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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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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공작문건 지금껏 모르쇠
문민정부 시절 언론사찰 충격 더해
진상 규명이 과거사위 활동 시금석 현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한겨레신문 종합분석’이란 제목의 한겨레 탄압 공작 문건을 작성한 사실은 이미 1심 재판을 통해 확인됐으나 국정원은 지금까지 이를 시인하지 않은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이런 태도는 국정원이 과거의 불법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을 스스로 밝혀 올바른 국가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지난해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면서 적잖은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현재 진실위가 조사 중인 7개 사건들이 대부분 20-30여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거나 실체가 어느 정도는 드러난 사건들이란 점에서 불과 8년 전에 있었던 ‘언론 탄압 공작’ 사건을 굳이 묻어두려는 저의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김승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5일 국회 정보위가 연 인사청문회에서 공작 문건 사건에 대해 조사 의향을 내비침에 따라 앞으로 국정원이 어느 정도 의욕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요청에도 침묵=국정원 쪽은 2001년 3월 한겨레가 ‘한겨레신문 종합분석’ 문건과 광고탄압 등에 대한 보도를 위해 문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그 존재 사실과 함께 문건 내용까지 확인해준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했다. 그 뒤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02년 4월18일 국정원에 대해 사실조회 및 문서송부촉탁을 보냈다. △‘한겨레신문 종합분석’ 문건이 안기부에서 작성된 것이 맞는지 △맞다면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관련 문서들이 아직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해 답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정원은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국정원 쪽의 회신을 촉구하며, 같은해 5월28일과 지난해 7월8일 두 차례 더 사실조회를 요구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과거 청산의 시금석=국정원이 가장 최근에 있었던 ‘공작’ 사건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 하는 점은 ‘과거사건 진실규명위’ 활동의 신뢰성을 가늠해줄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진실위가 우선 조사중인 것은 1962년 발생한 부일장학회 강제헌납(정수장학회 사건) 및 1965년의 경향신문 강제매각, 70년대의 민청학련·인혁당, 동백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김대중 납치 사건과 1987년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 1992년의 중부지역당 사건 등이다. 대부분 한차례씩 사법 절차를 거치거나 사건의 주요내용이 공개된 것들이다. 그에 비해 한겨레 탄압 ‘공작’은 시기적으로 가장 최근인데다 문민정부 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적지 않다. 더구나 언론사에 대한 사찰 결과를 토대로 ‘공작’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여전히 언론사에 대한 정보수집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의 성격에 따라 언제든지 이런 ‘공작’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정광섭 기자 iguass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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