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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4 19:09 수정 : 2005.07.04 19:09

3년 넘게 법률고문 일하며 7억여만원 받아
‘주식 변칙증여’개입논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의 3개 금융계열사가 제기한 공정거래법 관련 헌법소원을 다루게 될 헌법재판소의 윤영철 소장이 지난 1997년부터 3년 이상을 삼성그룹의 법률고문으로 일하며 7억1199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번 헌소를 기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4일 윤영철 헌재소장을 상대로 한 지난 2000년 9월5일의 국회 인사청문회 속기록을 보면, 그는 97년 5월부터 헌재소장 후보자로 추천된 2000년 9월까지 삼성그룹의 법률고문으로 일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초반 5개월은 비상근으로 일한 뒤, 나중 3년 가까이는 사장급 상임고문으로 재직하며 1주일에 3일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출근했다.

윤 소장은 상임고문으로 근무하는 동안 97년 10월∼98년 4월에는 삼성생명에 소속돼 1억5745만원을, 98년 4월∼2000년 9월에는 삼성전자에 소속돼 5억5454만원을 받았다. 삼성생명은 이번 헌소의 직접 당사자이다.

특히 윤 소장이 삼성의 법률고문으로 일한 시기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편법 증여’ 논란 속에 장남 재용씨에게로 ‘후계 승계’ 작업을 구체화한 때와 일치해, 청문회에서 집중 추궁의 대상이 됐다.

당시 청문회에서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전환사채를 싼 비용으로 발행해 이재용씨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를 시작한 시점이 97년 3월이었으며, 삼성에스디에스(SDS)가 재용씨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CB)를 발행한 시점도 2000년 2월이었다”며 “윤 후보자가 (당시) 이에 개입한 것은 아니냐”고 따졌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도 “삼성의 고문변호사로 일하면서 7억1199만원이나 되는 급여를 받은 것은 삼성 계열사 주식을 재용씨에게 변칙적으로 증여하는 데 관여한 대가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윤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 삼성그룹의 사장단은 그 정도의 봉급을 받았으며, 변칙상속 등에는 전혀 개입된 바 없다”고 답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윤 소장의 이런 전력을 이유로 “헌재가 소장을 비롯한 9명 재판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인 만큼, 윤 소장이 삼성의 헌소를 스스로 회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28일 ‘재벌 계열 금융사가 보유한 다른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제한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소를 제기한 바 있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법학)는 “윤영철 헌재소장이 삼성 법률고문을 한 것이 제척 사유는 아니지만, 본인이 (이 사건 심리를) 회피해야 하고 당연히 기피 사유도 된다”며 “윤 소장이 참여하면 헌재 결정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도 “고문료로 7억원이나 받았다면 상당히 큰 액수이므로, 본인이 알아서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희 김태규 기자 hermes@hani.co.kr


“언제간 재벌이 정면도전할 줄 알았다 ”

김종인 민주당 의원 “삼성헌소, 결국 기각될 것”

“언젠가는 삼성과 같은 재벌이 국가권력에 정면 도전하는 일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1987년 제9차 헌법개정 때 제119조에 ‘경제의 민주화’ 조항을 만든 것도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였다. 헌법정신에 비춰보면, 삼성의 헌법소원은 결국 기각될 것이다.”

김종인 민주당 의원(사진)은 4일 삼성생명 등이 낸 공정거래법 헌법소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김 의원은, 재벌개혁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해 온 대표적 인사로 꼽히고 있다.

김 의원은 “처음엔 국가권력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경제권력이 성장해 대등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의 헌소 제기와 같은 재벌의 국가권력 도전은 (나의) 예상보다 일찍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은 지금 경제적 힘 뿐 아니라 광고를 통해 언론사를 동원하고, 자신들에 동조하는 전문가집단을 만들어 사회여론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정부는 헌법에 기초해 엄정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과 국가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헌법 제119조의 ‘정신’을 유달리 강조했다. 제119조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한 국가의 경제 개입은 헌법적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민정당 의원이던 87년 당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경제 관련 헌법조항의 개정작업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쪽에서 헌법 제119조를 없애자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재벌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헌법 조항”이라며 “정부가 일개 기업이나 집단의 힘에 밀려선 국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한 토론회에서 “미국에서도 기업이 정부에 대드는 경우가 없다”며 “그런데 한국에선 삼성이 정부에 협박 비슷한 소리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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