능·태만·혼란하다는 진단은 매우 정확한 것”이라며 “개혁과 실용이라는 이분법적 정체성 논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용불량자 문제나 양극화 등 어려운 민생을 살리는 실용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종석 의원은 종합토론 뒤 “대부분의 의원들이 반성적 기조를 보인 뒤 토론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당내 논쟁이 정책이 아니라 조직노선 위주로 이뤄져 국민들이 밥그릇 싸움으로 이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종합토론에서 당과 국민 사이의 기본적 신뢰가 많이 훼손됐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무주/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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