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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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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전선 구체화…2006년 1월 결실 기대
‘한나라당과 큰 연정’은 내부단속 짙어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 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4일 확인돼, 정치권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여권 수뇌부 모임인 ‘11인회’에 참석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안 된다. 우리 정부는 내각 책임제적 요소가 있으니까 국회의 다수파에게 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주면 국정이 안정되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밝혔다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바로 ‘퇴짜’를 맞았다. 민주노동당은 사안별 제휴는 가능하나 연정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고, 민주당도 당 정체성을 무시한 연정보다는 초당적인 국정운영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야당과 사안별 정책공조를 하는 게 단기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 연정 발언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권의 동력이 급속히 소진돼가고 있는 위기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것인 만큼, 노 대통령은 계속해서 두 야당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조기숙 홍보수석도 “단기적으로는 야당과 사안별로 공조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치적 교착상태가 반복된다면 연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시점은 내년 1월의 전면적인 당·정·청 개편과 맞물릴 것이라는 게 여권 핵심부의 시각이다. 정기국회를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립전선을 보다 분명하게 끌고 갈 경우, 두 야당과의 공조가 자연스럽게 성숙되면서 내년 1월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이다. 24일 모임에서 노 대통령은 두 야당과의 ‘작은 연정’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의 ‘큰 연정’에 대해서도 말을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내부를 향한 발언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4·30 재보선 패배 이후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의 권위까지 무시하며 ‘중구난방’ 현상을 보이고 있어, ‘선을 넘을 경우, 더이상 열린우리당이 여당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사흘 뒤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당의 구심력과 기강을 강조했다. 조 수석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권력구조가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볼 때 내각제적 요소를 살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정이 추진될 경우 개헌 문제도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정책별 공조는 가능…연정은 불가” ‘선 긋는’ 민주노동당 비정규직등 정책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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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유인책” “지역연합 모색을” ‘엇갈리는’ 민주당 ‘입각 권유’ 기대감 남아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에 대한 민주당의 기류는 ‘복잡다단’하다. 내부에 엇갈리는 흐름이 교차하는 탓이다. 한화갑 대표 등 당 주류 쪽은 펄쩍 뛰는 분위기다. 유종필 대변인은 4일 ‘연정’ 발언에 대해 “권력을 이용한 유인책으로, 무리하게 과반수를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일각의 ‘통합론’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여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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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원내대표는 “당내 논의가 없었으므로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여러 여건에 비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짧게 논평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관심어린’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김효석 의원에게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직을 제의하는 등 민주당 쪽에 사실상의 ‘연정’을 제의했다. 민주당 후보로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추미애 전 의원도 “입각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이 고심 끝에 입각을 포기했을 당시 그의 주변에선 “지역에서는 입각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는 말들이 많았다. 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김 의원과 이낙연 의원의 지역구에선 언젠가 입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집권시절 이미 자민련과의 ‘디제이피 연정’을 경험했다. 민주당 부대표인 김종인 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독일식 ‘지역연합형 연정론’을 제기한다. 김 의원은 이날 “내년 5월 지방자치선거에서 민주당은 전남 지역에 후보를 내고, 열린우리당은 다른 전국 지역에 후보를 내는 일종의 ‘지역 연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방자치 선거를 통해 두 당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당을 합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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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기정치…실현 가능성 전혀 없어”
한나라당 반응
한나라당은 4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 특유의 오기 정치”라며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연정 발언의) 의도 역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절대로 밀릴 수 없다는 노 대통령 특유의 오기 정치의 실천전략”이라며 “국민의 정서와 상식이라는 ‘흐르는 물’을 감히 거스르면 무슨 화를 자초할지를 직언하는 각료조차 없는 현실이 더욱 두려울 뿐”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은 노 대통령에 대한 뿌리깊은 배신감이 있는데다 호남에서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이고, 민주노동당은 지난번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 때 여당과 공조한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연정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맹 의장은 “노 대통령이 과거엔 자신감이 넘쳐서 실수를 하더니, 요즘엔 자신감이 약해진 것 같다”며 “대통령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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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핵심모임…최근 정책기능 강화
11인 회의란
‘11인 회의’는 당·정·청 핵심 수뇌부의 모임으로, 토요일마다 열린다. 지난해 7월 ‘8인 회의’로 시작됐으나, 최근 확대됐다.
청와대에선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등 기존 2명에, 김병준 정책실장과 조기숙 홍보수석이 최근 합류했다. 당에선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2명이 참여하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새 구성원이 됐다. 정부 쪽 참석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김근태 보건복지·정동채 문화부 장관 등 당에서 입각한 인사들이다. 지난달 말 입각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합류할지가 관심거리다.
이 회의는 배석자가 없을 뿐 아니라, 논의 내용도 기록하지 않고 보안에 붙인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대한 대책이나 국가보안법 처리 방향 등 굵직한 국정 현안은 물론, 4·30 재·보궐선거 뒤의 여당 수습책 등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그동안은 주로 정무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청와대 정책실장과 당 정책위의장을 합류시키는 등 정책 기능 강화도 꾀하고 있다. 회의 내용을 집행할 수 있는 실무 기구 설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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