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는 '정치적 이용' 경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가 개인배상 청구권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내용의 외교문서가 17일 공개되자, 여야 각 당은 개인보상과 관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 일각에선 한-일협정의 역사적 재조명에 대한 정치적 이용 가능성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각 당의 처지에 따라 강조점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집행위원회에서 “문서공개 자체가 일제하 피해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정부에서 피해자들에게 일괄보상을 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에 대해서는 관계 당사자(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일제하 피해자와 유족들이 각종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고위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학 시절 한-일협정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김덕규 국회 부의장은 “문서가 공개됐어도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가 있는 만큼, 이를 정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과거사 규명작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국가가 개인 배상청구권을 청구권 자금 확보에 이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일제 강점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피해를 당한 강제징용자와 종군위안부 등의 피해배상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적 견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국민들이 역사적 진실이 어떤 것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를 계기로 활발해질 정부 각 부처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특정 정치세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승하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당시 한-일협정이 밀약 수준의 협정이었기 때문에 지금에라도 일부 공개된 것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협정의 과정 등에 대한 상세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잇달아 제기될 일제하 피해자들의 각종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 또한 필요한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정재권 황준범 기자 jj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