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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0 17:54 수정 : 2005.06.20 17:54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왼쪽 앞에서 두번째)가 20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과거사 문제와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대통령 “정치,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어”
고이즈미 “겨울 추울수록 봄 따뜻함 느껴”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렸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7번째인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리는 공식회담을 시작으로 언론 설명회와 만찬 회담 차례로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상춘재 앞 정원에 먼저 도착해, “어서 오십시요. 더운데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라고 악수를 하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맞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늘은 날씨가 좋고,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회담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서로 덕담부터 주고받았지만, 지난해 여름과 겨울, 제주 서귀포와 가고시마현 이부스키 휴양지를 오가면서 편안하게 치러졌던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매우 딱딱했다. 지난해 회담 때의 ‘노 타이’ 차림과는 달리 두 정상은 각각 청색과 회색 정장으로 격식을 갖췄고, 회담장 주변 산책 등 친밀감을 연출하는 장면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장 입고 격식 갖춰…‘상춘재’로 첫 대화

첫 화제는 회담 장소인 상춘재로 모아졌다. 노 대통령이 “이 집이 바깥에서나 안에서나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을 이승만 대통령이 지었는데 뜻이 있다”라고, ‘항상 봄’을 의미하는 상춘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상춘재는 일본어로도 한자를 보고 뜻을 알 수 있다”며 “일본에서도 한자를 쓴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어 상춘재를 일본의 심수관 도요에 빗대, 한-일 두나라 문화의 공통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심수관 가문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의 후손들로 지난해 겨울 노 대통령이 들렀던 가고시마현에 거주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밖의 정원을 보니 지난번 이부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많은 것들이 한반도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번 회담 때 심수관 선생집에 들렀을 때 감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지난번 경관이 아주 아름다웠다. 일본 건축물이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화답하면서, “일본의 음식이 특별히 맛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때는 폭탄주를 안 마시고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만찬이었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또 노 대통령은 “정치라는 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길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서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그런다”고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상춘재는 청와대 내에서 외빈 접견에 사용되는 전통 한옥으로, 2003년 7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롯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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