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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가사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해, 이를 법·제도로 정착시키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학계와 여성계의 연구나 주장에 머물던 이 문제가 국회로 무대를 옮겨온 것이다. 우선,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을 동등하게 나누도록 하는 ‘부부 재산제’ 도입에 여야가 모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혼인중 재산분할도 가능케”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은 부부 재산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민법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오는 29일 국회에서 연 뒤, 다음달 초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은 △이혼 때 여성이 재산의 절반까지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혼인 중에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주택 등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처분할 때에는 배우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현행 법은 재산형성에 대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기여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부부간에 실질적인 경제적 평등을 기하고, 명의 없는 배우자가 불합리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달 서울가정법원 산하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가 마련한 제도 개선안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열린우리당도 이를 오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 쪽은 “가정법원 제도개혁위원회가 마련한 민법 개정안에 대한 대법원의 의견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원 입법을 통해 정기국회 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현재 이혼소송을 통해 이혼할 경우 전업주부는 재산의 30% 정도를 나눠 받는 게 지금까지의 판례”라며 “부부 재산제는 재산 형성·처분 과정에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시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민법 개정안과 별도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소득공제로 보상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지난 17일 국회 재정경제위에 상정됐다. 이계경 한나라당 의원이 낸 이 개정안은, 연말정산 때 전업주부인 배우자에 대한 기본 소득공제액을 현행 1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크게 높이는 게 뼈대다. 이 의원 쪽은 개정안대로 되면,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의 소득세 부담이 연간 120만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맞벌이부부와 형평성 안맞아”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선 “맞벌이 부부 또는 한부모 가정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한국여성민우회)거나 “외국 사례도 없고, 연간 3조∼4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재정경제부)는 등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가사노동은 여성이 맡고, 그 가치는 직장을 다니는 남편의 종합소득공제를 통해 보상받는다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지만, “가사노동 가치에 대한 국회 논의에 첫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밖에 여야는 보험금 보상 때 적용할 전업주부의 일일수당에 대한 별도의 통계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에 ‘가사노동 가치 인정’을 둘러싼 정책 경쟁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황준범 이지은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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