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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5 18:12 수정 : 2005.07.05 18:12

정세균 원내대표(왼쪽) 등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사안별 공조→정책연합→연정‘밑그림’

취임 직후부터 각국 권력구조 연구·토론
민주당에 입각 제의도 사전포석 성격
레임덕 우려 ‘개헌 조기 공론화’엔 부담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사실상 ‘연정’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나옴으로써, 이 문제가 최대의 정치적 화두로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내놓은 편지를 통해, ‘근본적인 고민’을 토로했다. 1988년 13대 총선 이래 여당을 견제하려는 심리와 지역주의 정당 구조라는 이중틀 때문에 여소야대가 이어졌고, 이런 상황에서는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탄핵 때문에 잠깐 여대야소가 형성됐지만 이내 무너졌다”며 “이대로 가면 10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지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가 뻔해 정권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고 절박감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의 이런 고민은 상당히 뿌리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취임 직후인 2년 전부터 여러 나라의 권력구조에 대한 책을 읽고 참모들과 토론을 벌여왔다고 한다. 특히 한때는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에 해답이 있다고 보고 밀도있게 연구했으나,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김효석 의원이나, 추미애 전 의원에게 입각을 제의한 것도 연정에 대비한 포석의 성격이었다고 참모들은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이 연정 공개논의를 제안한 것은 그의 개인사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참모는 “1990년 3당 합당을 밀실야합이라고 비판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연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야당 지도자들에게 밀사를 보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유일한 방법은 사회적 토론을 통해 야당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990002%%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런 제의를 야당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체성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정이 성사되더라도 ‘사안별 공조 → 정책연합 → 연정’이라는 3단계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더 큰 걸림돌은 ‘연정 논의 제안이 개헌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야당의 의구심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도 “연정 얘기를 꺼내는 순간 개헌 문제가 조기에 공론화된다”며 “노 대통령의 의중에 나름의 구상이 있고, 그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군불때기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할 정도이다. 청와대 한 참모도 “연정을 검토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개헌론으로 번질 위험성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개헌론 조기 점화가 노 대통령에게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그 연관성은 적어 보인다. 무엇보다 개헌론이 일단 불붙기 시작하면 다른 정책 사안들은 개헌이라는 큰물에 모두 떠내려가, 임기 반환점도 돌기 전에 노 대통령은 급속히 ‘레임덕’ 현상을 맞게 된다. 또 당 장악력도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의원들이 차기 주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이어서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반기를 들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김근태, 정동영 장관이 펄펄하게 살아있는데, 누가 대통령이 든 깃발을 보고 따라가겠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개헌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래도 연정 논의가 개헌에 미칠 영향은 인정하고 있다. 한 참모는 “연정이라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정치권에서 내각제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반대로 실패하면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헌 논의가 흘러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이참에 내각제 불붙이자”

청와대·여당 일부,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 국민투표 검토

청와대 등 여권 안에서는 이번 연정 공개논의를 통해 개헌론을 조기에 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여권내 다수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열린우리당의 일부 386출신 의원들과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내각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공식·비공식으로 기획쪽 일을 맡았다.

이들은 최근 모임을 정례화해, 개헌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토론 결과를 노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노 대통령의 오른팔인 안희정씨도 한두 차례 참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현재의 권력구조로는 국회가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장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무대가 되고 있어 전혀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개헌논의 시점도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그 다음에는 대통령선거가 있어, 개헌논의가 이해관계 때문에 왜곡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대선 후보군이 강력해지기 전에 개헌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5일 “아직까지는 그 누구도 정치판에서 개헌논의를 좌지우지할 절대 강자가 없다”며 “그러나, 후보군이 보다 분명해지면 개헌논의가 이들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최대 염원인 지역구도 극복에도 내각제가 적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제는 양당제가 기본이지만, 내각제의 경우 다당제가 기본틀이어서 영·호남의 대립구도가 완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내각제의 경우 비례대표가 대폭 늘어나게 돼, 이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으면 지역색이 탈색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는 개헌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노 대통령 거론 강원택 교수책 무슨 내용이기에

여소야대 구조적 모순 정국… 파행 되풀이… 단임제 폐지등 제안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과 관련해,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가 쓴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비정상적 정치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을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어느 학자의 글도 읽은 적이 있다”고 이 책을 간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책은 지난 5월 말 출간됐고, 청와대 주요 참모들도 다 읽었다고 한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후 되풀이된 정국의 파행이 여당이 과반의석을 갖지 못하는 ‘분점정부’와, 이에 따른 대통령과 의회 권력간의 갈등구조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지역주의의 한계 등에 따라 여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기 힘든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야당의 공격을 이겨내기 위해 ‘의원 빼내기’ 등 비정상적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내각제나 미국·프랑스식 대통령제는 한국의 정치적 조건이 달라 당장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임제 폐지 등 현행 방식을 근간으로 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제도적 조처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대선과 총선 시기 및 임기 조정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 장관 해임 관련 권한 폐지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정당간 연대 또는 연정이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한국정치 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강 교수의) 진단 부분을 거론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대안을) 강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과 일체화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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