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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30 19:19 수정 : 2005.06.30 19:19

사진/ 황석주 기자 stonpole@hani.co.kr


‘한겨레’ 단독 인터뷰
북 6자회담 재개 전제…“남북 핵조율 채널 필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30일, 6자 회담 재개를 전제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필요하다면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로서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날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6자 회담이 재개되면 회담 틀 안에서 북­미 간에 다양한 접촉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 뒤, “그가 이미 한·중·일·러 등 회담 참여국을 모두 방문했는데 북한이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미국 고위인사의 방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힐 차관보는 지난 22일 주한 미국대사관 온라인 커뮤니티인 ‘카페 유에스에이’에 올린 글에서 “기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방북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반 장관은 7월 초로 알려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 장관의 한·중·일 방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입장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막바지에 와 있는 6자 회담 재개 협의에 있어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라이스 장관이 방한하면) 우리 쪽에서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라이스 장관도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주권국임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이 라이스 장관의 방한 전에 6자 회담 복귀를 밝힐 경우 한-미 간에 힐 차관보의 방북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 장관은,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해 또다른 추가 협의가 필요하냐는 물음에 “(이제) 북한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미국이나 한국, 중국 등 관련국들이 이제까지 취한 모든 조처와 김 위원장의 요구사항을 대비해 보면 북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7월 초에라도 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면 7월 중에 회담을 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북한과 핵문제를 협의할 남북 외교당국 채널을 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하고, 7월 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에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참석한다면 “북­미 사이엔 모르겠지만 남북 간에는 접촉이 이뤄지는 게 자연스럽고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북한 스스로 답 알고 있다
‘7월 전망’반기문 외교부 장관에 듣다

6월 우리 외교는 숨가쁜 한달을 보냈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10년래 가장 중요한 회담이었다는 게 외교 당국의 평가이고 한일 정상회담은 마지막 시점까지 열릴 수 있을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6월은 북핵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의 전면복원과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내걸고 이를 헤쳐왔다. 7월 이제 그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인가, 6월의 마지막날 외교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외교부 17층 대접견실에서 만나 7월을 전망해 봤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시차가 있어 지켜봐야 겠지만, 뉴욕 세미나에서 북미접촉도 예상되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났을 때 ‘미국과 협의를 해봐야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7월 중 회담에 나올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북 체제의 특성이나 김 위원장의 절대적인 위치로 볼 때, 7월 중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외교적 노력을 최대한 경주하고 있다. 최근 이해찬 국무총리도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 중국 쪽 역할을 주문했고, 나도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리자오싱 외교부장을 만나 협조 요청을 다시 했다. 다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도 똑같은 요청을 했다. 주변국들이 모두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기로 했다. 물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스스로 이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할 수 있고,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해왔다고 본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미스터 김정일’이란 존칭을 사용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사진/ 황석주 기자 stonpole@hani.co.kr

-7월 중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방문이 준비되고 있는데...

=라이스 장관의 방한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라이스 장관이 한·중·일을 방문한다면 막바지에 와 있는 6자회담 재개 협의에 있어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쪽에서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라이스 장관 스스로도 북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주권국가’임을 인정한다는 표현을 써왔고, 국제 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회담 복귀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동영 장관 면담 때 한 얘기 가운데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핵 사찰 허용이라든가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각하라고 할까요?’라는 긍정적인 언급이 있었다. 면담 이후 미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6·17 면담에 대한 미국 쪽 평가는 어떤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미국은 남북 관계 진전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주도적 외교 노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도 남북대화를 환영하고 지지한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또 남북대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유용한 채널이 되기 바란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유용한 대화채널로서의 남북간 협의에서 북은 아직 회담 복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안보였고, 미국 쪽에선 공식 브리핑 등을 통해 ‘날짜’를 얘기하고 있다. 명확한 6자회담 재개 시점을 밝히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인 날짜가 중요하다. 중국이 주최국으로서 날짜를 북과 협의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다른 6자회담 참여국은 날짜에 대해선 비교적 신축성이 있기 때문에 북이 날짜를 제시하면 가장 쉽게 회담 일정이 잡힐 수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북한이 이제는 더이상 늦추지 말고 6자회담에 빠른 시일 안에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전략적 결단을 해서 국제사회, 특히 남북한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여러 긍정적 변화를 감안해 빨리 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도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 사진/ 황석주 기자 stonpole@hani.co.kr

-김 위원장이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표현한 부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북한은 나름대로 회담에 돌아올 명분을 중시하는 것 같다. 북한이 회담에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은 우리가 여러가지 제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이 핵개발 포기한다면 경제지원할 수 있고, 다자 안전보장에다, 궁극적으론 수교관계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보다 정상적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 미국으로선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아울러 그 이후 북한에 5만t의 식량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 등 미국이 여러모로 노력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정동영 장관의 방미 등을 보면 미국 쪽의 추가적 노력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 장관의 방미 목적은 미국에 추가적 조처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과 장관급회담 주체로서 그 결과에 대해 미국 정부에 설명하고,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모멘텀’을 어떻게 살려나가느냐에 대해 한미 사이에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다.

북 6자복귀 선언땐 이달중 재개될수도
6자안 북-미 양자접촉 적극 활용해야
미, 자개카드 소진…이후 협상엔 유연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한 관리가 최근 미국이 일정기간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안하면 이를 취소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언을 취소한 것으로 판단하고 회담에 나오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나.

=그런 발언으로 북한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 나름대로 내심 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북의 미래나 개혁·개방, 미래를 보장하는 데 유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정은 북한이 해야 한다.

-최근 라이스 국무장관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났을 때, 반 장관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라이스 장관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는데.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한 분위기나 명분을 만드는데 있어, 남한도 미국도 노력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지금 북의 회담 복귀라는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이른바 ‘추가협의’가 30일(현지시각) 뉴욕 세미나에서 리근-디트라니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지?

=지금 단계에선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북한이 회담에 참석하는데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북한 쪽의 발언 하나하나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여러가지로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유리하게 만들어놓아, 북이 회담에 들어오는게 편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회담에 나온다면 미국 쪽에 통보를 할 것으로 보나, 아니면 성명 형태로 밝힐 것으로 보나? 정부가 예상하는 수순은 뭔가?

=그동안은 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해 통보해왔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정동영 장관 만난 자리에서 7월 안에도 회담 복귀 가능하다고 한 것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데 좋은 모양새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 통보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북한의 회담복귀 자체가 중요하다.

-7월 안에라도 회담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은 전제가 있는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정동영 장관의 방미와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 등 과정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는가?

=우리가 취해온 여러 조처를 볼 때 북이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별한 발언을 너무 조건화해서 거기에 집착하면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외교는 예술과 같다. 정확한 틀을 적용하기 어렵다. 상대방의 마음도 읽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서로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 관련국들이 이제까지 취해온 조처와 김정일 위원장의 요구사항 등 대비해 보면, 북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공교롭게도 지난 22일 힐 차관보가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갈 용의가 있다고 한 날, <워싱턴포스트>에 돈 오버도퍼 교수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 대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그에 앞서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 타진 기사도 나온 바 있고. 북한이 라이스 장관 방한 전에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힌다면, 6자회담 틀 안에서 미국-북한간의 보다 직접적인 협상이 가능한건가?

=제4차 6자회담이 개최되면 회담틀 안에서 북-미간 다양한 접촉이 가능할 것이다. 또 힐 차관보가 미국 쪽 회담 수석대표로서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미 한·중·일·러 등 회담 참가국 모두를 방문했는데,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북한이라고 방문 못할 이유가 없다. 회담이 재개되고, 그 틀 내에서 북미 양자접촉이 열리고, 광범위한 토론의 포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미국 쪽이 이미 밝혔으니, 북도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북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가 여럿 있을텐데 경제개발 지원이라든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성원으로 참여한다든지, 안전보장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남북한 간에도 장관급회담은 사실 북핵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틀은 아니지 않나. 물론 6자회담 장에서도 협의할 수 있겠지만, 북과 핵문제에서 별개의 협의 틀을 가지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은 없는가?

=제3차 6자회담에서 우리 쪽 수석대표인 이수혁 차관보가 회담 틀 안에서 북쪽과 개별 접촉을 이미 하지 않았나. 나도 지난해 7월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 때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만나기도 했다. 기존 외교틀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방한은 아세안지역포럼 전으로 예상되는 데, 북이 그 전에 회담복귀를 발표할 경우 아세안지역포럼에서 다양한 접촉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북미 사이엔 모르겠지만, 남북간은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럽고 필요하지 않나 싶다. 원칙적인 면에서 그렇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구체화한 건 아니다. 백 외무상의 참석 여부도 아직 정해진 건 아니다.

-지난 4월 박봉주 북한 총리가 방중했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도 중국을 방문했다. 물론 북한의 회담 복귀를 예상해서 나온 얘기이긴 하지만 당시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을 예상했었는데. 후 주석 방북은 언제쯤으로 보나.

-그건 중국 정부와 후 주석에 달린 문제이자 북중 사이의 문제다. 중국 정부의 외교적 관례에 비춰 방북이 결정되더라도 발표는 실제 후 주석의 북한 방문에 임박해서 내놓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북 정책, 특히 6자회담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그동안 비판적인 지적이 있었지만,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인 부시 대통령 태도는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소중한 것처럼, 미국에게도 한국과의 우호협력 관계가 소중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였다. 사실 정상회담 개최 전에 한미 동맹관계에 심각한 균열이나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 많았다. 특히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미 간에 이견이 있다는 억측이 있었는데, 지난 회담에서 그런 억측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었다. 회담 중에도 그렇고 기자회견에서도 그렇고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의 관계를 ‘아주 특별하고 굳건하며, 중요한 전략적 동맹관계’라고 말했다. 동맹관계를 꾸며주는 형용사가 4개나 붙었다. 미국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 보니, 부시 대통령의 평소 어법으로 봐 형용사를 그렇게 강조한 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미관계가 호혜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네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 가운데 지난 회담이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회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때부터 이미 라이스 장관의 방한이 논의된 건 아닌가?

=그 얘기는 안하겠다. (웃음)

-이른바 ‘중요제안’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힐 차관보는 최근 <연합뉴스>와 한 회견에서 미국도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는 하는데, 실제 한미 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어느정도 까지 공감대가 있고 그런 내용이 북쪽에 충분히 전달됐는지 궁금하다. 내용적으로도 제3차 6자회담 때까지 양쪽의 제안한 내용과 비교해 본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유도성 질문 같은데. (웃음)

-미국도 (3차회담 때 내놓은 제안과는) 변화된 입장에서 4차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미국의 입장을 내가 이해한 바대로 말한다면,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 이제까지 내놓은 구체적인 제안 이상으로 어떤 다른 신축성을 보이거나 제안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된 뒤에는 협의 과정에서 주고 받는 협상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모든 것은 대화·협상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중요제안’이라고 해서 북에 내놓은 것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내놓은 좀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 중요 제안의 내용은 회담이 재개되고, 실질적 진전이 나오는 과정에서 충분히 관련국들과 협의도 하고, 국민들의 동의도 받고 할 것이다.

-북이 이번 주 안(7월초)에라도 회담복귀를 공식성명을 통해 밝힌다면, 외교 일정 상 7월 중 회담 개최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북 외무성의 3월30일 ‘6자회담의 군축회담화’ 제안에 대한 우리 쪽 판단이 긍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

=북한이 핵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 동등한 자격에서 군축회담을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는 우리나 미국 뿐 아니라 중·일·러가 다 마찬가지다. 다만 동등한 자격에서 회담을 하겠다는 점은 이미 인정된 것이다. 회담 참가국으로서 동등한 자격을 북한도 가지고 있고, 미국 정부도 주권국가로서 동등한 자격 인정한다고 밝히지 않았나.

-북이 이 담화를 발표한 뒤에도 같은 입장 고수하고 관철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나.

=지난번 성명 이후 계속 그러고 있는지 여부는 내가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

-지난 5월초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 연료봉을 인출한다고 했고, 미국 쪽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 이후 상황을 악화시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핵 실험 징후에 대해선 과학적인 검토와 관련국 검토 끝에 그런 징후가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이후에 추가적 상황 악화는 없었다.

-한미관계에 대해 묻겠다.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처로서 동맹과 관련된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작계 5029 문제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어느 정도 구체화할 수 있는 논의들을 예상할 수 있는지. 그밖의 현안 가운데, 주미 대사관 이전 등 후속조처는 외교당국 차원에서 협의 끝난 것인지 알고 싶다.

=전략적 유연성은 정상회담에서 원칙적 내용에 대한 의견교환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외교·국방 라인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 차원과는 별개로 김숙 북미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개념계획 5029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국방 당국간에 이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두 정상이 합의했다. 우리 입장을 미국도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지난 6월 초 한미 국방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협의했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주한 미국대사관 부지 문제는 조만간 양해각서(MOU) 서명을 준비하고 있고, 좋은 계기가 오면 서명할 것이다.

-라이스 장관이 방한하게 되면 북핵 문제와 동맹 문제 뿐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 기타 현안에 대한 논의도 하게 되나?

=한미 사이의 전반적인 문제를 협의할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는 국민 보건과 직접적 관련된 문제다. 미국 쪽 요청도 있었고, 전문가 등 대표단이 실제 미국을 두차례 방문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6월 중 검역 관련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최근 미국에서 새로운 광우병 발생 사례가 확인됐다. 앞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봐 가며 추가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한미 외교 당국간 장관급 협의를 정례화하는 문제는 진전이 있나?

=지난 한미정상회담 당시 라이스 장관에게 제안했고, 미국에서도 내부적으로 긍정적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 라이스 장관이 방한한다면 구체화해 올해 안에 발족을 할까 한다. 국방장관 간에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가 30여차례 열리지 않았나. 반면 외교당국 간에는 수시로 필요에 따라 만나왔다. 이걸 좀더 정례화해 외교·안보의 고위 당국자까지 같이 참여하는 협의체 만들면 어떠냐 하는 것이다. 회담 틀은 구체적으로 만들어봐야 한다.

-공석인 주한 미 대사 발표는 조만간 이뤄지나?

=아직은 공식적으로 아그레망(신임장) 요청을 받은 바 없다. 미국 내 행정적 절차가 끝난 뒤 아그레망 요청이 올 것으로 안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선 많이 알려졌고 이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정부가 추가로 공개하기로 한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 등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 문제는 차관급 태스크포스에서 현재 심의를 하고 있다. 공개한다는 게 원칙이다. 시기나 구체적 범위에 대해선 좀 더 마무리 협의가 필요하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최종적 토론도 필요하다. 아직은 절차가 좀 남아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선 두 정상과 장관 등 각급 차원에서 우리 입장 충분히 강력하게 전달했다. 제3의 추도시설 건립 검토 발언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약속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 당시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과는 배경이나 맥락, 분위기가 다르다. 그만큼 중요도가 다르다. 일본이 이런 정치적으로 중요한 약속은 지켜나가길 바란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을 증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잘 알고 있다. 일본의 국력과 경제력 맞춰 그런 역할 하는 것은 어느 면에서 자연스런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아가면서 역할을 증대시키려면,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서 주변국 신뢰를 충분히 받는 바탕에서 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스스로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예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외교부 혁신에 대해 묻겠다. 1년 전을 떠올려 보면, 외교부가 변화한다고 했는데 뭐가 달라진 것인가?

=요즘 좌절감 같은 거 많이 느낀다. 외교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일에 대해선 몸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해 왔다. 참여정부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외교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 인식이 높아지고, 주문과 비판도 많아졌다. 그 비판 다 겸허히 수용하고, 직원들 여러차례 토론회도 하면서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 보여야겠다고 안도 많이 내놨다. 21세기에 우리와 같이 외교적 도전·과제 많은 나라가 어디있나. 경제규모는 10대 대국임에도 안보 경제적 도전은 여전히 많다. 먼 장래에서 보면 국가이익에 합당한 것인데, 그에 맞는 조직이나 제도에 대해선 아주 인색하다. 정부도 국민도 모두 인색하다. 국민이 인색한 것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도를 만들어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영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250명 늘려야한다고 얘기 나온 게 도대체 언제인데 한명도 늘리지 못했다. 6월 말까지 이 문제 매듭짓겠다고 직원들에게 얘기했는데, 어제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이 문제 얘기하려니 참모들이 말리고 나섰다. 외교부에서 지난해 영사관계 얼마나 애를 먹었나. 올해는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 외교 원년이라고 목표 설정할 정도로 노력 많이 했다. 전세계 유례없는 24시간 콜센터 운영하고 있다. 긴급지역에 가는 이들에게는 로밍 서비스해 문자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각국 주재 대사관에 종합민원실도 만들었다. 또 긴급대응 팀까지 만들어, 중국 등지에 가서 대형사고 발생에 대비한 모의훈련까지 했다. 일은 10배 이상 늘어났는데 20세기 당시의 인원과 조직가지고 하라는 건 문제 있지 않나. 외교부는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때 인원 200여명이 줄어 들고, 공관도 줄었다. 최소한 원상복구는 해달라는 것이다. 복수차관도 사실 외교부 때문에 나온 건데, 장·차관이 동시에 국내에 없는 상황이 몇번이나 생기지 않았나. 최근에도 장관은 이라크 국제지원회의, 통상본부장은 총리 방중 수행, 차관은 장관급회담 설명위해 방미, 차관보도 중국행에, 정책실장까지 유엔 안보리 개혁 관련 특사로 나가면서 자리를 한꺼번에 비웠다. 이런 조직으로 국제사회에서 그나마 이 정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직원이 밤을 새워 주말없이 일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동안 일요일 하루도 일정 없이 놀아 본 일 없다.

국민들께선 그동안 외교부가 뭐 잘 한 거 있느냐고 하겠지만, 혁신 등에서 좋은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밀어줘야 한다. 오죽하면 정치권에서 우리와 협의도 없이 외교부 직원 500명 늘리라고 하겠나. 외교하기도 바쁜데 내교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꾸 미뤄지면서 개혁 자체가 안되고 있어 안타깝다. 인터뷰/강태호, 정리/정인환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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