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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평양시 목란관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주최한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맨왼쪽)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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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민족통일대축전] 마지막날 행사 이모저모
6·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마지막날 16일 이뤄진 남쪽 대표단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면담은 모두 50분 동안 진행됐다. 남북은 이 가운데 25분 동안 계속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 상임위원장의 단독면담을 통해 이번 축전행사 들어 처음으로 북핵 문제를 다뤘으나,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남쪽 대표단과 50분간 면담
평양 목란관 접견실에서 정 장관 등 남쪽 대표단을 맞이한 김 상임위원장은 “고생 많습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잇따라 인사를 건넸으며,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오래간만입니다” 하며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또 박기종 국무총리실 조정관이 “지난번 자카르타에서 한 번 뵌 일이 있습니다. (이해찬) 총리께서 안부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라고 하자, “총리께서도 평안하시죠”라고 화답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안부 인사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5분간 계속된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의 단독 면담에 이어 열린 만찬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이번 통일 대축전은 북과 남의 책임있는 당국 대표단과 민간, 해외 각계 대표가 참가한, 말 그대로 민족의 대축전”이라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정 장관은 “김 상임위원장께서 제 연설이 끝나야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준비된 원고의 절반만 읽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행사를 마치면서 당국 대표단이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간만 다섯돌 행사를 치렀다면 얼마나 기운이 없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만찬은 북쪽의 국빈급 연회장으로 알려진 평양 중심가 창광거리의 목란관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5년 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뒤 맞잡은 손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울렸던 장소다. 남쪽 당국 대표단에 대한 북쪽의 마지막 배려였다. ‘금강’공연보며 감회 젖어
한편, 민간대표단은 이날 유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폐막식 뒤 봉화예술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가극 <금강>을 관람했다. 연분홍빛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75) 남쪽 준비위 명예대표는 공연 내내 깊은 감회에 젖은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신동엽 시인의 장편시 ‘금강’을 바탕으로, 박 명예대표의 큰아들인 고 문호근 전 예술의전당 공연감독이 1994년 초연한 작품이다. 박 명예대표는 “생전에 이루지 못한 (평양공연) 꿈을 이룬 아들을 축하하고 싶어, 아들 결혼식 때 입었던 옷을 입고 왔다”고 말했다. 방명록 사라진 만경대 찾아
앞서 남·북·해외 민간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평양 시내에 있는 만경대와 개선문, 만수대창작사 등을 둘러봤다. 고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는 지난 2001년 8·15 축전 때 이른바 ‘방명록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이 때문에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이 물러나기도 했다. 남쪽 대표단은 이를 의식해 방문에 앞서 북쪽에 방명록을 치워줄 것을 요구했고, 방명록은 없었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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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면담’ 기대 너무 컸나 환송만찬 등으로 일정 바뀌어 불발 가능성
6자회담 복귀 설득 등 남쪽 역할론 빛바래
6.15 공동행사에 참석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이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쪽이 애초 16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남쪽 정부대표단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예방을 단독 면담과 이어지는 환송만찬으로 바꾼 것을 두고, 김정일 위원장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가 아니냐고 풀이했다. 정부 대표단은 17일 오전 10시에 귀환하기로 돼 있어, 17일 중엔 김 위원장을 만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북쪽이 남쪽 정부 대표단의 숙소를 국가지도자급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바꾸고 대남관련 일꾼들이 총출동해서 예우를 갖추는 등 ‘극진한 환대’를 하자, 대표단 주변에선 이를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그 의미는 김 위원장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라는 배려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는 공개적으로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단독면담을 통해 6자 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고 해서, 그 메시지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5년 전 6·15 남북 공동선언을 합의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선언문에 서명하는 문제였다. 이는 선언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남북관계에서 누구를 만났는가가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이 남쪽 대표단을 만나지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냐는 데 있다. 이번 방북은 남북 당국이 처음으로 6·15 공동행사를 치르고 민간의 통일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논리라면 지난 5월 중순 개성 차관급 회담에서도 그랬지만, 21일 서울서 시작되는 15차 장관급회담에서도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은 그동안에도 일관되게 남북 장관급회담에서의 핵 문제 논의에 부정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이 핵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번 방북이 그런 인식에서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리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미국이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던 것은 남이 북을 설득해 6자 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랬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은 그런 기대에 호응하지 않은 셈이다. 환대는 있었지만, 손님을 초대해 놓고 정작 주인은 얼굴을 내밀지 않은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이 끝내 성사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핵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병행전략’은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없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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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과 핵 사이’ 미국의 두 목소리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듭 거론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미 행정부 내 강온파 사이의 대립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6자 회담 북한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이 오는 30일 국제회의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북한 인권 상황 우려” =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탈북자 강철환씨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면담한 것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강씨와 얘기를 나눈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의 만남을 전하면서 “이런 만남은 억압적인 국가의 지도자들을 분명히 화나게 할 것”이라며 “북한을 다자간 협상으로 복귀시키려고 설득하려는 시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탈선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만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북미 관계 정상화에 인권 문제가 의제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그간 취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 인권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대북 인권담당 특사 임명을 늦추는 등 구체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핵포기하면 영구적 안전보장” = 조금 느낌이 다른 신호도 있다. 조셉 디트라니 미 국무부 대북 협상 특사는 14일(현지시각) 의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영구적인 안전 보장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를 대북 안전 보장 문제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행정부와 의회의 많은 보수파들은 인권 개선이나 심지어 김정일 축출 없이는 어떤 안전 보장을 해주는 데도 반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트라니 특사의 발언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디트라니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 인권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안전 보장을 유보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에 맞서 북한의 안전 보장 문제를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6자 회담 차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이 오는 30일 아시아 안전 보장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리 부국장이 미 정부 당국자와 접촉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번 방문은 북핵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 미국 쪽의 의향을 탐색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 모종의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도쿄/박중언 특파원,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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