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6.12 19:53 수정 : 2005.06.12 19:53


△ (사진설명) 제주평화포럼 이틀째인 11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동북아시아 협력과 지역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상 : 관련 국가들의 시각’을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이수훈 경남대 교수(왼쪽 끝)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서귀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막내린 3차 제주평화포럼

‘동북아 공동체 건설 : 평화와 번영을 향하여’를 주제로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회 제주평화포럼이 11일 역내 다자간 안보대화 및 협력 촉진과 무역·금융·에너지·물류 분야 교류 가속화를 다짐하는 9개 항의 ‘제주 동북아 공동체 선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선언은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공동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교류와 협력에 기초한 지역공동체 구축”이라고 밝히고,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타결은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역사갈등 극복 강조
일·미·러는 ‘묵묵부답’
동북아 공동체 범위 싸고
중-동남아에, 일-만주등 관심
미 “개방 정책 확대” 촉구
러 “천연자원 수출국 그칠라” 경계

‘동북아 협력과 지역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상’을 주제로 한 11일 전체회의는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 학자들의 시각을 조망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동북아 공동체 건설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얘기했으나, 미묘하고도 의미심장한 ‘차이’를 드러냈다. 동북아 공동체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달랐다. 동북아 공동체 건설을 둘러싼 각 나라의 주요 관심사와 손익계산이 어디서 만나고 어긋나는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역사인식=이수훈 경남대 교수는 역사인식과 민족주의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동북아 공동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역사인식의 문제”라며 “다음 세대는 한국 또는 일본의 ‘국민’이 아니라 동북아의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족주의를 넘어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정체성을 형성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정 연세대 교수도 “배타적 민족주의가 동북아에 팽배하지만, 유럽과 달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나 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렌 샤오 중국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갈등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역사에 발목이 묶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오야 다카후사 일본총합연구개발기구 회장은 역사갈등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러시아 쪽 참석자들도 한·중·일의 역사논쟁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동북아의 정체성=동북아 공동체가 아우를 ‘지역’에 대한 미묘한 인식 차이도 드러났다. 장 윤링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소장은 “동북아 협력은 동아시아 협력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동남아가 동아시아 발전의 추동력이 되고 있다”며 “동북아와 동남아의 균형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대 이후 일본의 영향력이 강했던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의 눈은 만주와 시베리아를 향했다. 시오야 회장은 “다자간 협력관계를 심화시킬 광역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시베리아와 중국 텐진 북쪽이 각종 프로젝트를 밀도있게 실행할 기초적 구역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한국의 경부고속철과 경의선을 거쳐, 중국 동북지역 고속철을 통해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가는 장대한 꿈을 이제 실현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국가이익=참석자들은 “이제 이상이 아니라 현실로 동북아 공동체를 말할 때”라며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으나, ‘국익의 극대화’라는 동기를 숨기지 않았다.

켄트 컬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동아시아센터 소장은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유럽통합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미국이 동북아에서 더욱 많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이 지역 국가들이 개방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베트라나 수슬리나 러시아과학원 극동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는 동북아 통합에 참여할 의사가 있고, 실제로 에너지를 중심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를 천연자원 수출 국가로만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여러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동북아 나라들과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북핵 선결” 핵심과제 지적

미 ‘배타적 쌍무군사동맹’ 비판도

11일 전체회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가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핵심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수훈 경남대 교수는 “북핵 문제로 냉전체제 종식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늦어지면서,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의 발전을 추구하는 일도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 샤요 중국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핵심 과제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식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지적으로 이어졌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동북아 공동체 구성의 진짜 장애물은 안보”라며 “제도적·구조적 측면에서는 ‘쌍무 군사동맹’이 동북아 지역 안보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은 이 지역의 안보 문제에서 공동의 적을 상정하는 ‘배타적 쌍무군사동맹’을 기본으로 삼았다”며 “이런 관계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장 윤링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소장은 “군사 부분에서는 아직도 미국의 이해관계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어, 미국의 동의없이 동북아 안보 협력은 힘들 것”이라면서도 “동북아 국가들이 (미국의 개입없이) 자체적으로 안보 대화에 나서는 게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귀포/안수찬 기자


‘에너지 안보’ 구체적 방안 봇물

원유 공동수송·비축제 제안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촉구
정부-민간 긴밀한 협조통해
“중동 의존도 낮출 방안찾자”

‘동북아 협력과 공동체 건설’을 주제로 한 전체회의에 이어 11일 열린 ‘경제패널’에선 동북아 자유무역협정과 에너지, 금융, 자동차 산업,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제안이 쏟아졌다. 특히 에너지 패널에선 원유 공동수송 및 비축,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등을 통한 에너지 공동체 건설 구상이 제기됐다.

▲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회 제주평화포럼의 에너지협력 경제패널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서귀포/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창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동북아의 에너지 수요가 해마다 평균 2.1%씩 증가해 2020년엔 전세계의 26.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동북아에 ‘에너지 안보’라는 숙제를 제기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북아는 원유의 76%를 중동지역에 의존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며, △수입원 다각화 △긴급사태 대응책 강화 △환경친화적 에너지 개발 등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전력 연결 △원유 공동수송 및 비축 등을 제시했다.

자 다오지옹 중국 인민대 교수는 원유 정제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지난 몇년 간 원유 소비가 급증했으나 효율성은 오히려 더욱 나빠져, 일본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동북아 에너지 협력이 중국의 에너지 소비 구조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엔 원전이 5개 있으나 규모가 작다”며 “중국의 에너지원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앨러스터 퍼거슨 티엔케이­비피(TNK­BP) 부회장은 “동북아가 에너지원을 가스로 대체함으로써 원유를 비싼 값에 수입하는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시베리아와 사할린 가스 개발에 대한 관련국들의 ‘전략적 결정’을 촉구했다. 그는 “동시베리아 코빅타의 가스 매장량은 중국 전체의 매장량보다 많다”며 “이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려면 10년 간 적어도 2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므로 동북아 각국이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네키요 겐스케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시베리아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선 명백한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동북아 에너지 협력을 실현하려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한층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우선 원유 비축과 수송 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중동지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동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유무역협정과 금융협력 패널에선 협력의 진전을 가로막는 정치·사회적 장애물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후쿠가와 유키코 일본 도쿄대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져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국도 10년 뒤면 심각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북아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면 세계무역기구 체제 뿐만 아니라 금융, 정보기술, 투자, 여행, 심지어 테러와 전염병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일본은 가장 성숙한 경제로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금융협력 패널에서 “금융 통합에 앞서 무역자유화와 해외직접투자 등 실물 부문의 통합이 진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동북아 잇는 가스관 구축 북에 긍정적…안보에 도움”

인터뷰/켄트 컬더 미 존스홉킨스대 동아시아센터 소장

켄트 컬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동아시아센터 소장은 “동북아를 잇는 가스관 체계 구축이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부여해, 이 지역의 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아시아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북핵 위기가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에너지 협력이 향후 동북아 공동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11일 제주 신라호텔 접견실에서 만났다.

­한국과 동북아의 에너지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은 석유 의존도가 높고 공급원이 중동에 편중돼 있다. 북한의 잠재적인 에너지 수요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천연가스에 눈을 돌려야 한다. 천연가스는 친환경적이고 러시아나 북미 등 다양한 곳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동북아가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액화천연가스의 70% 이상을 사들일 정도로 이 지역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지역적인 가스관 건설이 시급하다. 산업화된 지역 중 가스관이 없는 곳은 동북아가 유일하다. 시베리아에서 북한을 지나는 가스관은 거리가 가장 짧아 한국에 유리하다.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기란 북핵 문제가 지속되는 한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가스관은 북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부여할 것이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등 군사적 수단 외에는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없다. 그러나 가스관이 건설돼 수입을 얻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스관 근처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저렴하다. 부시 정권이 북한이 붕괴하리라 보고, 제대로 협상을 하지 않은 채 사태를 관리만 하려는 게 문제다.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다국적 에너지기업에 이익이 된다면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지도 모른다. 텍사스에는 가스관 관련 기업들이 많이 있다.(웃음)

­러시아나 중국을 통과하는 가스관은 특정 국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높이지 않겠는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공급원은 다양할수록 좋다. 가스관이 건설돼도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병행해야 한다.

­당신은 동북아의 미래에 상당히 낙관적인 것 같다.

=그렇다. 18세기 이전 지정학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었던 동북아는 최근 세계화를 통해 세계경제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는 1979년 중국의 개혁개방 때부터 이 지역의 급성장과 이에 따른 에너지난을 예상했다. 한국전쟁이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으로, 아시아 외환위기가 치앙마이 발의로 이어졌듯이, 북핵 위기는 또다른 중대 합의를 낳을 수 있다.

서귀포/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