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
‘11월 APEC 테러설’에 숨어 있는 무슬림 차별과 마녀사냥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알카에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의 테러 ‘타깃설’을 언급했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국제테러의 다음 목표는 한국?’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 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이 다음 테러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철저한 대책을 촉구했다. 런던 테러 이후 한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보통으로 알려진 정 의원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한국 타깃설의 근거로 제시한 나라 안팎의 여러 정황들에는 한국에 들어온 무슬림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정 의원이 반한 이슬람단체라고 규정한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는 반한 혐의를 이미 벗은 단체여서, 정 의원이 한국 타깃설의 근거를 들이대려고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서슴없이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한국 타깃설의 근거로 다음의 여섯가지를 들었다.
| |
국내 무슬림들 “억지주장 탓 역테러 당할까 우려”
|
반한단체로 몰린 경기도 안양의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사원은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국내 첫 이슬람 사원으로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함께 모이는 사원공동체이다. 류우종 기자
|
|
지난해 10월 반한단체 논란이 일 당시, 라마단(금식월) 기간에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에 일부 신도들이 사원 안에서 묵고 있다. 류우종 기자
|
그러나,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사건은 3명의 방글라데시아인들이 반한단체 활동이 아닌 불법체류 때문에 추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한겨레21>은 이 사건을 추적보도하면서 법무부 출입국 관리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4월에 적발돼 추방된 방글라데시인들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사범으로 국정원의 요청에 의해 서울출입국관리소가 단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등 관계 당국도 이 단체의 반한활동을 뒷받침할 ‘증거’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사건을 제기한 김 의원쪽은 과거 공안정국의 ‘조작사건’에 버금가는 이주노동자판 ‘시국사건’을 조작했다는 비아냥만 들었다. 당시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의 혐의를 벗기기 위한 활동을 도왔던 한 이주노동자단체 활동가는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사건은 반한단체 활동이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사실 확인도 없이 또 다시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이는 것은 저질 코미디의 재방송”이라며 “정 의원이 그런 사실을 확인이나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돈벌러 왔을뿐”
[한겨레21] “우리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았다”
[한겨레21] ‘반한 이슬람 단체’는 없었다
[한겨레21] ‘반한활동’ 매도는 계속된다 테러방지법 제정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많아 정 의원은 여러 근거를 들어 ‘한국 타깃설’을 설명한 뒤 “4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해 시행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합의가 긴요한 시점”이라며 테러방지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대안으로 내놨다. 물론, 테러방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것은 정 의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공성진, 김충환 의원은 정 의원에 앞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고, 이라크 파병국의 일원으로서 국제적인 테러조직의 목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테러 위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안정적인 테러방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속한 법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런던 테러 등을 빌미로 테러방지법 제정 분위기가 또 다시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선 “테러방지법이 제정될 경우 국민들의 인권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국정원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12일 CBS ‘뉴스 레이더’에 출연해 “테러방지법이 없다고 해서 테러를 막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테러방지법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고 국정원이 군인을 동원할 수 있어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승하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온 국민을 감시대상으로 만들어 인권을 침해하는 데다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의 어떤 행위라도 처벌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법이자, 국가보안법 ‘친동생’ 같은 법”이라고 맹비난했다. 홍 대변인은 “정치권이 진심으로 국민의 안위를 위한다면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당장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며 “본질적인 테러 해결책은 철군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기사공유하기