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문제와 북핵문제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
한일정상회담 이모저모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0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회동했다.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7번째이며 이른바 `셔틀외교'로 불리는 양국간 실무형 정상회담으로는 지난해 7월 제주 서귀포, 12월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 회담 이후 3번째이다.
이번 회담은 독도 등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간 긴장의 파고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회담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작년 두차례 `셔틀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노타이에 콤비 차림으로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격식을 갖췄고 회담장 주변 산책 등 친밀감을 연출하는 시간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은 오후 3시 정각 고이즈미 총리가 외빈접견 때 이용되는 상춘재 앞 정원에 도착, 반기문 외교장관의 영접 속에 계단에 오른 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노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이 "어서오십시오"라고 환영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상춘재 주변 풍광을 가리키며 "가고시마에서 본 나무들과 비슷하다. 오늘 날씨도 좋고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고맙다. 좋은 회담이 될 것 같다"고 사의를 표했다.
노 대통령은 다시 "더운데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며 반갑게 대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최근 독일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것에 대해 축하의 뜻을 건넸다.
|
▲ 회담장으로 들어서는 한.일 정상 노무현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
|
|
|
이어 노 대통령은 "이 위치가 청와대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으로 지난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지어진 곳"이라며 상춘재를 간략하게 설명하며 고이즈미 총리를회담장인 상춘재안으로 안내했다.
두 정상은 양측 공식수행원들과 차례로 악수를 한 뒤 양국 보도진의 요청에 따라 손을 맞잡은 채 미소 띤 얼굴로 포즈를 취한후 상춘재내 대청에 마련된 테이블을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2시간 예정의 공식회담에 돌입했다.
두 정상은 과거 6차례나 격의 없는 만남을 가졌던 때문인지 회담은 가벼운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이 먼저 상춘재에 대해 "이 곳은 바깥이나 안이나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이름을 이승만 대통령이 지었는데 뜻이 있다"고 설명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상춘재는 일본어로도 한자를 보고 뜻을 알 수 있다"고 화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상춘재를 일본의 심수관 도요에 빗대 한.일 양국 문화의 공통성을 부각시켜 눈길을 끌었다.
심수관 가문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온 한 조선 도공의 후손들로 지난해 12월18일 노 대통령이 들렀던 가고시마현 히가시 이치키초에 거주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밖의 정원을 보니 지난번 이부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많은 것들이 한반도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번 회담 때 심수관 선생집에 들렀을 때 감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난번 경관이 아주 아름다웠다. 일본 건축물이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화답하면서 "일본의 음식이 특별히 맛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고,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그때는 폭탄주를 안마시고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만찬이었다"고 회고해 웃음이 터졌다.
잠시 농담이 오간 뒤 양 정상은 최근 악화된 양국관계를 반영하는 '뼈있는' 대화를 주고받고 회담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정치라는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기를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그런다"며 양국의 관계 악화를 '더운 날씨'와 '바람'에 빗대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을 받았고, 이후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했다.
회담에는 반 외교장관과 라종일 주일대사,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정우성 외교보좌관, 윤병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이 배석했다.
일본측에서는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 야마자키 마사아키(山崎正昭)관방부장관,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 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심의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이 배석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 관련 보고서를 훑어보고 자료를 챙겨보는 것으로회담 준비를 갈음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낮 12시30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시내숙소호텔로 직행해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회담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