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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6 17:07 수정 : 2005.06.26 17:07

후소사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각 시민단체의 대표들.


[현장]25일 오사카서 왜곡교과서 채택저지 연대모임 500여명 성황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연대해 후소사 교과서 채택 저지에 나섰다.

지난 25일 일본 오사카 추오구민센터에서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회’(새역모)의 역사 교과서와 공민 교과서 채택을 저지하기 위한 일본 시민단체들의 모임이 열렸다. ‘어린이들에게 건네지 마, 위험한 교과서 오사카 회’를 중심으로 50곳이 넘는 일본내 시민단체가 연대해 만든 ‘어린이들에게 건네지마 위험한 교과서 6·25 오사카 집회 실행위원회’가 이번 행사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의 시민단체 대표로 안병우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교과서운동본부)’ 위원장이 참가해 한국내 활동상황을 발표했다.

약 5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우에스기 사토루 대표가 와카야마현을 비롯한 간사이 지방과 일본 전국의 교육위원회에서 후소사 교과서를 채택하기 위해 새역모 쪽과 교위 쪽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 등을 보고했다. 우에스기 대표는 특히 도쿄도와 에히메현 등 채택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위험 지역,그 다음 위험 지역을 꼽는 등 새역모 활동의 현주소를 자세히 소개하며 채택 저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대표 “한국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양국 공통 역사인식 중요”

▲ 행사장 강단 앞에 한국 시민단체들이 '동아시아평화, 역사왜곡'이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안병우 위원장은 일본의 왜곡 교과서를 막기 위한 한국의 정계 학계 시민단체등의 움직임과 대응 내용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조만간 한국의 각 지방자치단체가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게 불채택에 협력해 달라고 호소하는 공문이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전 국민이 이 문제에 뜨거운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한·일 두 나라가 공통의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병우 위원장의 발표시간이 약 40여분간 할애가 되는 등, 이날 모임은 한·일 시민단체가 새역모 교과서의 채택 저지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에스기 사토루 대표는 행사 뒤 인터뷰에서 “4년전 일본 시민단체가 저지운동에 적극 나선 덕분에 채택률이 0.039%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으로 일본 여론이 크게 달라진 데다, 문부과학성과 자민당이 새역모 교과서 채택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후소사 교과서의 영향을 받아 다른 출판사들도 일본의 과거 가해사실에 대한 기술을 크게 후퇴시킨 점 등을 주요한 요인으로 들었다.

새역모는 자민당 등 여러모로 정계의 힘을 등에 업고 교과서 채택률 10%를 목표로 잡고 있으며, 그 목표가 허황돼 보이지 않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우에스기 대표는 말했다. 그는 “채택률을 3% 정도로 묶어 두는 것이 이번 운동의 최종 목표”라며 “한국 시민단체와의 결속과 연대 강화로 교과서 채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오는 7월말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 “어려서 조선인은 열등하다 교육받고 부모 원망”

▲ 회의장에 오사카 시민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일본 시민들은 “주변국가와 약속 하나 못지키고 사실을 사실대로 기술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그렇지만 4년마다 돌아오는 교과서 채택 때 후소사 교과서 채택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여서 채택 저지운동에 더욱 열성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사카부내 각 지역별로 어떤 운동을 벌이고 있고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등 활동내용을 보고하는 각 시민단체의 발표 시간에는 크고 작은 일본시민 단체들과 일부 재일동포단체 등이 발표에 나섰다.

재일동포 정병채씨는 “중학교 시절에 조선 침략을 조선 정벌로 교육받고, 조선인은 열등민족이라고 교육받은 나로서는 집에 오면 부모를 원망하고 열등민족이 아니기 위해 일본인으로 귀화하기를 몇번이나 마음 먹었던 심적인 고통의 시간들이 매우 길었다”며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음가짐이나 인생관까지 바꿀 수 있어, 그만큼 어떤 교과서로 교육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일 시민들이 연대해서 후소사 교과서 채택을 저지하자는 이 운동은 오사카뿐 아니라 히로시마현 와카야마현 에히메현, 홋카이도, 도쿄도 등 일본 전국 14개 지역에서 7월13일까지 진행된다.

여론 무관심할수록 소중한 일본내 양심세력

‘2005년 교과서 채택문제 히로시마 현민네트워크’ ‘스기나미의 교육을 생각하는 모두의 모임’ 등 많은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나섰고, 한국에서는 ‘아시아평화와 역사 교육연대’, ‘전교조 대구지부’, ‘한일 역사 부교재 제작팀’ 등이 참가해서 해당 지역 교위의 교육감 방문이나 서명을 모아 교위로 보내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교과서를 각 지역 교위에 사전 배포한 후소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문부과학성이 검정취소기 아닌 ‘주의·지도’ 정도의 요식행위를 통해 사실상 묵인하는 데서 볼수 있듯이, 자민당과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채택 저지 운동의 보이지 않는 큰 벽으로 가로막고 서있다.

또, 역앞에사 한두 사람이 메가폰 하나로 외치는 납치문제 해결 촉구 움직임은 모든 신문·방송이 클로즈업하면서도 제법 규모가 큰 이번 오사카의 모임에는 마이니치 방송의 카메라 정도만 보였을 뿐 그나마 보도 가능성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언론의 힘에 의존해야 하는 한일 시민연대의 교과서 저지 운동이 너무 작고 온데간데 없는 목소리로 파묻히고 있다.

무관심과 침묵의 벽이 높고 두터울수록 단 한 권의 책이라도 덜 채택되도록 끝까지 노력하자는 결의로 뭉친 일본의 양심세력들의 움직임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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