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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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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정 의원의 왜곡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것이 ‘당시 김일성에 대한 존경이 너무 컸다’고 운운한 대목이다. “분명 김일성은 식민지 조선의 대중에게는 다시 없는 영웅이었다. 대중의 김일성에 대한 존경과 기대는 너무나도 컸다”는 표현이, 정 의원의 입을 거치면서 마치 한 교수가 김일성에 대한 존경이 너무 큰 것으로 붉은색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다. 한 교수가 <한겨레21>에 기고한 ‘20세기형 민족주의자, 김일성’이란 글의 요지는, 굳이 몇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일성 주석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됐지만 그에 대한 남과 북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갈라진 조국의 한쪽에선 민족의 태양인 반면, 다른 한쪽에선 극악무도한 전범이었다. 친일파와 그 후예들은 김일성 폄하에 앞장섰다. ‘가짜 김일성설’은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공산주의자라는 그늘에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민족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이기도 했던 그의 면모는 가려져 있다. 최소한 김일성이 형제들의 수령이었음은 인정해야 한다…. 한 교수가 글에 담고자 했던 진심은 마지막에 한 문장에 담겨 있는 것 같다. “10년이란 세월은 아직 형제들의 수령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일까?” 정 의원의 색깔론 공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한 교수의 글을 두고 북쪽에서 “우리 수령님을 ‘극악무도한 전범’, ‘괴뢰집단의 괴수’라고 써? 상종하지 못할 X”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사실 정 의원 식의 ‘수법’은 군사독재정권 시절과 그가 안기부를 지휘했던 시절만 해도 익숙한 것이었다. 그 뒤에는 <조선일보> 등이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의 글에 대해 ‘사상검증’을 시도할 때 즐겨 사용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컴백’한 5일은 공교롭게도 사상검증의 싱크탱크인 공안문제연구소가 문을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날이다. 그의 ‘컴백’이 고독해 보이는 이유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김연주 하어영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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