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대통령’ 발언 물의 ‘찜찜한 사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자신의 ‘대졸자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박근혜 대표가 공식 사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찬 기자 [e-mail]

박근혜 "오해 소지…당 대표로써 대신 사과"
전여옥 "왜곡보도로 상처입은 분 있다면 사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다음 대통령은 대학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는 발언이 불러온 파문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9일 사과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에서 이성권 의원이 전 대변인의 발언을 거론하자, “내용이 와전된 부분도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당 대표로서 대신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전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전 대변인 발언의) 내용을 다 보니 대변인이 학력지상주의를 가진 것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에서 대학 나온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실제로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전 대변인 자신도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공인으로써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그러나 “고의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왜곡한 보도만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아, 파문의 원인을 언론의 ‘왜곡보도’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전 대변인은 “저는 어디까지나 학력에 대한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꿈꾸고 있었고, 보좌진도 학력을 생각해서 뽑은 적이 없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박 대표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발언 파문 이후 6일만에 박 대표와 전 대변인이 수습에 나선 것이지만, 완전히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모양새는 아닌 분위기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에선 박 대표의 사과 발언과, ‘대표가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원들의 반대 의견이 뒤섞여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며 “박 대표가 작심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기 보다는 대변인이 (당 안팎의) 협공을 당하니까 방어막을 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당 대표가 사과를 할 정도면 당사자는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전 대변인의 사퇴를 주장했다. 황준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