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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돼가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5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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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 야도 민노당 빼곤 연대 움직임
“아직은 실체 없다” 관측속 행보 관심 ‘고건 발 정계개편론’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를 중심에 놓은 정치지형 재편 주장이 불거지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주장의 주요한 ‘진원지’는 열린우리당이다. 신중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연말이나 연초에 정치권에 대폭풍이 일 것”이라며 “정계개편의 시동이 걸리면 중심은 고 전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공식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중도보수 성향 의원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주도하는 안영근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비상한 의지로 당 쇄신을 통해 현 국면을 타개해내지 않을 경우, 고건 카드는 유력한 대안으로 급물살을 타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두 사람이 (당으로) 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두 사람은 이미 대권주자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동반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에 입당한 최인기 의원은 ‘국민후보론’을 제기하면서, 고 전 총리 중심의 신당 태동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중부권 신당’을 준비 중인 심대평 충남지사 쪽도 곧 고 전 총리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당직자들도 심심찮게 고 전 총리의 영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중부권 신당’ 등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에서 어떤 형태로든 고 전 총리와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은 아직 실체가 없는 과장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 전 총리와 자주 만나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고 전 총리를 둘러싼 최근의 갖가지 얘기들은 실체가 없는 낭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인사는 고 전 총리가 최근의 정계개편론 등에 매우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고 전 총리가 뒷짐만 지고 있겠다는 태도인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고 전 총리는 앞으로 큰 틀의 정치지형 재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 당장 대선행보를 본격화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계개편이 고 전 총리의 희망어린 전망이긴 하지만,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고 전 총리의 지금 처지는 정계은퇴 시절의 ‘디제이’(김대중 전 대통령)와 닮았다”며 “정치를 한다고 해도 안 되고, 안 한다고 해도 안 되는 게 지금의 (고 전 총리)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 전 총리는 언제쯤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까?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기가 조금 빨라지는 느낌”이라며 “지금은 고 전 총리가 정치권 재편을 적극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모순이 끓어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내부의 복잡한 상황과 민주당, ‘중부권 신당’ 등의 요구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여론지지율 1위를 달리는 고 전 총리의 정치행보를 재촉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11일 전남도의 공식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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